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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Sep 29. 2024

막힌 등산로를 회피하여 북한산을 가다

5월에 바위가 굴러 9월30일에 열린 등산로를 벗어나 백운대를  오르다

남들이 일할 때 노는 것은 재미가 있다고 한다.

남들이 일할 때 놀러 가는 것은 일하러 가는 사람들에 미안하다.

일하러 가는 사람들 사이에 배낭을 메고 가면 남들은 부러워하는데 배낭을 멘 사람들은 미안하다. 그리고 약간은 쑥스럽다. 그것이 최근에 은퇴한 사람들의 심정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현장에 있다가 현장을 떠났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것이다.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서 주중에 북한산을 올라간다.

구파발역에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를 갈 수 있는 것은 2024년에는 사기막능선 또는 밤골계곡을 경 유하여야 하여만 가능하다. 2024년 5월 만경대에서 암석이 암문을 통해서 올라오는 길에 내려서서 모든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게 만든 후 우이동에서 올라가거나 밤골계곡을 통해서 올라가는 길 밖에 없었다. 9월 30일부터 길이 열린다는 소식이 있지만 백운대를 올라가고픈 생각이 있어서 사기막골로 가는 버스를 탑승하였다. 주말이 아닌 구파발역의 풍경은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는 예비군들이 주말 등산객을 대신하여 광장을 지키고 있다. 주말에는 등산객들이 가득 채우는 버스도 예비군들이 가득 채운다.

버스는 등산객도 보인다. 북한산성입구 등 등산로에 하차하여 산으로 가는 등산객을 내려주고 달린다. 은퇴한 사람과 은퇴를 바로 앞에 둔 사람, 오늘이 비번인 사람 셋이서 북한산을 가기 위하여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사기막골로 들어간다. 예전에 사기막골 끝에는 군부대가 있었으나 그 부대가 철수를 하고 야영장이 되어 있다. 그 끝에서 오른쪽으로 둘레길이 되어 있다. 사기막골 야영장 앞에서 숨은 벽 능선과 백운대, 염초봉이 동시베 보이는 지점에서 북한산을 담는다. 그 야영장에는 친환경자동차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전기차가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 고민이다.

이제 숨은 벽 능선인 사기막 능선을 올라선다. 처음에는 평탄하게 천천히 능선길을 걸어서 올라간다. 능선길에 늘어 선 각종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산으로 오르는 것이다. 바위가 나타나면 이제는 달라진다. 가파른 산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느쯤에서부터는 멀리 상장능선이 그리워지고 이웃한 염초봉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제는 가파르게 오른다. 바윗길을 이제는 데크로 정리하고 안전펜스를 설치하여 안전한 길을 유도한다. 가파르게 오르든 바윗길이 그리워지면 그 길로 안내를 한다.

해골바위를 앞에 두고 우회를 한다. 이제 숨은 벽이 보인다. 해골바위를 거쳐서 올라오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안전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우회를 하여 오른다. 그 길을 올라서 해골바위를 내려다보니 며칠 전 내린 비가 원효스님의 목을 적시드릴 정도로 물이 그득하다. 그리고 백운대, 숨은 벽, 인수봉을 동시에 내 마음에 담고 멀리 도봉산도 담는다. 한걸음에 숨은 벽 앞까지 왔건만 그 암릉이 무서워 암릉을 피하여 걷는다. 담대하게 걷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 이곳의 풍경이라고 할 것이다.

이제 숨은 벽에서 밤골계곡으로 내려서서 다시 올라야 한다.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 만큼 느릿느릿 걷는다. 어느 순간 계곡에 도착하고 오르면  밤골샘터에 도착한다. 밤골샘터에서 물한바가지 먹고서 속을 차린다. 이제는 계곡 정상부까지 끊임없이 오를 것이다. 가파르기도 하고 너덜지대이기도 한 계곡부를 오르는 것이다. 그 계곡부 끝에 데크에 도착하기까지 이리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야 하는 다짐을 한다. 

지나다 H가 뒤도 돌아보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하였던 코끼리 바위를 보았다. 그렇게 북한산을 다녔지만 못 본 바위를 이렇게 본 것이다.

이제 백운대로 가기 위하여 좁은 골목을 지난다. 백운대와 숨은 벽사이에 있는 골목을 지나면 만경대가 우리 앞에 나타난다. 오른쪽에는 백운대다. 예전에 백운암문이 열려있을 때, 주말에는 백운대를 오르는 그 길에 사람들이 가득하였는데 오늘은 바위와 안전펜스가 자리를 잡고 있다. 주말에 이곳에서 암릉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즐비하였는데 그곳에는 자일을 위한 체인만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 백운대를 올라가는 데크에 도착하니 백운대를 갔다 온 사람도 있고 백운대를 올라가기 위하여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도 준비를 한다. 스틱을 접어서 배낭에 넣고 두 손을 안전펜스를 잡고 오를 것이다. 주말에는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복잡하여 한 번씩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오른다. 내려오는 사람도 드문드문이다. 9월 30일이 지나면 이길도 복잡해질 것이다. 백운대를 오르는 사람들 중 1/3은 외국인이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근교 산행을 한 기억이 있는 것처럼 외국인들도 서울을 방문하였다가 근교산행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근교산행을 하면서 백운대를 오르면 이것처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백운대에 도착하여 H가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 유럽에서는 누구에게 부탁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좋다. 백운대에서 3.1 운동 암각문을 보고 아래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도 본다. 9월 30일에 백운암문이 열린다고 한다. 그 길을 위하여 이렇게 준비를 하는 것이다. 주말이면 인수봉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보였는데 오늘은 없다. 백운대 너른 바위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서 나에게 휴식을 주고 뱃속은 채운다. 이제 하산을 한다. 예전에는 북한산성 입구로 갈 수 있었으나 오늘은 안된다. 우이동으로 가거나 밤골로 내려가야 한다. 우이동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한다. 북한산장이 있던 곳은 기념관으로 바뀌어 있고 인수암자를 지나고 하룻재에서 영봉을 오른다. 영봉에서 바라다본 삼각산은 새로운 모습이다. 하룻재에서 영봉까지 200m라고 되어 있는데 그것을 오르는 것은 10분 이상 소요된다. 그만큼 가파른 길이다. 그곳을 올라서 바라다본 경치는 일품이다.

영봉에서   육모정으로 방향을 잡고 영봉능선을 산책을 한다. 암릉 위에서 멀리 도봉산 전체를 조망하고 가슴에 담는다. 그 모습이 일품이다. 도봉산 전체를 이렇게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에서 드물다. 외국인들에게 이곳을 안내하여 서울을 보여주는 코스를 설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백운대를 올라가는 것보다 힘들이지 않고 서울을 볼 수 있고 도봉산과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는 능선이다.

북한산우이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 예전에 버스를 타고 한참을 나갔지만 이제는 3분에 한 번씩 오는 경전철을 타고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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