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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천성산을 올랐다.

남쪽끝이지만, 시원함을 그대로 느꼈다.

by 김기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산, 천성산은 20년 전 뉴스에 오르내리며 ‘자연 대 개발’ 논쟁의 중심에 섰다. 공사 중지 가처분, 대법원 기각, 언론의 상반된 르포까지 거친 뒤 공사는 재개되었고, 그 뒤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서울·경기권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은 산이기도 하다.


1. 산행 준비와 이동


연일 계속되는 수도권의 폭염을 피해, 해발이 더 높은 남쪽 산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기예보를 믿고 하루 종일 8시간을 달려야 하는 일정임에도 안 안내산악회 버스를 탔다. 봄 이후 처음 탄 버스는, 강진 덕룡산·주작산 산행 이후 오랜만이다. 장점은 분명하다. 출발지와 산행 종료 지점에 정확히 맞춰 움직여 주고, 대중교통으로 닿기 어려운 깊은 산자락까지 편안히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 당진영덕고속도로 → 상주영천고속도로 → 다시 경부고속도로 순으로 달려 통도사 IC를 빠져나와 천성산 입구에 닿았습니다. 옹골찬 가로수가 좁은 도로 옆으로 줄지어 있어 버스 옆면을 몇 번 긁기도 했지만, 버스는 그래도 달린다.

2. 산행 컨디션과 코스 안내


입구의 온도계가 29℃를 가리키자, 서울 인근의 33℃보다 훨씬 시원하게 느꼈다. 주차장 옆 계곡가에 모인 행락객들을 보며 내려올 때는 시원한 물놀이를 꿈꿨다.

산행대장은 “중앙능선을 따라 2봉까지 오른 뒤, 내원사 계곡으로 하산하라”고 안내했다. 정상에서 계곡까지는 급경사 구간이 있으니 조심할 것, 시간이 여유 있는 사람에 한해 공룡능선(추가 30분~1시간 소요)을 다녀올 수 있도록 코스를 제안했다. 나는 지난주 폭염을 떠올리며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기본 코스만 따르기로 했다.

3. 능선 오르기

주차장에서 출발해 내원사 계곡을 거쳐 약 400m 지점, 왼쪽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었다. 초반 400m는 몸 풀기용 가파른 오르막이었지만, 뜨거운 공기가 등을 누르는 지난주의 고통은 없었다. 능선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맞아 주었고, 가끔씩 터지는 조망 너머로 공룡능선과 영남알프스의 신불산·영축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차례 내리막과 오르막을 지나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공룡능선과 합류하기 500m 전,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면 2봉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곳에 또 멋있는 바위가 나온다.

4. 정상 등정과 하산 길잡이

천성산은 1·2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는 2봉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하산길로 향했다. 내원사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정상 쪽에 바로 보이지 않아 잠시 헤맸지만, 이정표에 따라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섰다.

초반은 가파른 돌계단, 중간은 완만한 능선, 말미 400m는 또다시 가팔랐다. 스틱 없는 동행자들은 안전펜스를 붙잡고 내려와야 했지만, 계곡 물소리가 ‘서두르지 말라’고 재촉하는 듯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5. 시원한 계곡에서 마무리

내원사 바로 앞 계곡에 도착하자 곧바로 바위에 앉아 더위를 식혔다. 계곡 상류 1km 지점부터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이 구획이 내원사 아래로만 지정된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보호구역을 벗어나자 가족 단위 행락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주차장이 나왔고, 우리도 물놀이로 산행의 피로를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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