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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Dec 30. 2023

루틴을 설계하는 3가지 조건

습관을 루틴화 하는 법



 어제저녁 연말을 맞이해 지인과 같이 독서를 위해 홍대에 있는 한 북카페로 향했다. 나는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의 ‘일상 기록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이라는 부제의  신간 도서 《파서블》을 읽었다. 올해 초 교수님의 저서 《거인의 노트》를 접하고 생각 노트를 만들어 기록이란 것을 시작했다. 꾸준한 일상 기록을 통해 얻고 배운 것들이 많아 인상에 깊게 남은 책이었는데 마침 《거인의 노트》의 실천서인 《파서블》의 출간 소식을 접했고 바로 서점으로 직행했다. 읽는 도중 나를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 부분이 바로 세 가지 항목으로 정리된 ‘루틴’에 대한 교수님만의 정의였다.



<루틴을 설계하는 3가지 조건>

1. 언제 할 것인가? – 시간

2. 어디서 할 것인가? – 장소

3. 얼마나 할 것인가? – 의지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 또한 은연중에 루틴을 만들어 척척 해 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 순간의 감정을 살려 오늘의 글에 담아본다.




 생각해 보니 예전의 나도 지금과 비슷하게 충동적으로 꽂혀서 시작하는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잔뜩 계획만 세우고 무엇 하나 꾸준함을 가지고 하거나 제대로 마무리하는 일이 없었다. 나의 열정 가득한 계획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나의 최근 몇 달을 돌아봤더니 자신의 판단하에 앞으로 꾸준히 하고 싶은 일들은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어디선가 의지가 솟구쳐 나도 모르는 새 루틴이라는 것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이 루틴은 습관이 되고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졌다. 이제는 공들여 노력하지 않아도 나만의 루틴이 충분히 일상에 녹아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 루틴을 완수하지 않은 날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잠에 들기 전에 조금은 손을 대려고 하는 나의 낯선 모습을 확인 한 순간이다. 나에겐 루틴을 통해 이미 굳어진 라이프 스타일의 대표적인 예가 아침 스트레칭과 글쓰기, 그리고 독서다.





나의 첫 번째 루틴, 아침 스트레칭


 태생이 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 평소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난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나서 대략 30분 전후로 스트레칭을 시작하려고 한다. 시작하기 전에는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는데 보통 전날에 바빠서 미처 하지 못한 설거지를 한다. 빨랫감이 적당히 모였다고 생각한 날은 그것들을 색깔별로 분류한다. 집에서 나가기 직전에 세탁기의 시작 버튼만 누르면 되도록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미리 세팅해 둔다. 그리고 이부자리를 정리로 마무리. 스트레칭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해서 혹시라도 바닥에 널브러진 잡동사니가 있다면 반드시 치우고 시작해야 한다. 스트레칭에 최적화된 복장으로 갈아입고 돌돌 말아 둔 요가 매트를 바닥에 깐 뒤에 상체 스트레칭 영상을 대기시켜 두면 하루를 여는 스트레칭을 시작할 준비는 끝이 난다. 30분간의 상·하체 스트레칭은 나의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끝내고 나면 몸과 기분이 한결 말랑해진다.




나의 두 번째 루틴, 독서 


 사실 독서를 매일 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자기 계발 영상을 반복해서 보거나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내 생각이 미처 닿지 못했던 부분의 글감을 발견하는 재미로 산다. 지금 브런치 작가로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는 글감을 찾는 일이 최우선이기에 위 두 가지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래서 각 잡고 독서를 하는 건 일주일에 세 번 정도가 적당한 듯하다.


  나는 독서에 앞서 뚜렷한 목적을 세운다. 예를 들어 책의 내용을 발췌해 SNS에 투고할 것인지, 단순히 독서를 통해 영혼을 채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지, 경제나 트렌드, 자기 계발 영역처럼 차근차근 정복해가기 위한 독서인지 등등. 독서의 목적성이 확실해지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카페가 최적의 독서 장소라고 생각해 독서 시간은 카페 오픈 시간이나 마감 시간에 맞춘다. 내가 선호하는 브랜드의 카페는 상당수의 지점이 7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타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가장 이른 시간에 오픈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최애’ 브랜드가 된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 이야기라 잠깐 다른 길로 빠졌지만, 다시 돌아와서. 카페에 갈 때 책은 한 권에서 두 권을 들고 간다. 무겁긴 해도 혹시나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플랜 B’의 개념으로 가지고 간다. 카페에 도착하면 책과 생각 노트를 테이블 위에 놓는다. 생각 노트는 ‘독서’ 부분을 펼쳐 그 위에 예쁘게 깎아 둔 연필과 파란 지우개를 올려 둔다. 그리고 이미 책 모서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컬러의 인덱스를 꺼내기만 하면 독서 준비 끝.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을 설정하고 클래식 음악을 재생하면 나에겐 책을 읽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환경이다. 독서량은 분야마다 천차만별인데 보통 글감이 충분히 모였다 싶으면 덮는 편이다. 좋은 글감을 얻었으면 빨리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해 마음이 조금 바빠진다.




나의 세 번째 루틴, 글쓰기 


 다음은 글쓰기. 글쓰기는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기쁜 나머지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그동안 열정에 불타올라서, 정확히는 내가 불타버려서 이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글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나만의 이야기로 글을 쓰고, 가장 중요한 퇴고를 정성스럽게 하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은 글쓰기에 하루를 올인하지 않는다면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뜩이나 연말 시즌까지 겹쳐서 지인들을 하루에 한 명씩은 만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현 상황은 연초인 다음 주 주말까지 약속이 없는 날이 하루밖에 없는 상태. 짬이 날 때마다 글감을 찾아 두는 것을 습관으로 들였지만 하나의 글을 쓰고 퇴고를 하는 데는 적어도 2시간 반이 걸리기에, 최근 며칠간은 이를 SNS에 짤막한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런 짧은 글도 퇴고까지 1시간은 걸린다.


 글을 쓰는 시간대는 다양한 편이다. 글감이 준비되었다면 내가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쓴다. 주에 2회 받는 개인 운동 수업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지금은 수면 시간과 관련해 상당한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컨디션을 보고 정하는 편이다. 집에 있는 정돈된 좌식 테이블에 앉아서 작업하거나 카페에서 쓰는 편이 집중이 잘 된다. 목표는 글 하나를 쓰고 퇴고까지 한 자리에서 마무리하면 끝이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가끔 이전에 올린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그 당시 못 보고 지나친 오타를 수정하기도 하고.




 이렇게 책 《파서블》에 나온 루틴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들을 실제 나의 일상에서 사용하는 루틴들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의지. 이것을 담은 세 줄의 문장만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습관을 만들 수 있는 허들이 한층 낮아졌다. 평소에 생각만 하고 있거나 내가 정말 원하고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을 하나 정해 ‘루틴화’ 해 보자. 경험자로서 크게 공감하는 것이 원하는 습관이 루틴으로 자리가 잡히면 일상에 스며들어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 그 이후로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기에 ‘루틴’이라는 것에 조금은 구미가 당겼으면 한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습관 하나만 루틴으로 만들어 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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