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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Dec 11. 2023

살면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한 가지는

나의 첫 번째 도전 과제, 풀코스 마라톤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운동을 참 잘했다. 한두 가지 운동을 제외하고는 수행 평가 날마다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게 일상인 학생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매년 새 학기에 처음 보는 체육 선생님들께서 나만 보시면 체고나 체대에 진학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셨다. 매번 정중히 거절하느라 조금 애먹긴 했어도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그런 ‘체부심' 가득한 내가 정말 자신 없는 종목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매년 체력장에 빠지지 않던 '오래 달리기'다.


 어느 정도로 못했느냐 하면 말하기가 조금 부끄럽지만 선생님 몰래 마지막 한 바퀴를 뛰지 않고 나와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셨다. 내 기억을 살려보자면, 총 8바퀴를 돌아야 하지만 7바퀴째에서 탈주해서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심폐 지구력 측정 방식이 바뀐 탓에 더 이상 오래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에게 오래 달리기는 '만년 꼴등'으로 남고 말았다. 자존심 상하게 말이다.


 최근 옛 기억들을 하나씩 들춰보면서 내가 시작한 것이 있다. 유년 시절이나 지금의 내가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도전이다. 그 첫 번째 도전이 바로 달리기다. 정확히 말하면 마라톤이라고 해야 하나. 이미 지인들에게는 내년 말에 있는 ‘풀코스 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선전 포고를 해서 무를 수도 없다. 무를 생각이 없기도 하고.


  내가 가진 특징 중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남과의 비교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 이번 달부터 집 근처의 한강 공원에 나가 4km 달리기로 연습을 시작했다. 두 번째 연습 날인 오늘은 평균 페이스 '6분 43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내 기준 지난 주말 기록보다 훨씬 빨라진 기록이다. 저번에 비해 1분 30초나 되는 시간을 단축했다는 사실에 감격한 나머지 목에서 피맛이 나 컥컥거리면서도 러닝이 끝나고 한참 동안은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혹여 남들이 내 평균 페이스를 보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남들에 비해 내 기록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검색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방금 '남들이 내 기록을 보고 비웃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 정도로 타인의 생각과 타인과의 비교에 무덤덤한 편인 나라서 도전하는 것에 있어 좌절 포인트가 하나 사라졌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앞으로 주말마다 한 번씩 4km 달리며 평균 페이스를 5분대로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그 이후에는 달리는 거리를 점점 늘려갈 생각이다. 나는 남들의 연습 방식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과 나만의 속도로 나가가려고 한다. 훗날 내가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하는 중이다.


 우리 같이 자신만의 도전거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우선 오랫동안 꽁꽁 숨겨왔던 자신만의 약점을 적어 보자. 약점을 도전의 기회로 전환해서 이를 극복한 경험들이 쌓인다면 평생 재미있게 자랑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자신이 기특해지는 건 덤이다. 살면서 그런 짜릿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자기 자신을 믿고 눈 딱 감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충분히 강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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