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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샘

벌레 먹은 나뭇잎

일흔여섯 번째

by 강관우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이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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