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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관우 Jan 11. 2020

바둑을 배운다

활로,  단수 그리고 호구

드라마 '미생'을 다시 보았다.


드라마 속에서 작가는 장그래가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바둑의 교훈에 빗대어 표현하곤 했다. 


바둑은 전혀 몰랐지만 드라마를 통해 19x19의 네모판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돌들의 싸움이 인생에서도 나타난다는 걸 느꼈다.


나도 매일 겪는 일상의 한 판들을 바둑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고 싶었다. 


다행히 신년 뽕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이런 결심을 하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 나는 바둑을 배우기로 했다.


그리고 '바둑 일지'를 통해서 수업에서 배운 바둑의 규칙을 정리하고 이 규칙들을 일상에 빗대어 표현해보고자 한다. 



활로


활로는 바둑돌이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다.

흑돌 활로 네 개

바둑은 돌의 입장에서 가로 세로로만 돌을 이을 수 있다. 위에 놓인 흑돌의 활로는 상하좌우, 4개이다.


흑돌의 활로 다섯 개

바둑에서 돌이 연결되어 있으면 활로를 공유한다. 위 그림에서 검은 돌 3개의 활로는 5개이다. (대각선으로는 돌을 이을 수 없다.)


단수


활로가 하나 남으면 단수라고 한다. 내가 살아나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하나 일 때는 단수인 상황이다.

단수

백돌의 경우 활로는 단 하나, 오른쪽이다. 

흑돌의 차례라면 저 백돌의 단수에 돌을 놓아 활로를 차단하여 백돌을 먹고 집을 차지하게 된다. 


호구

호구

위와 같은 검은 돌의 모양을 호구라고 한다. 호랑이의 입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다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호구와 같은 의미였다. 호구 잡히면 내가 살 길이 줄어든다! 호구 잡히지 말자.


활로 늘리기

호구 잡혔을 때는 빠르게 빠져나와야 한다. 

활로 늘리기

호구 상황에서 흑돌은 단수인 상황이다. 이 때는 단수에 돌을 놓아 흑돌의 활로를 하나에서 세 개로 늘려줄 수 있다. 이렇게 바둑은 위기의 내 돌에 새로운 돌을 놓아 활로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내가 단수인 상황에서는 여기에 수를 더 해 단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보자.


호구 상황에서 활로 늘리기

위 그림과 같이 흑돌이 단수인 상황도 마찬가지, 백돌을 무리하게 잡으려 하지 말고 단수인 내 돌을 먼저 살려주자. 


서로 단수

서로 단수는 흑, 백 모두 단수인 상황이다.

이 경우는 먼저 두는 쪽이 내 돌을 살리면서 상대방 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하다.

즉, 선빵필승

서로단수



양단수

바둑은 결국 상대방의 돌이 나아갈 수 있는 활로 개수를 하나씩 줄이는 것이다. 

하나의 수를 통해서 상대방 세력 두 곳을 단수로 만드는 수를 '양단수'라고 한다

아래 그림처럼 파란 위치에 흑돌을 놓는다면 백돌 두 개의 활로는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된다. 

양단수




고작 활로, 활로 늘리기를 배웠을 뿐인데 벌써 인생의 교훈 몇 가지를 배운 기분이 든다. 


바둑, 제대로 배워서 멋지게 써먹어야지. 



정치는 바둑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으며(不得貪勝),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아야(攻彼顧我)합니다. 작은 희생을 감수하며 훗날을 기약해야(棄子爭先)하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야(捨小就大)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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