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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Sep 14. 2023

쿠팡 계약직 사퇴서를 쓰다

쿠팡물류센터 도전기 (8)


깨비


너덜 너덜해진 모습으로 이른 아침에 귀가.

가족의 놀란 모습을 뒤로하고 일단 씻고 잠을 청함.


잠을 깨보니 오전 11시경..아침인지 점심인지 헷갈리는 식사를 하고 가족회의를 했다.

결론은 '쿠팡 사표' 


작업과정을 주욱 설명해줬더니 아내와 딸아이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허브 파트는 사전정보 없이 뛰어든 것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그리고 심야일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거론됐다. 


며칠 더 다니면서 경험삼아 탐색을 해보자고 의견을 내고 싶었던 나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입보다 몸이 나의 상태를 먼저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 4시경 고양 물류센터를 향해 출발.

회사 통근차량이 아닌 자차를 이용해서...그리고 가족과 함께..


통근차를 타고 들어갔던 쿠팡 고양물류센터를 자차를 이용해서 가보니 사뭇 색다른 주변 풍경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주간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자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개인도착한 심야근무조 사람들이 입장하며 주변이 복잡했다.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주간조 사람들은 땀에 절은 모습은 당연하고 얼굴마다 하루 일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스쳤다. 뿌듯함이나 자부심 보람등등의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야간근무 들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들 자못 비장해보인다.

마치 전장터로 떠나는 병사들 같다. 저마다 손에는 각자가 준비한 물병, 혹은 특수 음료수(?) 병들이 들어있다. 일부 사람들은 대형 아이스 음료를 손에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도 작업장에 들어가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쿠팡 어플을 쿠펀치라 한다.

출퇴근 할때 쿠펀치 어플 사용은 필수다. 

사람들 속에 섞여 입장하면서 쿠펀치로 출근확인을 했다.


그리고 사무실행.

퇴사 의사를 밝혔더니 담당 직원은 쿨하게 서류용지를 내민다.

마치 이런 일이 흔한경우인듯 담담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작업현장에 가서 담당직원의 확인을 받아오라고 한다.


다시 허브 작업장행.

요란한 대형 선풍기 소리는 낮이나 밤이나 똑같다.

6시 현장 투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단체로 모여서 음악 소리에 맞춰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어제밤 옆라인에서 같이 일을 했던 여성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참 대단하다는, 젊음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작업반장으로 보이는 관리직원을 찾아 퇴사의사를 밝혔더니 종이에 몇몇 내용을 적으라고 한다.


'퇴사동기'에

'노동강도가 너무 강함' 이라고 썼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에 가져다주고 신발등 지급받았던 물품 반납.


그게 끝이었다.

회사를 빠져나와 차에 올라 건물을 바라보니 더운 김이 확 몰려온다.

매일 밤낮을 저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도 탄광 막장이 저러지 않았을까 싶다.


쿠팡 고양물류 센터..

웰컴데이 -안전교육 까지 합하면 3일.

 본격 작업만 치면 단 하룻만에 나는 작별을 고했다.

씁쓸한 웃음과 함께. (이야기 이어짐)


















태그#쿠팡#쿠팡고양물류센터#깨비#깨비의인생2막#인생2막#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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