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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의 광고 효과는 얼마나 될까

마케팅 따라잡기 (4)

요새 한국시리즈가 한창 이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해 무려 144경기나 되는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잔치이니 그럴 만도 하다.  

문득 중계를 기다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시리즈를 광고상품으로 본다면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때 올림픽 등 스포츠마케팅도 진행해 봤기 때문에 그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해봤다. 재미삼아 알아보는 한국시리즈의 광고 효과. 함께 살펴보자. 


           

한국시리즈, 탁월한 ‘마케팅 상품’의 집합체


사실 한국시리즈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케팅 효과가 뛰어난 ‘프로퍼티’(property, 스포츠 마케팅에서 마케팅으로 활용할 만한 스포츠 플랫폼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직접적으로는 경기를 보러 오는 관람객과 경기장 안팎의 광고, 중계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한 2차 확산, 각 구단 전시관 등이 이를 설명한다. 또한 전용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서도 팬들과 소통하는 것 또한 그렇다. 말 그대로 PR, 광고, SNS, 이벤트, 전시 등 모든 마케팅 요소가 복합된 훌륭한 ‘마케팅 상품’인 것이다. 

2024 정규시즌 우승팀인 기아는 벌써 '기아 스토어 방문'과 'EV3 바로 알기' 등 기념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모션 진행 화면.


이런 한국시리즈를 ‘광고 매체’로서 살펴본다면, 우선 투입한 광고비용 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게 됐는지 따져보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그럼 먼저 관객수부터 따져보자. 한국시리즈 정도 되면 구장별 만원은 기본이다. 올해 진출팀 기아의 홈구장인 ‘챔피언스필드’와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수용인원은 좌석수 기준으로 각각 20,500석(최대 2만 7,000명)과 2만 4,000석(최대 2만 9,000명). 

이를 1~2차전은 광주에서, 3~4차전은 대구에서 하고 다시 광주에서 5~7차전을 갖는다. 7전 4선승제 경기니, 일단 현장관람객은 최소 4차전까지 어림잡아 10만 명 내외. 

다음은 TV나 OTT를 통해 지켜보는 2차 시청자 그룹이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작년 한국시리즈 시청률은 경기에 따라 대략 4~7% 내외. 시청률은 총 가구수 대비 시청가구수의 비율로 집계하는데, 방식마다 차이가 있어 반드시 “시청율 = 시청자수”의 정비례관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대략적인 추산을 위해, 시청률 1%를 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약 50만 명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경기당 대략 200~350만 명 정도가 한국시리즈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4차전은 치르기 때문에, 올해 한국시리즈의 시청자수는 최소 약 800~1,400만 명 내외. 모집단의 수가 정확하지 않아 편차가 큰 점은 다시 한 번 양해 바란다. 

이렇게 경기장과 TV 시청자수를 합치면 대략 810만 ~ 1,410만 명 정도가 올해 한국시리즈의 관람객 그룹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장 관람객과 TV시청자의 몰입도는 차이가 있다. 또한, 유투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확산과 중계도 있을 것이며, 언론 기사 등을 위한 전파도 있다. 이들 모두 ‘한국시리즈’라는 광고 상품의 간접 노출이라고 볼 수 있다. 단, 여기까지 감안하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지므로 여기서는 제외한다. 

최소 ‘810만 명’이라고만 해도 굉장한 숫자다. 이것도 4차전까지만 했을 때 얘기다. 그렇다면 제작비까지 감안한 최종 광고효과는 어떨까. 더 알아보자.   

   


최소 경기시간 3시간 이상, 그 광고단가는?      

2024 한국시리즈 진출팀인 기아와 삼성의 역대 우승 엠블럼. 기아타이거즈 11회(사진 위)와 삼성라이온즈 8회(사진 아래)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시리즈를 ‘광고상품’으로 봤을 때 제작비는 각 구단의 게임당 운영비가 해당될 것이다. 물론 KBO 비용도 있을 테지만, 여기서는 ‘광고주’인 각 구단의 비용만 계산하도록 하겠다. 

매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의 1년 운영비는 대략 366억 원 정도. 팀당 1년에 144경기를 치르니, 대략 한 경기당 비용은 2억 5,400만 원 수준. 

이를 한국시리즈에 대입해보면, 최소 4차전까지 약 10억 1,600만 원을 제작비로 볼 수 있다.  이 비용을 들여, 최소 810만 명에서 1,410만 명이 관람하게 되는 것. 그렇다면, 인당 광고단가는 비용을 인원으로 나눈 수치, 즉 125.4원(810만 명)에서 72.06원(1,410만 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노출시간은 매 경기 최소 3시간 이상이다. 그 긴 시간 브랜드를 노출하면서 인당 광고비용이 ‘고작’ 72.06~125.4원인 셈. 

이는 ‘수준급’을 넘어 ‘파격’이다. 요새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광고에선 ‘CPC(Cost Per Click)’라는 개념을 쓴다. 이는 ‘광고를 보고 한번 클릭하게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라 정의할 수 있다. 보통 CPC는 몇 십 원 대도 있지만, 업종에 따라 몇 천 원은 물론 몇 만 원 수준도 즐비하다. 단 한 번의 클릭당 비용이 그렇다. 

그에 비해, 한국시리즈는 무려 3시간 이상 경기에 노출되면서 인당 광고비가 72.06 ~ 125.4원 수준이니, 광고 매체치고는 그야말로 ‘넘사벽’ 수준이다.   

게다가 야구는 경기시간 내내 브랜드를 집중 노출한다. 선수들 유니폼에 새겨진 기업 브랜드는 물론이고, 치어리더, 관중들 유니폼, 구장 내 브랜딩, 전광판에 새겨진 각종 메시징까지 사실상 경기장 전체가 움직이는 광고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구단의 이름을 외치며 연호하는 팬들은 또 어떤가. 관객이 이렇게 열광하며 참여하는 광고매체가 어디 또 있을까.  

놀랍게도 그 광고비용 또한 전액 돌려받는다.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성적에 따라 KBO에서 별도 ‘수익 배당’을 받기 때문.   

우선 정규시즌 1위팀은 제반비용(약 49% 추정)을 제외한 한국시리즈 수익의 20%를 지급받는다. 이후 한국시리즈는 우승팀 50%, 준우승팀은 24%를 받는다. 만약 정규시즌 1위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다면 총 70%를 받는 셈. 

선례도 있다. 지난해인 2023년 우승팀 LG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했다. 이들이 받은 배당금은 우승에 대한 배당이 20%로 9억 8,000만원, 한국시리즈는 50%로 19억 6,300만 원 등 총 29억 4,300만 원을 챙겼다. 

LG는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그렇다면 위의 수식에 따라 그때까지 LG가 들인 총 비용은 KBO의 제작비용은 제외하고 약 12억 7,000만 원 정도일 것이다. 그에 비해 수입은 29억 4,300만원이니 무려 16억 7,000만 원 정도가 ‘남는’ 장사가 된 셈이다. 그것도 5차전까지 경기시간을 매 경기 평균 3시간만 잡아도 무려 15시간이나 “무적LG”를 연호하는 팬들로 가득 채워가면서!

이쯤 되면, 인당 광고비용 수준의 논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한국시리즈 진출팀은 1위든, 2위든 광고비 걱정 없이 편안히 돈까지 받아가면서 최소 800만 명 이상에게 반복 노출되는 최고의 광고상품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사실 한국시리즈 최고의 광고 효과는 따로 있다. 스포츠마케팅이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혜택. 바로 ‘팬덤’에 의한 소비자와의 정서적 결합이 한국시리즈만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광고효과다. 

 


스포츠의 ‘팬덤’, 브랜드 선호도 증대로 궁극적인 마케팅  

과연 올해 한국시리즈의 패권은 어디로 갈 것인가. 2017년 기아타이거즈 우승을 다룬 다큐멘터리 화면(사진 위)와 2013년 삼성라이온즈 우승 월페이퍼 (사진 아래).


마케팅의 목적은 인지도와 선호도 등 단 2가지다. 즉, 나를 알게 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것. 한국시리즈에선 이중 둘째 목적이 두드러진다.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표를 끊고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팬덤, ‘브랜드와 소비자의 일체화’가 바로 그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이를 뺀다면, 프로스포츠 구단은 그냥 뛰어난 운동선수들을 모아놓은 하나의 '집단'에 불과하다. 

이런 ‘집단’을 연고지, 컬러, 레전드 등 각종 스토리를 가미시켜, 특정 팬들이 좋아하고 열광하는 최고의 마케팅 상품으로 만드는 게 스포츠 마케터들의 일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 프로축구에는 ‘엘 클라시코(El Clásico)’라는 더비(derby, 라이벌 매치)가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의 강자,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그 주인공인데, 사실 그 구단 자체만으로는 서로 싸울 이유가 딱히 없다. 그러나, 이들 구단에 부여된 스토리를 보면, 역사적으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와 카탈루냐의 중심 바르셀로나는 독립 이슈가 나올 정도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이런 점이 세계 축구 최고의 라이벌전인 ‘엘클라시코’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 진출팀인 삼성과 기아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지역적으로 각각 호남과 영남을 대표하는 강팀이기도 하고, 국내 재계의 라이벌이라는 스토리도 있다. 팀 컬러 또한 빨강과 파랑으로 그 어느 팀보다 대비를 이룬다.  

또 한 가지 있다. 스포츠 팬덤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팬덤이 실제 소비자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확한 상관관계는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흔히 같은 값이면 응원하는 팀의 제품을 집어들 확률이 훨씬 높다. 아무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 즉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노린 것인지, 매번 한국시리즈는 고유의 마케팅 축제를 벌이곤 한다. 시리즈가 끝나면 벌어지는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사은잔치’라는 대규모 프로모션이 그것으로, 승부와는 별도로 역대 우승팀이 펼치는 이들 소비축제의 양상 또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곤 했다. 여기에 우승한 선수단의 엠블럼이나 로고, 사진 등을 써서 기업 이미지를 ‘최고’, ‘제일’, ‘일등’ 기업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이런 마케팅 효과 또한 구단의 성적이 좋았을 때 일이다. 성적이 나쁘거나, 팬들을 끌어들일만한 스토리도 없다면 해당 구단의 스포츠마케팅 또한 ‘단지 야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단지 프로구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높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티켓 수입을 훨씬 넘는 구단 운영비에 만성적자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과연 올해 우승팀은 누가 될 것인가. 또한, 이런 ‘사은잔치’는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될 것인가. 자동차일까, 아니면 휴대폰 등 전자제품일까. 야구팬이자 현업 마케터로서 이는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장외경기’가 아닐 수 없다. 

자!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럼 이제 TV를 켜볼까. 플레이 볼-!



기아와 삼성은 역대 우승 프로모션도 화끈하게 진행했다. 2009 기아 우승 프로모션(사진 위)와 2013 삼성 우승 프로모션(사진 아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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