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역 6번 출구까지는 걸어서 2분, 뛰어서 1분이 걸린다. 8시 58분에 집을 나서서 빠른 걸음으로 6번 출구에 도착,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지 말라는 안내를 무시한 채 뛰어내려 가면 왼쪽에는 특이하게도 문이 미닫이로 되어있는 편의점이 있다. 퇴근길에는 몇 번 들린 적이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는 출근길에 한 눈 팔 새는 없다. 곧바로 한 층 더 내려가서 코너를 돌면 열차가 전역을 출발했다는 안내가 보인다. 휴대폰을 개찰구에 찍고 빠르게 플랫폼으로 내려가 2호선 환승이 빠른 4-2칸 앞에 자리를 잡는다. 혹은 3-4쯤 자리를 잡고, 다음 역인 망원역에서 내려 4-2에 다시 탑승한다. 합정역에서 제일 먼저 내리기 위해서이다. 얌체 같지만, 출근길에는 한 번 밀리면 끝없이 시간이 지체된다는 걸 수 회에 걸쳐 깨달은 바 있기에 합정역에서 4-2칸의 문이 열리자마자 계단으로 직행, 뛰어올라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둔다.
합정역에서 문이 열리면 달리기 시작한다. 늦지 않았더라도, 계단에서 뛰지 않으면 인파에 갇혀 의지와 관계없이 천천히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꺾으면 빵집이 나온다. 갓 구워진 듯한 노란 소보로 향이 좋지만, 쇼케이스를 저렇게 열어두어도 괜찮은 걸까, 매 번 의문을 품으며 빠르게 발 길을 옮긴다. 빵집 옆으로 나와 반대방향에서 사람들이 뛰어온다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걸어도 괜찮다. 이미 2호선 한 대가 지나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텅 비어있다면, 뛰어야 한다. 곧 열차가 들어올 예정이다. 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간 힘으로 7-3까지 계속 달린다. 을지로입구역의 계단은 7-2 앞에 있고, 홍대입구역이나 신촌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7-3과 7-2 사이에 많이 앉아있으므로 둘 중 대기열이 짧은 칸에 타면 된다. 열차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내부를 빠르게 스캔하여 누가 봐도 학생인 승객 앞에 선다. 홍대입구-신촌-이대에서 내릴 확률이 높다. 그러나 역시 누가 봐도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서, 선점이 중요하다. 이어폰을 끼우고 눈을 감고 있는 사람 앞에 서게 된다면, 을지로입구까지 앉는 건 포기해야 한다. 나와 같은 회사원이다. 시청이나 을지로입구, 또는 그 이후에 내릴 예정이다. 많은 눈치를 이겨내고 출근 시간을 30분 늦춘 이후로는, 10번 중 8번이라는 높은 착석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앉아서 가는 출근길은 아쉬울 정도로 짧다. 피곤한 눈을 잠깐 감았다 떴을 뿐인데 어느새 을지로입구역에 도착해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어난다. 7-2에서도 바쁘게 내린다. 미적거리다가는 계단에서 유튜브를 보며/게임을 하며/통화를 하며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 뒤를 답답해하며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개찰구를 빠르게 빠져나온다.
9시 24분, 약간의 시간이 있어 역사 내 빵집으로 마지막 걸음을 재촉한다. 익숙하게 계산대 옆 1,200원짜리 소보로빵을 집어 계산하고 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로 올라간다. 있는 기력을 모아 계단을 오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저녁에 그곳에서 밤을 보냈을 누군가의 짐들이 놓여있다. 누가 가져갈까 봐 걱정이라도 된 듯, 빛이 바랜 빨간색 스웨터로 짐을 지하철 출입구 난간에 묶어두었다. 건너편에는 면세점 오픈 시간을 기다리며 늘어선 관광객 줄이 보인다. 구두에는 최악인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난 후, 지난 4년간 수없이 들락날락해 온 건물에 도착한다. 정확히 9시까지만 문을 잡아주시는 경비원님이 꾸벅 인사를 해주신다.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온 나도 꾸벅하고 들어서서 사원증을 찍는다. 엘리베이터가 시간 맞추어 잘 들어와 있기 바라며 약간 서둘러본다. 경비원님이 엘리베이터가 거의 다 왔다고 눈짓으로 지각쟁이에게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엘리베이터 탑승 시간 9시 28분. 자리 도착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5층의 문과 가까운 자리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충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 전원과 선풍기 전원을 켠다. 오늘도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