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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nne Jan 05. 2021

03. 새해맞이

2년만의 글쓰기와 부서이동

새해를 맞아 글을 써보리라 다짐을 하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다. 엄격한 심사로 탈락자들이 속출한다는 후기 글들을 읽으며 불안에 떨다가, 작가가 되신 걸 환영한다는 메일을 받고 별 거 아니었네,하면서도 내심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작가 신청을 위해 쓴 글을 조금 수정해 발행한다. 꾸역꾸역 하나를 더 써본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코로나로, 그리고 재택 근무로 대표되는 한 해가 훌쩍 지나가고 2021년의 첫 영업일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새해 다짐을 한다. 글을 꾸준히 써보겠다고. 올해는 질보다는 양이다!를 외치며.


3년만에 부서 이동을 했다. 입사 이후 두 번째 이동이다. 첫 번째가 그랬듯, 두 번째 이동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순탄한 이동'이란 사실상 허구에 가까운 개념인 것 같기도 하다. 1) 본인이 이동을 원한다 - 2) 이동을 원하는 팀도 해당 인력을 원한다 - 3) 현재 소속되어 있는 팀은 해당 인력이 없어도 무방하다/충원될 인력이 있다 - 4) 천지신명이 보우하사 그 밖의 다른 요인(예_가고자 하는 부서가 조직 개편으로 사라진다)이 전혀 없다. 네 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져야 어떠한 잡음 없이도 이동이 가능할 텐데, 이 모든 게 충족되어 모두가 웃으며-겉으로 짓는 사회적 미소가 아닌 진정한 웃음- 이동이 마무리 되기란 기적에 가까울테니까. 특히 2)와 3)이 동시에 충족되는 운좋은 경우는 드물다.


아무튼, 약간의 어색한 공기를 남기고 나는 부서 이동을 했다.


2020년의 마지막 영업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짐을 싸며 퇴사할 때는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 정년퇴임이 없는 사기업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퇴직이 외롭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이 없을 때 미리 자리를 옮겨두고 싶었는데, 전임자가 아직 자리를 비우지 않은 상태라 짐만 싸두고 퇴근했다.


전임자의 자리 이동이 늦어진 탓에 출근해서도 원래의 자리에 어색하게 앉아 있어야 했다. 후임자 역시 어색하게 모니터를 손에 든 채로 사무실을 방황했다. 전 세입자가 짐을 빼야 내가 들어가고, 그래야 내가 살던 집에 다음 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그래서 제일 앞에는 누가 있을까 상상하게 되는 이삿날이 떠올랐다. 원래 있던 층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건네는 작별 인사들과 여전히 모니터를 손에 든 후임자의 어정쩡함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짐을 들고 층 이동을 했다. 전임자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지 않아서, 어색하게 노트북을 손에 든 채로 사무실을 방황했다.


빈 책상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다가, 점심 시간이 되어 새로운 사람들과 구내 식당으로 이동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새로운 사람들과 묵묵히 밥을 먹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전임자의 책상이 비워져 있어, 점심 시간을 틈타 짐을 정리했다. 두 번째 팀 이동이긴 하지만, 사무실 이동은 꽤 여러 번 한 터라 익숙한 손 놀림으로 빠르게 이사를 완료했다.


전학 온 중학생처럼, 서로 친한 기존 부서원들을 내심 부러워하고, 그들이 나를 마음에 들어할지 노심초사하며, 그러나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세상 만사 통달한 회사원처럼 앉아 과연 이동을 한 게 잘 한 일인지, (잘 한 일이다)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 지 걱정했다. 전 소속팀으로 이동한 후임자에게 메신저로 기존 업무를 인수인계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하면 되지 뭐.


그렇지만 의지만으로 당장 업무에 투입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기존 부서원들이 연초의 바쁨을 짊어지고 가는 걸 무안해하면서 한동안 바라만 본다. 소소한 과제라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고 새로운 팀장님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알린다. 친절하신 팀장님은 전입 구성원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시지만, 인정 욕구를 다루는 데 아직도 서툰 나는 여전히 조급하다. 팀에 별 도움도 안되면서 퇴근 시간 지나서까지 앉아 있는 전입자에게 팀장님은 왜 퇴근을 하지 않는 건지, 설마 눈치 보느라 그런 건지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눈치를 보고 있던게 맞지만, 황급히 부정의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그 부정에 대한 근거로 적당한 시간-약 20분쯤-을 더 뭉개고 있다가 슬쩍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해가 어떻게 흘러갈 지 감도 안 오는 상황이 은근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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