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우는데요?
‘스트레스 해소법이 뭐예요?’
면접을 다니면서 종종 들었던 질문이다. 사실 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취미생활이 따로 없다. 그냥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좀 힘든 날에는 맛있고 매운 음식, 맥주가 먹고 싶긴한데 이건 스트레스 받지 않는 날에도 먹고 싶다. 그래서 이게 스트레스 해소법은 아니지만, 면접을 볼 때에는 뭐라도 대답을 해야하니 그냥 ‘맛있는 음식과 맥주 한잔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좋은 기분으로 환기하려고 합니다!’ 라고 얘기한다.
나는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거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면 그건 스트레스가 아니지 않나? 해소할 수 있는데 왜 스트레스야.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라면, 그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자연히 잊혀질 일이다.
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냥 힘들어 한다. 맛있고 매운 음식, 맥주를 먹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똑같이 힘들다. 그냥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고, 많이 운다. 언제 이 스트레스로 인한 힘듦이 좀 가벼워지냐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길때다. 내가 힘들어 하는 와중에도 나는 해야할 것도 많고, 보내야 하는 답장도 많고, 만나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너무 힘들고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오롯이 힘들고 우울해하기만 하고 싶지만, 해야할 일을 시작한다. 그럼 또 다른 가벼운 스트레스가 생긴다. 아오 하기싫어 그치만 해야지,,하다보면 무거운 스트레스가 잊혀진다. 또, 나의 힘듦과 우울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존심도 상하고 타인에게도 민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렇치 않은 척 타인을 대한다. 아무렇치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지만, 그런 척을 하다보면 진짜 괜찮아진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어떻게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기보다도 그냥 스트레스를 정통으로 마주한다. 많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고,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온갖 불행이 나한테만 일어난 것 마냥 과몰입하며 운다.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좋은 기분을 마주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이게 더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