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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책방 여행자 Nov 26. 2023

[오답노트 '썸'] 1. '그녀에게 안녕이라 말하기'

나의 연애 일기

집을 맨 처음 지을 때는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영업을 할 때는 A라는 제품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누구한테 팔것인지를 고민하여야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연애의 가장 처음은 '내가 누구이고, 쟤가 누구인가'를 아는 행위인 듯 하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 나는 잘 몰랐다.


고등학생 시절 짝사랑 하던 같은반 여자 친구가 있었다. 어느날 그 친구가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보고 반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친구의 배드민턴 치는 모습에 반했다기 보다는 그친구의 평상시 언행과 느껴지는 분위기에 반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 친구만 보면 참 좋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를 몰랐었다. 그래서 배드민턴을 치면서 친해지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배드민턴체를 들었다.

그렇게 몇 번 옆에가서 다른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치다가 깨달은게 있다면 내가 정말 배드민턴을 치는데 '소질이 없다.'라는 부분이었다. 그 여자애한테 가서 같이 치자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매일밤마다 특훈을 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배드민턴을 치던 어느날 친구가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왜 그렇게 배드민턴을 열심히 해?


나는 적당한 핑계를 대면서 둘러댔지만, 사실 친구는 모든 정황을 알고 있었다. 결국 친구의 꼬리물기 질문에 말려들어서 사실대로 말을 하였고, 친구는 "연애를 해야지 왜 배드민턴을 연습해!!!" 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때 불연듯 한가지를 깨달았다. 진짜 친구 말 맞다나 내가 왜 이렇게 배드민턴에 집착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드민턴을 연습하는 것과 그 친구와 연애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말이다.


친구의 말을 듣고 차분하게 나와 짝사랑하는 여자애의 교실에서의 동선을 확인하였다. 확인하다보니 우리는 저녁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후에 복도에서 짧게나마 마주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저녁시간 때 농구 후 갈아입은 옷을 정리하러 화장실에 갖고,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보다 빠르게 복도 사물함으로 나와서 학원 교재를 챙겼다.

그 날부터 옷을 정리하러 가는 시간을 일관성 있게 그 친구가 나가는 시간대에 맞춰서 나갔다. 그리고 수천번의 연습 끝에 지구를 뒤집을 한 마디를 건낼 수 있었다.


"안녕?"


처음에는 어색한 안녕이었지만, 이후 3번 정도 인사를 하니 어느날 아침부터는 등굣길에 마주치면 인사를 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교실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그 친구와 친해졌다. 조언을 해준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학기가 끝날때까지 배드민턴을 연습하다가 끝날뻔했다.


직장인인 우리는 어떻게 해!!!


이 이야기를 듣다보면 머릿속에 드는 불평일 듯 싶다. '학창시절의 빛나는 짝사랑 이야기야 누구나 있지만, 지금 당장 연애를 하고싶은 나는 30대 쯤의 직장인이다. 그런 나에게 연애의 시작을 어떻게 매번 똑같은 시간대에 인사를 하라는 것이냐.' 그런데 직장인들의 사랑 시작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개를 받아서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가 아닌 자주보는 이성을 좋아하게 됐다면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것 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생각을 한다.

만약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인사를 나누기 부적절한 공간이라면 명함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명함을 줬는데 불쾌해서 다음날 부터 그 시간대에 버스를 안타면 어떻게 하냐!' 라는 질문을 한다면 '거기까지다'라고 답변을 하고 싶다.


연애는 외모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부딪히고 맞춰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사람이 아니면 안돼' 또는 '이사람한테 호응을 못받았으니 난 별로인 사람이야'라고 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명함에 적힌 정보를 건내며 내가 이런 사람이고,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 라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정도면 충분하다.


명심해라. 사랑의 첫 시작은 '안녕'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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