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왜 홍콩? = 그냥!
우리의 세 번째 해외여행.
첫 해외여행은 신혼여행 호주, 두 번째 해외여행은 대가족 여행 푸꾸옥.
다소 급발진으로 계획하고 실행했던 세 번째 여행지는 홍콩과 마카오였다.
그렇게 그냥 바람 쐬러 놀러 간 카페에서 해외여행이 가고 싶었다.
일본 오사카나 도쿄를 갈까, 대만을 갈까.
어디가 됐든 제주 직항이 있는 가까운 나라로 다녀오자 고민하던 찰나에
홍콩 항공권이 저렴했음 + 야경이 예뻐 보임 + 우리의 일정 상 홍콩행이 가장 합리적임.
그래서 출국 일주일을 앞두고 홍콩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꽤나 중요한 선택과 결정 앞에서 우리는 다소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길고 긴 시간 동안 개인적인 숙고, 서로 간의 대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이것이 우리의 부부 관계에, 우리가 서로의 파트너로 존재하는 데에 굉장히 축복받은 일로 여긴다.)
홍콩익스프레스로 항공권을 예약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무려 꼬박 하루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가 어떤 항공권이든 공홈(공식 홈페이지)만 이용하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고, 이 병에 걸린 이유는 1. 여행사 앱 등을 통해 예약해야 할 경우 지불해야만 하는 수수료를 지불하는 일이 배가 아프기 때문 2. 항공권이나 여행 일정에 트러블이 생길 경우 환불 교환 등의 절차가 까다로워서 애를 먹었던 경험이 몇 번 있음 등이다.
몇 번의 시도를 거치며 분노의 소용돌이+수많은 희망 고문 끝에 홍콩행 비행기 예약에 성공했다.
비행기 티켓 두 장이 품 안으로 들어오니 그 밖의 준비 절차들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최근 1~2년 사이에 해외여행을 꽤 자주 다녔기 때문에 해외여행 준비와 계획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역할분담으로 말하자면 나는 항공권 예매, 각종 할인 쿠폰과 혜택을 찾아서 티켓팅 or 결제하기, 예산 관리 등을 도맡고
그는 구글맵, 각종 후기 등을 참고하며 N박 N일의 일정 동안 어디를 갈지 동선을 정한다.
그리고 여행 전날 개인적으로 필요한 짐을 각자 챙기되, 내 나름의 짐들을 파우치에 정리해서 꺼내놓으면
다소 좁아 보이는 작은 배낭 하나에 그 많은 것들을 차곡차곡 야무지게 들여 넣는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능력은 이 집안의 어메이징 한 내력이었음ㅎ)
(그리고 이렇게 정한 각종 계획과 일정들, 각자의 방식에 대해서 우리는 대부분 터치를 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 역시 우리가 빠르게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었으며 성공적으로 안정을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여긴다.)
그렇게 우당탕탕 해외여행 준비를 마쳤다.
속전속결+손발 척척 여행이었지만 나의 컨디션이 변수가 됐다. 이때 느꼈던 미안함과 죄책감이란.
홍콩 여행을 계획하는 기간부터 출국하는 당일까지 꽤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퇴사와 이직이라는 내게 꽤나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있었고
근래에 지원했던 회사 가운데 한 회사의 채용 절차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며칠간 서울을 꽤 자주 오갔던 탓이며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밥을 굶어가며 지하철역과 공항을 전력질주했던 탓이었다.
출국 전날 목이 까끌거리는 게 이상해 타이레놀을 한 알 삼키고 잤음에도 컨디션은 돌아오지 않았고
집 나간 컨디션은 결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에야 겨우 귀가했다는 이야기..
출국날인 대망의 3월 23일. 오전 8시 이륙하는 티켓이었기에 오전 6시 집을 나섰다.
공항에서 수속을 모두 마치고 따뜻한 국물로 목과 속을 달랬다.
이날 폭설 날씨의 영향으로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30분 지연 끝에 비행기는 다행히 정상 운행했다.
따뜻한 물이 간절했지만 제주공항 국제선 정수기에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목이 건조하고 편도가 따끔거려 신경 쓰였지만 앓아누울 정도가 아니라 다행이라 여겼다.
돌아보면 집에서 쉴 수 있었던 일정이었다면 분명히 알아 누웠을 일이지만, 해외여행 특수가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괜찮아. 그냥 찬 물이라도 마시지 뭐" 라던 나의 말을 뒤로하고 그는 따뜻한 물을 구해오겠노라며 텀블러를 쥐고 사라지더니, 몇 분 뒤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을 구해왔다.
"엥 어디서 어떻게 구했어"
"아까 밥 먹었던 식당에 가서 부탁했어. 감기 환자 있다고 따뜻한 물 좀 달라고 부탁했더니, 정수기에서 찬 물을 받아서 뜨겁게 끓여주셨어"
(이런 상황을 두고 나는 '기적'이라 일컫는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 온전히 정성일 수 있을까. 너처럼 귀한 인간이.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도 함께)
오전 8시 25분. 두근두근 홍콩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