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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Mar 01. 2019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서평

북유럽식 삶의 가치, YOLO, 소확행, 워라밸. 이런 류의 단어들이 한국사회에 불어닥치기도 한참 전, 홍대인근의 한 골목길 구석탱이에는 '헬로 인디북스'라는 독립책방이 있었다.






▲지금은 연남동 동진시장 옆으로 이사한 책방 헬로 인디북스의 모습. (fuji_instant_camera)


불어나는 독립출판시장의 규모와 함께, 전통과 개성을 가진 책방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만 해도 요 몇 년사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책방이 생겨나더니 현재 그 수가 200곳이 넘었다고 한다. 대형서점의 수를 감안하고 서울의 독서인구와 비교했을 때, 꽤 많은 숫자다.


그렇다고 책 장사가 많이 남는 돈벌이라는 뜻은 아니다. 대형서점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공급률과 일일이 책을 입고하고 홍보 및 정산하는 노력에 비하면 수입은 절대적으로 불합리적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직장도 때려친 마당에 책방주인은 어디 불평할 구석이라도 있으랴.


거기에는 한국 사회의 도서 유통구조도 한 몫 한다. 온라인 10퍼센트나 할인은 기본이고, 대형서점에는 마음껏 골라 읽으라고 편한 소파까지 마련해주는데, 독립책방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다. 우리 동네에 자주가던 독립서점이 몇 달 전 문을 닫은 것만 봐도 그렇다. 그만큼 쉽지 않은 영업 실정이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책방은 끊임없이 손님들의 이목을 끌 행사를 기획하고 발걸음을 돌리기 위한 독립책방 만의 아이덴티티를 개발해야 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 일련의 노력은 '좋아서 하는 일' 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되곤 한다.






▲이보람,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헬로 인디북스의 주인장이 책방 오픈 이후 블로그에 연재했던 일기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겪어온 고충과 회의감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한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서점을 꿋꿋이 지켜가던 그녀는 이제 잔뼈굵은 독립출판계의 대모가 되어 버렸다.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법한 대안적 삶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그 고민 끝에 용기를 낸 일부는 귀촌에서 답을 찾기도 하고, 대기업 퇴사를 감행하여 개인 공방을 차리는 사람도 더러 있다.

물론 모두가 성공신화를 쓰는 건 아니다. 포기하고 도시로 역이민을 오는 경우도, 가게가 망해서 재취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다. 좋아하는 일과 밥벌이가 겹쳐지면 결국에는 먹고 살 방법을 찾는 게 먼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감을 체험하고, 기대치를 최저로 낮추어 만족을 찾아야만 하는 일이다.


책방지기의 말에 의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부양할 가족이 없어 그러느냐, 요즘 사람들은 힘든 일은 절대 안할려고 한다, 책임감이 없다 등등. 그러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기도 절대 만만하지는 않다. (이는 브로드컬리 매거진의 인터뷰집,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팔릴 거라 생각했나?> 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몇몇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감수하고도 꿈을 실행에 옮겼다. 이에 독자들은 나는 차마 못한 선택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일말의 위안과 또 영감을 얻는다.






이제 젊은이들은 무언가를 쟁취함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던 시대와 선을 긋고, 작은 공동체 안에서 소소한 상호 승인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 시대에 적합하고, 또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예를들어, 지금 같은 시대에 부자를 삶의 목표로 삼는다면 우리는 영영 그것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따라서 ‘넘버원’을 목표로 하는 레이스는 고될 뿐이다.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그런 경주에서 내려와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또 그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후루이치 노리토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누구나 일과 행복 그 사이의 균형에 대한 궁금증을 품어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어떤 사람들은 과감하게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당당하고 주체적인 행보 그 이면에는 무한한 고뇌와 걱정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들이 선택한 삶의 가치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증명되면서 그 고민의 지혜를 엿보려는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그렇게 갈망하던 행복을 쟁취했을까? 책을 덮고나면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수차례 새로운 난관에 부딪히고, 아직도 역경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망하고 성공하고를 떠나서 내가 원하는대로 삶을 개척하겠다는 신념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분명 갈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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