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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작가 동하 Dec 11. 2022

손뼉 치기는 박수... 발바닥 치기는?

주말 아침, 이불 위에서 뒹굴고 있는데 딸아이가 옷에 달린 끈을 혼자서 맸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엎드린 자세 탓에 빌릴 손이 없어서, 대신 자유롭게 놀고 있는 발을 사용했다. 발바닥을 들어 올려 짝짝짝, 마치 손으로 박수를 보내는 것 같은 시늉을 했다. 


"아빠가 발로 박수하는 거야. 잘 묶었네. 잘했어."


잠시 뒤 생각해보니, 박수라는 말을 쓸 게 아니었다. 박수는 '기쁨, 찬성, 환영을 나타내거나 장단을 맞추려고 두 손뼉을 마주침'이라는 뜻이다. 칠 '박'(拍)에 손 '수'(手)가 결합한 단어다. 손이 아닌 발을 사용해 쳤으니 수(手)가 아닌 족(足)을 써야 옳다. 즉 '박수'가 아닌 '박족'(拍足)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박족이라는 단어가 있을까? 검색해보니 정식으로 국어사전에 등록된 단어는 없었다. 


이와 같은 고민을 했던 흔적을 온라인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블로그 등에서 누군가 갓난아이가 발바닥을 서로 마주치는 모습, 건강을 위해 발바닥을 서로 부딪치는 모습을 올리며 "박수가 아니라 박족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박족이라는 신조어 탄생의 순간? 하지만 좀 더 연구해보니 박족이라는 말을 쓰기는 어려웠다. '박'(拍)자 때문이다. '박'은 '치다'라는 뜻이 있긴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손뼉 칠 박'이라는 의미가 정확하다. '박'은 뜻과 음이 결합한 형성문자다. 手(손 수)자는 뜻으로 白(흰 백)자는 음(백→박)으로 결합했다. '손바닥을 마주친다'는 뜻이 있어서 발바닥을 서로 칠 때에도 '박족'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치다'라는 의미를 가지면서도 손이 아닌 발에도 쓸 수 있는 다른 글자는 없을까. 우선 '칠 타(打)'가 떠올랐다. 박족이 안 된다면 타족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들여다봤다. 하지만 '타'자도 결국 '손'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었다. 두 글자의 뜻을 합쳐 만든 회의문자인 '타'는 手(손 수)와 丁(못 정)의 결합으로 '손으로 못을 내리치다'는 의미였다. 두드릴 박(搏)도 마찬가지로 손이라는 의미가 포함됐다. '치다'라거나 '두드리다'는 뜻을 가진 한자어는 다수가 글자에 '手'자를 사용한 걸 알 수 있었다. 


'치다'는 의미를 가지면서도 손이 아닌 발에 사용할 수 있는 글자를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차다'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는 척(踢) 등이 있었다. 하지만 발바닥을 치는 정도를 가지고 '차다'라는 뜻이 담긴 글자를 쓰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결론은 굳이 한자어를 쓸 필요는 없다는 것. 박수를 '손뼉을 치다'라고 하듯이 발바닥을 치는 건 그대로 '발바닥 치기' 정도로 부르면 될 일이다. 우리말을 쓰면 이렇게 쉬운 일인데, 괜히 어렵게 빙빙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손뼉은 '손바닥과 손가락을 합친 전체 바닥'을 의미한다. 어원은 '손+-ㅅ+벽', 다시 말해 손과 벽이 결합한 단어다. 그렇다면 발바닥과 발가락을 합친 전체 바닥을 뜻하는 단어는 없을까. 발벽 혹은 발뼉이라는 단어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혹시나 아는 분들은 댓글 부탁합니다.)


이유를 추정해 봤다. 


첫째는 손뼉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손뼉 치다'는 말은 일상에서 너무나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찬성하거나 동의할 때, 좋아하거나 축하할 때, 손뼉 칠 일이 많지 않나. 그런데 발바닥을 칠 일은 도무지 없다. 


둘째는 규모의 차이 때문이다. 손바닥과 손가락은 거의 반반이다. 손뼉 치기를 단순히 '손바닥을 친다'라고만 하기엔 손가락이 울고 갈 일이다. 반대로 '손가락을 친다'고 하는 건 더 이상하다. 하지만 발바닥과 발가락은 규모 차이가 상당하다. 어림잡아 8대 2 혹은 9대 1 정도 되지 않나. 발가락을 생략하고 '발바닥을 친다' 정도로만 말해도 발가락이 그리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언어의 세계는 이처럼 일상과 밀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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