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델링 Aug 10. 2023

175 배추흰나비처럼 훨훨

별다방 블렌드

회원님, 엉덩이 물 으로 나와야 합니다.

회! 원님, 출수킥은 세게 팍~ 하세요.

회-원님, 위로만 올라오지 말고 가슴을 앞으로 밀듯 올라오세요.

회원님!!! 제발 제 말 좀 듣고 하세요.


강사님 말씀을 따라 몸을 움직여 나는 봄날의 한 마리 나비가 되었다. 마음만 그렇다. 양쪽으로 펼친 팔이 나비처럼 보이길 바란다는 뜻이다. 유독 팔이 긴 탓에 활짝 펼쳐진 나비 날개 같은 효과는 분명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잘하지 못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생활체육인이 되기로 다짐한다. 빠르고 야무진 체육인보다 꾸준히 지속하는 체육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좋아하기로 한다. 운동을 즐기는 생활체육인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도구나 장소,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일상을 이어가며 즐겁게 운동하는 생활체 모두 아자아자!! 조금만 노동을 해도 금세 파김치가 되던 체력이 오래 견딜 수 있게 되었기에 이제 나는 주변인에게 운동을 권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피의 매력은 쓴맛이 주는 오묘함이다. '쓰다'라는 한마디 속에 다양한 이미지가 들어 있다. 상의 잡다한 부스러기 같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세련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쓰다'라는 말은 삶중심이 되는 단어라고 여긴다.  쉽게 질리는 단맛과 달리 꾸준히 즐기기에도 좋은  맛이다. 질리지 않는다. 억울하거나 살짝 눌러야 하는 웅크린 감정이 있을 때 위로가 되는 맛이다. 느리고 더딘 맛이다. 조용하고도 집중력을 주는 맛이 쓴맛이라 생각한다. 답게 일관성 있게 살아가도록 응원하는 맛이다. 


오늘의 커피는 별다방 블렌드. 아이스로 마시니 속이 시원하다. 운동 후 마시니 또 다른 맛이다. 과테말라 안티구아처럼 스모키 하다. 쌉쌀함과 고소함이 나란히 있다. 묵직하지만 가벼워서 바람이 솔솔 부는 맛이다. 마음을 허락하는 몇 안 되는 친구랑 말없이 마시기에 좋은 커피다. 분히 할 일을 하고 유유자적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마신다. 쌉쌀한 맛에 안락함을 느낀다. 한 잔 마시는 동안 스스로에게 말다. 수고했어! 내일오늘보다 실히 배추흰나비의 날갯짓을 배우리라  다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74 여름으로부터 다시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