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팔지 않는 건 뭘까? 아들의 답이 걸작이다. 엄마의 포근한 사랑입니다용. 헐, 어느새 애드립의 선수로 자랐다. 순간 재치가 빛난다. 집 밥을 포기할 수 없는 본능이 사회성을 강화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눈 끝을 향해 올라간다. 듣고 또 들어도 달달한 말에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올린다.
커피나무 씨앗을 샀다. 결제하면 집에서 편안히 씨앗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대략 5 - 6천 원이다. 택배비는 별도다. 깊이 3cm쯤 되는 볼에 물을 흠뻑 적신 솜을 깐다. 씨앗을 올리고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려준다. 수시로 물을 뿌려야 한다. 씨앗이 마르면 곤란하다. 3 - 4일 후 피치먼트가 약간 미끈미끈 점액절이 나온 걸 느낄 수 있다. 잘 불려진 이 씨앗을 화분에 파종한다. 화분 한 개에 씨앗 한 개를 심는다. 물론 여러 개를 심어도 상관없다. 물 빠짐이 좋고 질소, 인, 칼륨 등 영양소가 든 흙을 사용한다. 손가락 한마디 깊이 정도로 심는다. 15도 이상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면이 마를 때 물을 주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키운다. 파종 후 60일이 되면 뿌리를 내린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온다. 그 후 30일이 지나면 반질반질한 떡잎 2장이 나온다. 기름칠을 한 듯 매끈하다. 빗방울이 닿으면 또르륵 구를 것 같다. 떡잎이 나온 후 90일이 지나면 작은 커피나무가 된다. 이때 분갈이 한다. 이후 두 번 정도 분갈이가 더 필요하다. 파종 후 3 - 4년이 되면 하얀 꽃잎 5장이 달린 커피 꽃을 볼 수 있다. 치자나무 꽃과 흡사하며 달달한 향이 난다. 화무십일홍이라 커피 꽃 또한 열흘 안에 진다. 꽃 진 자리에 작은 청색 열매가 맺는다. 이후 8개월이 지나면 붉은색 열매가 된다. 흔히 말하는 커피 체리다.
요즘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는 분들을 본다. 체리 수확이 목적은 아닌 듯하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자신의 손으로 재배한 열매를 뿌듯한 마음으로 느껴보겠다는 심리적 측면이 아닐까 추측한다. 물론 나는 자라는 과정을 즐긴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자연스러움이 우리 삶과 닮아서 좋다. 그럼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커피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 체리는 몇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 3-5년 차 커피나무 한 그루는 대략 커피 체리 50개를 얻을 수 있다. 생두 한 개가 약 0.2g이라 가정하자. 로스팅 후 원두는 0.16g이다. 20g의 원두로 200ml를 추출하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커피 한잔을 즐기기 위해서 자신의 커피나무를 심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커피나무 한 그루가 겨우 커피 두 잔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다. 커피 한잔을 즐기기 위해서는 긴 세월과 인내가 필요함을 알면 커피가 더 맛있을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인 헤르또. 새콤달콤한 맛이 강한 핀란드산 블루베리의 산미가 느껴진다. 가볍고 진한 쌉쌀함이 있다. 늦여름 해가 지는 저녁 풍경이 그려지는 커피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부엌이 보이고 숟가락으로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바람은 미미하게 불고 가끔 개 짖는 소리도 들리는 골목도 보인다. 밥 먹으러 뛰어가는 아이들의 땀방울이 튕긴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아이들 발에 붙었다. 천천히 배가 고파지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식구들을 기다리는 엄마가 슬핏 웃는 시간이다.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각자의 생각에 잠기는 풍경이 편안하다. 쌉쌀한 향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순해진다. 다독다독 코오 자게 해주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