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1980년 대에 불러 유명해진 노래 “대전부르스”는 원래 안정애라는 가수가 1956년에 발표한 노래이다. 이 노래의 가사 2절은 “ 기적소리 슬피 우는 눈물의 플렛트홈 무정하게 떠나가는 대전발 0시 50분”이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플렛트홈은 아마도 요즘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Key word인 플랫폼의 1950년대식 표기일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는 기차나 버스와 같은 운송수단을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승강장을 뜻하는 플랫폼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요즘 화두가 되고 각광을 받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플랫폼을 의미하는 승강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알다시피 승강장은 기차, 지하철, 택시 또는 버스와 같은 운송수단과 승객이 만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서로 만나 승객은 돈을 지불하고 운송수단은 승객을 원하는 장소까지 데려다준다. 이와 같이 승강장의 주 역할은 승객과 운송수단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승강장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신문이나 잡지 혹은 먹거리를 판매하는 매점이나 자판기가 반드시 있다. 또한 승강장 주변에는 대부분 광고판이 설치되어있다. 그리고 승강장의 근거리에는 크고 작은 상가가 조성되어있는 것을 우리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승강장에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승강장 같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는 주력사업으로 주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부가적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부가적인 수익이 주수익 보다 오히려 훨씬 많을 때도 있다.
이렇듯 승강장은 주 수익모델인 승차요금 이외에도 매점, 자판기 수익 그리고 광고 수익과 같은 부가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승강장에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많이 몰려든다. 왜냐하면 사람이 운송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승강장 때문이다. 승강장은 사람과 운송 수단의 거점(플랫폼) 역할을 하며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지며 무수히 많은 가치 창출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이다.
이런 플랫폼 비즈니스와 대비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파이프라인 비즈니스라고 한다.
파이프라인 비즈니스는 생산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일 방향으로 제공하는 모델이다. 이에 반해 플랫폼 비즈니스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플랫폼을 공유하며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동영상을 시청하면 소비자가 되고 유튜브에 자신의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생산자가 된다. 또한 에어비앤비에서 숙박시설을 임대하면 소비자가 되고 나의 아파트를 에어비앤비에 숙박시설로 제공하면 생산자가 된다. 이렇듯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가치를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봉이 김선달의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마치 자기 것인 양 팔았듯이 플랫폼 사업자는 자기 제품은 하나도 없이 제품을 팔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불량 재고를 전혀 가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단 한 개의 자기 제품과 재고가 없다. 우버는 단 한대의 자기 택시와 쉬는 차가 없다. 에어 비앤비에는 단 한 개의 자기 숙박시설과 빈 방이 없다.
그저 플랫폼 사업자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만 유지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스스로 생산과 소비 그리고 마케팅을 하면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해나가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의 활성화에 힘입어 태동하기 시작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2000년대에 와서는 전통 파이프라인 비즈니스를 압도하기 시작했고 모바일이 대세가 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에는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이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Top 5 시가총액 기업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은 세칭 “GAFAM”이라고 불리는데 Google-Apple-Facebook-Amazon-Microsoft를 지칭하는 약자이다. 한때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GE나 액손과 같은 전통 파이프라인 기업은 이젠 더 이상 시가총액 상위 그룹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2021.03)
대한민국의 상황도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 미국과는 달리 재벌그룹이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급진적인 변화가 오지는 않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시가총액 top 10 기업에도 플랫폼 기업이 2개나 포함되어있다. 그 하나는 인터넷 검색 플랫폼의 최강자 네이버이고 또 하나는 모바일 SNS 플랫폼의 최고봉 국민 메신저 카카오이다. 1999년에 설립된 네이버는 이제 시가총액 60조가 넘는 거대기업이 되었고 2010년에 자그마한 벤처기업으로 설립한 카카오는 시가총액 40조가 넘는 초 우량기업이 되었다. 불과 20년 만에 이룩한 쾌거이다.
이들은 승강장 주변에 매점, 자판기, 상가, 광고판을 설치하듯이 네이버는 검색 플랫폼을 시작으로 그 위에 금융, 광고, 쇼핑, 웹툰, 뮤직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 얹어 년 6조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네이버 플랫폼 제국을 탄생시켰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플랫폼 위에 게임, 택시, 대리기사, 은행 등의 산업 영역을 가리지 않는 비즈니스를 연계해서 대한민국 시가총액 7위의 카카오 플랫폼 제국을 건설했다.
이들이 또 어떤 비즈니스를 그들의 플랫폼 제국 위에 얹혀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야흐로 플랫폼 대제국이 건설되고 그 전성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