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라도 하나 남을 수 있다면, 그 일은 성공이다.
모든 일이 다 잘 되면 좋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노력한 만큼 안 될 때도 있고(어떨 때는 노력 대비 잘 될 때도 있고...) 모든 좋은 조건을 다 때려 넣어도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는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기 때문에 콘텐츠 하나하나를 프로젝트로 보고 흥행 및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보통 일반적인 회사에서 다루는 프로젝트 - 나의 경우에는 앱 론칭이나 TFT 종료 후 신사업 진행 여부 결정 등이 해당될 것 같다 - 를 제 시간 내에 마치는지 여부에 따라 그 업무를 잘했는지 가늠하곤 한다. 모든 프로젝트에 나의 역량을 100% 쏟아붓는다,라고 감히 단언할 순 없지만 의욕이 붙는 프로젝트에는 때로는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한 적도 많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할 때는 현재 하는 프로젝트와 유사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없거나 그 프로젝트의 실패가 회사에 큰 타격을 줄 경우인 것 같은데 이럴 때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업무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에 가까운데,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최대한 같이 일하는 관계자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때로는 상대방 쪽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요구하거나, 우리 쪽의 정당한 요청을 상대방이 거절할 때 등 관계를 뒤흔드는 사건들이 무수히 발생하지만, 최대한 감정적인 대응은 빼고 완전히 불가능한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 주려고 한다. 보통 모든 관계는 Give&Take 이기 때문에 업무에 있어서도 예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일을 할 때는 내가 주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원래 줘야 할 최소한의 몫이라도 돌려준다면 그 외에는 개의치 않으려 한다. 왜나햐면 이 업계가 상당히 좁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끝낸다고 해도 다음 프로젝트에서 또 마주치고, 또는 경쟁사 프로젝트에서 마주치고, 그럴 일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몫마저 돌려주지 않으려는, 아주 보기 드문 이기적인 사람만 아니라면 내가 좀 더 주고 잊어버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이러한 태도 덕분인지, 소위 말하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한 사람과도 관계가 좋은 편이다. 사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가 쉽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음 상하는 일들이 더 많기 때문에 보통은 관계자들끼리 서먹해지는 경우가 많다. 서로를 비난하다 보면, 'A 씨가 말하길, oo프로젝트가 망한 게 B탓이라고 하더라...' 하면서 가뜩이나 좁은 업계에 좋은 가십거리만 던져주기 십상이다. 그리고 암암리에 도는 그러한 소문들은 나같이 외부 일에 무심한 사람에게까지 가끔 흘러들어 오고, 그 소문의 주인공들은 실제로도 사이가 소원해지곤 한다. 나의 경우에는, 모든 실패한 프로젝트의 관계자들과 다 관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몇몇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비록 그 프로젝트는 대차게 망했어도 아직까지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맺어진 사람들과는 때로는 만나서 예전 일을 꺼내며 그때는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힘들었었다, 하며 추억을 공유하곤 한다. (생각해보니 이 정도라면 "라떼는 말이야~" 수준이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음 프로젝트에서 그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는 oo 씨가 가끔 말하곤 한다. "비록 우리가 그 프로젝트는 망했지만, 네가 얼마나 그 프로젝트를 살리려고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어. 내가 막 던지는 아이디어들도 최대한 받아서 현실화시킬 수 있는지 검토하고 실현해줬잖아. 그리고 같이 xx 씨 설득하려고 밤새 통화했던 거 기억나? 내가 좋은 작품 하게 되면, 너랑 다시 하고 싶어."라고 말이다. 굉장한 칭찬에 낯 뜨거워졌지만, 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또, 아직까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xx씨도 같이 했던 프로젝트를 상기하면서 비록 프로젝트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여러 행사를 발로 뛰어가며 더 잘해보려고 고민하던 서로의 모습이 좋아서 아직까지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웃곤 한다.
일은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된 인간관계는 내 노력 여부에 따라 더 좋게 형성될 수도, 나쁘게 와해될 수도 있다. 비록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좋은 인간관계를 얻었으니 결코 실패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이라도 하나 남을 수 있다면, 그 일은 성공이라고 표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