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정미 작가의 책 <내 모든 것>을 읽었다.
에세이임에도 소설처럼 느껴질 만큼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하나같이 버거웠다.
불행이 또 다른 불행을 부르고, 사고와 상실이 쉼 없이 이어지는 모습은 어떤 말로도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처연했다.
읽는 내내 세상의 모든 불행을 한 권에 몰아넣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내가 그저 운 좋게, 혹은 무감하게 그 수많은 불행을 비껴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다만 이 이후로 글을 이어 가기가 어려웠다.
자칫 자조적인 넋두리만 늘어놓거나, 버릇처럼 그럴듯한 문장들로 감정을 봉합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덮은 지 2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쓰고 있다.
책의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구성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각 챕터 표지에 놓인 귀여운 음표들은 무거운 이야기의 시작을 역설적으로 경쾌하게 열어주어 분위기를 환기해 주었다.
타인의 숨겨진 상처와 결핍을 묻는 매개로 영화를 활용하는 방식도 좋았다.
그 방식을 빌려, 나도 인생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비춰보았다.
나의 인생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다.
지금까지는 그 이유를 단순히 배우들의 분위기나 정교한 연출 덕분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박과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투영된 것은 아니었을까.
압도적인 무언가에 의해 스스로가 붕괴되는 순간 오히려 가장 솔직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이 그 안에 깃들어 있었던 건 아닐까.
돌이켜보니 이 책은 단순히 불행한 이들의 기록이 아니었다.
타인의 삶을 어디까지 온전하게 들을 수 있는지, 또 나는 타인 앞에서 어디까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지 묻는, 듣는 이의 자세에 관한 책이었다.
지금은 잊고 산다고 믿는 나의 몇 가지 불행들도 누군가의 인터뷰를 통해 차곡차곡 재구성된다면, 이 책의 인물들 못지않은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렇게 말해지고 그렇게 들어져,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하나의 평범한 불행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의 불행을 가만히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