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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Mar 06. 2022

디지털기기로부터의 단절이 명상효과를 불러온다.

태국에 온지 오늘로 3주 째다. 이 나라에 와서 좋은 것이 여러가지 있다.


첫번째, 겨울이라 추워서 얼어죽을 지경인 한국과 다르게 여기는 따뜻하다는 것이다. (일 평균 온도가 26도 ~ 31도 사이). 나는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어릴 때부터 몸이 차가워서 여름에는 크게 덥지 않은 반면 겨울에는 남들보다 더 크게 추위를 탔기에 그렇다. 체질 자체가 땀도 잘 안 나고 더위도 크게 느끼지 않아 더운 날씨가 나에게 더 적합하다.

극명한 온도 차이

두번째, 영어 단어 중 Sunshine Hour라는 개념이 있다. 말 그대로 해가 뜨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 시간이 국가 별로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해가 가장 짧은 나라인 러시아와 북유럽은 1년에 1700시간만 해가 뜬다. 이 시간이 왜 중요하냐면, 실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존재라 일조량이 우울증과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일조량이 많은 여름보다 가을과 겨울에 우울증 환자 수치가 대폭 증가하는 통계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 Sunshine Hour가 적은 나라가 우울증 환자가 더 높다는 인과관계가 보고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일조량은 어떨까? 러시아와 북유럽은 1700시간, 벤쿠버는 1900시간, 서울은 2000시간이다. 한국의 일조량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반도 위도 자체가 높아서 그렇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시드니는 2500시간, 내가 지금 있는 방콕은 2600시간이다. 확실히 겨울철에 한국에 틀어박혀 있을 때보다 이 나라에 있으니 기분도 경쾌해지고 살 맛 나는 느낌이 든다. 우울증 걸렸을 땐? 일조량 많은 나라로 토껴! 이게 과학이다.


세번째, 물가가 미친듯이 싸다. 지금 나는 한달 렌트로 호텔을 계약해서 살고 있는데 요금이 12000바트다. 한국 돈 44만원 정도(하루 14600원 정도)인데, BTS 역 바로 옆에 붙어 있고 매일 청소도 해준다. 한국에서 서울에 고시원 하나 구할 돈이면 여기 와서 럭셔리하게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코로나 시국이라서 입국이 너무 힘드니 외국인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태국 호텔들이 땡처리 숙박 판매를 하고있다.


사실 더 저렴한 월 6900바트 짜리 호텔 (3성급, 한국 돈 25만원)도 있었는데 수영장도 즐기고싶고 조금 더 럭셔리하게 살고 싶어 월 44만원 짜리 호텔로 왔다. 진짜 이 돈이면 서울에 고시원 하나 구할 돈인데.. 물가가 말이 안된다.

내가 저번에 묵었던 호텔 (꽤 좋음, 3성급)의 25만원 월 렌트 광고

식비는 또 어떤가. 웬만한 식당을 가도 한끼에 100바트면 해결이 가능하다. 한국 돈 3700원. 이것보다 더 저렴한 식당도 많은데 (60바트 정도. 한국 돈 2000원), 역시 나는 조금 더 럭셔리하게 사는 중이다. 그래봤자 한국 물가에 비하면 택도 안되게 저렴하다.


이 나라에서 압도적으로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타이 마사지’다. 당연하겠지만, 이곳은 태국 본토이기에 태국 마사지가 정말 저렴하다. 한국은 1시간에 평균 4만원 정도를 하는 것이 여기서는 1시간에 100바트다. (3700원) 대략 한국의 12분의 1 정도 되는 가격이다. 나는 주에 3번 이상 호텔 근처에 있는 로컬 마사지샵에 간다. 영어는 못하시는데 아줌마가 압 조절을 잘해주셔서 진짜 시원하다.


갈 때마다 36000원씩 버는 느낌이랄까. 자동으로 적용되는 오토 할인쿠폰을 항상 달고 다니는 느낌이다. 그런데 오늘 태국 마사지를 받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명상효과가 장난이 아닌데?”


그렇다. 사실은 이게 오늘 글의 주제다. 앞에 쓴 것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왜 태국 마사지를 받으면 명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일까?


1) 카카오톡으로부터의 단절 :


전에 쓴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나는 ADHD를 가지고 있다. 이 질환의 특징은 멀티테스킹이 절대 안된다는 것. 단 기간에 하나에만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매일 카카오톡을 하다보면 하루에 용량이 정해져 조금 밖에 쓰지 못하는 집중력을 저 메신저에 다 빼앗기게 된다. 물론 인간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카톡을 하는 내용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쓰잘데기 없는 내용이다. 가끔 일에 관련된 것이나 중요한 코인 정보 듣는 경우라고 해봤자 비율 상 1% 정도.



이것도 예전에 쓴 글인데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거나 우리들을 행복으로 안내해 줄 ‘진짜’는 모래 속의 진주처럼 적고 드물다. 카카오톡이나 전화, 문자는 이런 ‘진짜’를 찾는데 큰 방해가 되는 요소다. 말 그대로 쓰잘데기 없는 ‘가짜’라는 뜻. 파레토의 법칙으로 따지면 개 쓰잘데기 없는 나머지 80%에 속한다. 그런데 최소한 타이마사지를 받을 경우는 핸드폰을 보지 않게 되니 이 메신저로부터 해방된다. 그러니깐 골똘하게 나만의 생각에 집중 할 수 있게 되고 명상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2)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단절 : 위에 쓴 카카오톡을 조금 더 확장한 개념이다. 우리들은 사실 여가 시간을 보낼 때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낸다. 인스타그램을 하든, 게임을 하든, 넷플릭스를 보든. 그 행위를 하는 도구는 모두 디지털 기기다. 하루 종일 내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보면 압도적으로 몇시간 이상씩 디지털 기기 안에서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이 인간의 뇌를 바꿔놓는다는 니콜라스 카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굳이 읽어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이거 뭔가 잘못됐는데?’하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가 매일 100바트 짜리 타이마사지를 받을 때마다 명상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디지털 기기 자체로부터의 단절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도 핸드폰도 아무것도 안하고 지압을 받고 있다보면 오롯이 나 자신만의 생각에만 빠져 여러 생각이 창의적으로 샘솟게 된다.


3) 몸을 지압하는 것 자체가 뇌에 큰 자극을 줌.


이건 한의학 논문이기는 한데, 연구자들이 연구를 해보니 경락이나 지압을 받는 것이 뇌파와 집중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지 본토에서 받는 태국 마사지는 시간도 짧고 비싼 한의원 경락보다 가격도 싸고 훨씬 길다. 그래서 1시간에 3700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내 뇌에 큰 자극을 줘 뇌파를 움직이는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이즈를 디지털로부터 얻는가? 나 또한 이 글을 디지털로 쓰고 있지만, 그나마 디지털로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아이패드 - 애플펜슬’ 조합을 통해 글을 쓰고 있다.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마우스를 사용하면 뇌가 멍청해진다. 그런데 최소한 ‘펜’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기술력답게 애플펜슬의 필기감은 실제 펜을 압도한다.) , 뇌가 멍청해지는 것은 방지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느낌이라고 할까나. 그래서 저번에 올린 유튜브도 애플펜슬로 기획, PPT를 만들고 편집만 맥북으로 했다.


나는 내일도 태국 마사지를 받으러가서 1) 지압 효과 / 2) 디지털 기기의 노이즈 차단 / 3) 카카오톡을 통한 쓸데 없는 인간관계 차단의 효과를 다시 누릴 것이다. 의지로 벗어나기 힘들다면 환경을 바꿔 벗어나야 한다.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6633228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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