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이란 친구와 입시컨설팅 사업을 같이 할 때 이야기다. 당시 우리는 대치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네이버 파워링크로 광고를 했는데, 주변 유명한 학원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우리 업체가 최상단에 뜨도록 CPC 알고리즘을 먹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개빡친 대치동 OO 학원 원장이 우리 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쌍욕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대충 이런거였다. “이 상도덕도 없는 XX들아, 너네 업체 광고를 왜 우리 학원 검색하면 맨 위에 뜨도록 세팅을 했냐. 너네 몇 살이야. 나이도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상도덕도 없이 장사를 이렇게 해 XX” 등등
정중하게 말했으면 내려줬을 법도 한데 다짜고자 욕을 하니 나도 열받아서 알빠노를 시전했다. “이거 불법 아닌데요? 그리고 욕하지 마시죠. 꼬우면 컴퓨터 배워서 알고리즘 그쪽이 먹던가요. 내려줄 생각 없으니깐 알아서 하세요.”
그랬더니 사무실 찾아온다고 하길래 찾아오던 말던 알아서 하라고 했다. (웃긴게 쫄았는지 실제 찾아오지도 않았음)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이 스토리가 문득 떠오른 이유는 저 때 내가 참 겁도 없고 용기도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대치동에서 끗발 날리던 원장이 업체 망하게 한다 하고, 협박을 일삼아도 “알빠노?“ 하며 쫄리지가 않았다. 이렇게 쫄리지 않았던 용기는 사업 이후 코인 투자에서도 이어졌다. 처음 코인 투자를 시작한 1년 동안은 종목을 매수할 때 전 재산 모두를 베팅했었다. 안전지향을 추구하는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저런 미친 리스크를 감당했을까 식겁할 정도다. 나는 야수의 심장 그 자체였다.
내게 용기는 사업이나 투자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게는 블로그(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쓰는 행동도 용기를 요하는 행동인데, 이 블로그를 보면 내가 글을 많이 올린 특정 기간이 존재한다.
그 기간 동안 나는 한국에 있지 않고 해외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글을 어떻게 쓰든 어차피 매일 얼굴 보고 사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이라 내 글을 읽을 일이 없고, 지인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 당장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니 대면으로 피드백이 올 일도 없었다. 그러니 용기가 나서 많이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깨달은 것은 용기는 곧 환경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이었다.
글 뿐만이 아니다. 환경이 주는 용기가 유튜브를 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또 어떤가. 슈카월드나 간다효만 보더라도 ‘라이브 방송’ 을 켜서 자신들에게 용기를 주는 팬들이 있어야 유튜브 컨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다. 친구인 유튜버 어피셜만 봐도 수학 문제를 잘 푼다는 자신감과 얼굴 노출 부담이 없는 손풀이 촬영 영상을 찍으니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얼굴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 / 라이브 방송이냐 아니냐에 따라 환경이 변해 용기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업을 할 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성훈이라는 친구가 나보다 더 막 나가는 용감한 애였기에 가능했고. 코인 투자에서 전재산을 몰빵한 것도 친구들이 다 그렇게 투자를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듯 용기는 전적으로 환경에 의해 탄생한다.
문제는 이 용기라는게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나만 하더라도 용기를 가졌었기에 대치동에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고, 코인 투자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블로그 글도 어느 정도 쌓일 수 있었으며 과거 스타트업을 할 때도 이로 인해 많은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즉,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용기있던 당시의 내가 했던 행동과 결정들 덕분이다. 이렇게나 중요한게 용기인데, 극단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컨트롤이 참 어렵다.
예를 들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로스쿨 공부만 하더라도 사람을 쫄보로 만드는데 뭐가 있다. ‘법찔이’라는 말이 있는데 법을 알면 알수록 사람이 찌질해지고 쫄보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형법이나 특별형법과 같은 법을 공부하다보면 “아니 이게 왜 안돼?” / “아니 저것도 하지 말라고 해?” / 이렇게 온갖 처벌 조항과 금지 조항을 알게 되며 있던 용기마저 말살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못 만나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으로 용기가 말살된다. 사람이 조그만 밀실 같은 열람실에 갇혀 공부하다보면 밴댕이 소갈딱지마냥 여유와 마음이 작아진다.국가시험인 변호사시험의 평가제도와 로스쿨 내신의 평가는 또 어떤가. 글쓰기만 해도 남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써야 글빨도 잘 받고 용기가 난다. 누군가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아야 사람이 기를 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상대평가인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의 특성상 평가는 불가피하기에 용기가 꺾이는 환경에 노출 될 수 밖에 없다.
성균관대 재학 당시, 오라클코리아 사장을 역임하셨던 지도 교수님께서 너는 기업가정신이 강하니 꼭 창업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었다. (교수님 말 안들어서 죄송해요) 결국 돌아이 같은 용기가 기업가 정신 그 자체이고, 나는 이 부분에 강점이 있는 사람인데 나를 법찔이로 만들고, 쫄보 + 소심한 사람으로 만드는 로스쿨 공부에 회의감이 든다.
내가 이룬 모든 성취는 용기로부터 비롯됐다. 그런데 왜 나는 고시공부에 빠져 이것을 파괴시키고 있는가.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3139645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