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나만의 기준

by 감정의 기록

나의 감정을 지키는 법을 알아가며

자연스럽게 건강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한번 이어진 관계는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잘 형성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믿었다.

세상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 다름 속에서 모두의 손을 놓지 않는 사람이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불편함이 있어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침묵이 견디기 어려워

무슨 말이든 해야만 할 것 같은 관계들,

대화의 흐름이 맞지 않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들,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는 이유로

습관처럼 이어가던 만남들.

만나고 돌아오면

기쁨보다 답답함이 먼저 남는 관계들도 있었다.


이 관계들이 모두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관계들은 점점 늘어났고

나는 관계에 지쳐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관계를 붙잡느라

정말 중요한 사람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과연 이 방식이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건강한 선택일까.


관계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어떤 인연은 불처럼 타올랐다가

자연스럽게 바람에 흩어지기도 한다.

그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그 시기의 우리가

충분히 함께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단단하게 살아가기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래 만났다는 이유로

무조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기.

나만, 혹은 상대방만

계속해서 애쓰는 관계라면

조용히 내려놓기.


모든 사람에게

같은 깊이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했다.

감정과 일상의 공유는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건넨다.

너무 가까워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거리를 두는 관계도 있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 관계도 있다.


연락의 빈도나

만남의 횟수가

관계의 깊이를 증명한다고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하고,

침묵에도 어색하지 않으며,

오랜만의 연락에도

어제처럼 자연스러운 사람.

힘들 때도,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진심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관계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관계는 버티는 것이 아니며,

거리 두기는 차가움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을 잊은 것이 아니고,

자주 만나지 않는다고

소중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나를 지키면서도

오래 숨 쉴 수 있는 관계를

선택하고 싶어졌다.


이제는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애써야 하는 관계보다

한 템포 쉬어가며

천천히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관계를

곁에 두고 싶다.


공유의 범위와 거리,
연락의 온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
관계는 비로소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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