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희망퇴직 #인생
제주로 온 지 어느덧 일주일하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월요일 출도착 했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직도 제가 제주도에 있다는 게 신기할뿐더러 아직 3주라는 시간이 남았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작곡은 가장 큰 기쁨인 동시에 가장 큰 고뇌이기도 하다. 곡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롭다. 몇 날 며칠을 음표 하나도 떠올리지 못한 채 (중략) 세상이 끝난 듯한 절망감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작업실로 가는 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평소와 사뭇 달라진다. 운전이 거칠어진다는 얘기다."
⏤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중에서
브런치 글을 쓰기 귀찮거나, 소재가 없을 경우가 간헐적으로 있는데 때마침 읽은 책에서 구절이 나와 와 닿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사이시 조는 현대 거장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부단히 아니 어~~ 엄청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 쓰자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아! 해당 책에 대한 상세한 리뷰는 아래 제가 올린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어제 제가 묵고 있는 북스테이에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물론 제 손님은 아니었고, 사장님 학교 선배셨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동안이신 멋진 형님을 만났습니다. (이승환급) 사진가로서 소개한 그 형님은 전 세계를 돌며 우리나라 교과서에 있는 사진 등을 촬영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카메라도 3대 이상 소지하고 계시고, 무엇보다도 제주도를 혼자 오셨는데 렌터카를 안 하고 배낭 하나와 버스로만 다니셨다고 합니다. 좀 더 제주를 만끽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편하게 여행 중인 제가 그 소릴 듣고 뜨-끔 거렸습니다. 그리고 텐트 하나를 마당에 펼치시고 뚝딱뚝딱하던데 어설펐지만(본인도 이번에 첫 도전이라고 하셨습니다. 피씩) 땀을 흘리면서도 눈에는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바다 모기에 많이 힘드실 텐데 하면서도, 저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단 생각을 어렴풋이 해보았습니다. 과거의 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면서 정형화된 계획과 일정 그리고 즉흥과 예측 불가능한 것들을 해보지 않았던 제가 하나둘씩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것 자체가 이미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역대급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무사히 잘 지나가고 나면 바다로 뛰어들 예정입니다. 숙소 바로 앞 금능 바다와 이어진 제주의 용천수 "단물깍"이 있어서 거길 가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면서 순수했던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셀럼과 더불어 똑같이 아이들처럼 맨발로 뜨거운 아스팔트 길도 걸어보고, 튜브를 불어 물에 띄워 유유자적해보려고 합니다. 은근 기대됩니다. 다시 한번 그전에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내가 정해 내 100일" 중 이틀이 지난 지금 여기 제주도 금능 앞바다를 보며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