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좀 쉬엄쉬엄 해라
복수, 그 달콤한 것. 그것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복수를 결심한 후부터 내 머릿속엔 오로지 그놈뿐이다. 수도 없이 상상한다, 그놈에 내 발밑에 무릎 꿇고 개처럼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되뇐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총알보다 먼저 그놈 머릿속에 처박아줄 말을.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그놈은 영원히 굿바이다. 잘 가라, 나의 오랜 친구여. 근데 이게 웬일인가?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젠장. 그래, 복수는 이미 나의 자아가 되어 벼렸고, 그것이 끝나는 순간 나의 삶 또한 계속될 동력을 잃게 된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척했다. 나같이 짐승 같은 인간도 살 권리는 있어야 하니까. 아무리 인생이 뭣 같아도 한번 살아보고자 다짐했다. 그러려면 이유가 필요했고, 네가 그 이유가 됐을 뿐이다. 그럼 이제 정말 굿바이다. 잘 있어라 친구여. 잘 있어라 더러운 세상아. 누나, 조금 있다 봐. 탕.
-박찬욱 감독 영화 “Oldboy” 왓챠피디아 한 줄이 아닌 한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