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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l 31. 2022

박쥐 (Thirst)

해피 버스데이 태주씨

-…일종의… 전염병인데. 무섭죠?

-안경을 벗어서 이렇게 달라 보일까? 어떻게 옮는데요?

-키스로 전염된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해요. 난 태어나서 한 번도 키스해본 적이 없으니까.


-나는요, 평생 그 사람들 강아지로 살았어요. 병신 먹이고 재우고, 자위하는 것까지 도와주면서… 아시죠, 난 거의 처녀나 다름없어요.


그들의 너무도 서툰 첫사랑. 그래서 더욱 애틋한.


맨발로 밤거리를 질주하는 그녀, 리코더로 허벅지를 후려치는 그. 굳은살로 뒤덮인 그녀의 발바닥, 붉은 생채기가 선명한 그의 허벅지. 욕망의 갈증을 잠재우고자 자신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그들.


그런 그녀에게 구두를 벗어주는 그와,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주는 그녀의 만남. 그리고 다가오는 욕망의 실현.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상대를 범하는, 갈증을 유발하고 갈증을 채워주는, 자신을 욕망의 대상으로 만들어주는 서로의 존재. 결국 둘은 같아지고 함께 영원을 바라본다.


드디어 욕망의 주체가 되어 오랫동안 짊어지던 구속의 굴레에서 벗어난 그들. 하지만  영원의 대가는 어둠  영원의 구속. 빛의 결핍. 온통 하얗게 칠한 . 자유에 구속된 그들.


사막의 오아시스는 그저 신기루일 뿐인가?


자유의 구속에서 자유가 되고자 찾은 그들의 마지막 구원.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툰 그들이 바라본 마지막 일출. 너무도 짧은 그 일출의 순간.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황홀한. 마치 그들의 사랑처럼.


-박찬욱 감독 영화 “박쥐” 왓챠피디아 한 줄이 아닌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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