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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l 31. 2022

친절한 금자씨

금자씨, 괜찮아

아이엠 쏘리. 하나. 아이엠 쏘리. 둘. 아이엠 쏘리. 셋.

엄마가 미안해. 넷.

아이들의 복수는 단순하다. 그저 부모가 자신으로 인해 가슴 아파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면 속상했던 모든 일들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어른들의 복수는 많이 다르다. 어른들은 칼로 찌르고, 망치로 내리쳐도 분이 풀리질 않는다. 그것은 어른들 신체의 크기가 아이들보다 더 커서 그 안에 쌓여있는 분노와 증오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일까?


아니다. 어른들은 알기 때문이다. 복수 따위는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복수를 한다고 해서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지 않고, 잃어버린 13년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런 무의미한 짓을 왜 하는가? 살기 위해서. 그래. 아마도 살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자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자신이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너무도 죄스러워 복수라도 해야 살아있을 명분이 되니깐. 이런. 다시 보니 다 개소리다. 내가 뭘 알겠나. 자식 잃은 부모의 고통은 그들 외에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아는 금자씨는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다. 부모의 고통을 덜기에는 너무도 보잘것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백선생에게, 그의 손에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물었다. 도대체 ? 그가 답했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사모님.


금자씨는 두부를 먹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얼룩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틀렸다. 그녀가 눈처럼 새하얘질 수 없는 이유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따뜻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들이 그녀에게 닿자마자 바로 녹아내려 그녀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죄책감들과 한데 뒤섞여 흙탕물이 되어 버려서가 아닐까?


-박찬욱 감독 영화 “친절한 금자씨” 왓챠피디아 한 줄이 아닌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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