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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l 31. 2022

stoker

Stalker

사냥꾼은 기다린다. 핏빛 충동을 억누르고 덫을 쳐놓은 채 숨죽여 때를 기다린다. 그 덫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지만 그들이 나누는 한 가지 공통점은 사냥감을 유혹해 방심하게 만들어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어가는 것.


오랜만에 만난 나뭇잎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지나가며 인사를 건네는 바람소리, 활주로이자 만남의 장소인 나뭇가지 위 종달새들의 사랑의 속삭임, 세상 만물을 가여워하는 마음이 물방울이 되어 생명의 근원적 토대인 토양을 적시며 만들어내는 구원의 소리, 이 모든 생명의 숨결들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죽음의 음악, 숨통을 옭아매는 감정이 결여된 가죽 벨트의 냉소적인 조소, 고통 속 발버둥 치는 생명의 소리 없는 비명, 생의 마지막 숨을 뱉어내고 텅 빈 가죽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는 초점 없는 두 눈동자, 그 두 눈동자에 비친, 이제 막 연주를 마친 지휘자의 여운 어린 희열.


'그녀'와 '그'의, 같은 피가 흐르는 그들의 저세상 협주곡. 마침내 '그'라는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 홀로 선, 이제 막 시작된 그녀의 독주곡.


-박찬욱 감독 영화 'Stoker' 왓챠피디아 한 줄이 아닌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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