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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Jul 31. 2022

아가씨

사랑의 방식

어미 없이 자란 그녀. 자신의 더러운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아내와 조카를 성적 대상화하는 짓도 서슴지 않는 변태 사이코 이모부와의 결혼을 앞둔 그녀. 언제든 먼저 떠난 이모를 따라갈 수 있게 준비해 놓은 밧줄. 그런 그녀의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 자신을 정성 스래 씻겨주고, 입혀주고, 악몽을 꾸면 밤새 자장가를 불러주는, 그 구원자에게서 느껴지는 그녀에게 결핍된 어머니라는 존재. 사랑은 누군가에게서 어머니를 찾는 것. 


어미 없이 자란 그녀. 고아들을 길러 부잣집에 팔아 밥벌이하는, 엄마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야 했던 그녀. 그녀가 등쳐먹기 위해 만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아가씨. 세상 앞에 홀로 버려진,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운, 그런 가련한 아가씨에게 느끼는 모성애. 사랑은 누군가를 아기로 삼는 것. 


그 두 고아들을 이용해 일확천금을 얻어 새 삶을 꿈꾸는 사기꾼. 사기꾼에게 있어 진정한 사랑은 오직 돈 뿐이라는 그. 하지만 그저 사랑이라는 진실된 감정에 서툴렀을 뿐, 그의 마음속 처음부터 자리했던 그녀를 향한 사랑. 그에게 돈은 그저 그녀를 사랑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마지막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떠올리는 그녀의 얼굴.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녀를 죽도록 사랑했던 그. 


자신에게 고통을 주던 방울로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를 어루만지는 그녀, 그런 그녀를 어루만지는 그녀. 서로를 위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쟁취해낸 그녀들의 위대한 사랑. 그런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조금은 씁쓸한, 하지만 후회 없는 그의 사랑. 그래도 죽기 전 고추는 지켜냈으니. 


-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 왓챠피디아 한 줄이 아닌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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