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발음의 함정
연기, 발성, 노래 수업을 진행하면서 요즘 부쩍 50대 이상 직장인이나 은퇴하신 분들의 수업이 많아지고 있다. 취미라는 것도 여유가 생겨야 하는 것 같다.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꾹 참고 열심히 일하던 나날들 틈에 취미로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오시는 분들 대부분의 고민은 목주변 근육을 많이 써서 발성을 하기에 금방 목이 아프고 말하면서 숨이 점점 갑갑해 지는 것이다. 오늘 오신 학생분은 위급한 상황에 소리 지르지도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였다. 산에서 메아리를 위해 '야호' 를 하고 소리치고 싶은데 어색하고, 어떻게 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게다가 살아오면서 말하기나 노래할때 발음을 항상 신경 써오셨고 노래를 또박 또박 부르려고 하셨다.
갑자기 얼마전 '나는 솔로, 사랑은 계속 된다.' 에 나오고 있는 srt 승무원 분이 생각 났다. 기내 방송을 위해 쓰는 발성을 개인기로 보여줬었는데 성악 용어로 '인골라'의 형태였다.
뜻: 이탈리아어로 '목 안에(In gola)' 라는 의미입니다.
현상: 노래할 때 소리가 밖으로 시원하게 나오지 못하고 목구멍 안으로 말려 들어가 답답하게 들리는 현상
을 말합니다.
원인: 주로 혀뿌리가 뒤로 밀려 후두를 누르거나, 목 근육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통로가 좁아질 때 발생합니다. 흔히 '먹는 소리'나 '눌린 소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평상시에 호흡 훈련을 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 성악가나 아나운서를 따라할 때 이러한 목을 누르는 듯한 소리를 내곤 하는데 일시적으로 성대가 눌려 강한 소리가 나오지만 지속적이지 않고 바깥으로 소리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직접적인 외부 근육으로 목을 조여버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소리 낼 시 성대 과접촉으로 인해 목 통증이 강해지고, 심하면 성대결절로 나타나게 된다. (사담: 와이프가 가끔 성악가 흉내를 낼때 이 소리를 내는데 너무 재밌다. 음악 개그에 약한편...그래도 목엔 안좋다.)
그 승무원 분 개인기도 딱 들으면 ktx에서 한번쯤 들어본 듯한 목소리라 들을때 재밌엇지만 목소리를 분석하는 내 입장에서는 불편한 목소리였다. 짧게 방송하는 내용이라 평상시 목소리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습관이 되어버릴 경우 평생 인골라의 형태로 불편한 발성을 하게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다시 넘어와서 오늘 수강생의 경우 발음을 중시하셨는데 발성을 할 때 인골라의 형태로 하고 계셨다. '나솔사계' srt 승무원 분도 아마 정확한 안내 방송을 위해 발음과 발성을 정확히 하려던 것이 인골라를 쓰게 된 결과엿을 것이다. 발음이 발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면 소리의 방향성에 대해 이해해야 되는데 글이 길어 질 것이므로 나중에 따로 글을 쓰도록 하고, 간단한 메커니즘을 이야기하면 이렇다.
발음을 중시-> 귀로 열심히 들으면서 교정함-> 소리가 귀쪽으로감-> 소리가 갇힘 -> 인골라
기본적으로 소리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가 뒷사람을 부를 때도 고개를 뒤로 돌려 앞으로 내듯이, 소리는 입방향 코방향으로 던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발음과 발성을 교정하다보면 어떻게 될까? 내 소리를 귀로 피드백하게 되고 코와 입보다 뒤에 있는 귀로 소리를 보내서 큰소리를 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성악과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사람이 귀를 떼서 객석에 놓을 수 있다면 누구나 노래를 잘하게 될 것 이다." 그만큼 우리의 귀가 얼굴 양쪽 뒤에 붙어있다는 것은 스스로 발성 체크를 할 때 너무도 안좋은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내는 소리를 보컬 트레이너나 음성 전문가에게 교정받아가는 것이 가장 좋고 , 스스로 소리의 방향이나 올바른 발성을 평가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녹음기를 이용하여 본인의 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귀에 손을 대서 바깥으로 빠지는 소리를 듣는 방법도 있는데 아래의 사진처럼 하면 녹음기 없는 상황에서 빠진 소리를 체크하기 좋다.
어쩌면 발음을 신경쓰면서 발성을 신경쓰는 것 자체가 인간의 종특이라고 할 수 있다. 소가 발음을 신경쓰면서 '음머어' 하고 울까? 한국 강아지는 '멍멍' 하고 외국어 강아지는 'bow wow'라고 발음할까?
동물은 발성 트레이닝을 안해도 건너편 대장간까지 소리를 내고 먼 산까지 소리를 울린다. 발음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글을 쓰고 대화를 하는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이다.
발음과 소리내는 방식이 발성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성악이 이태리에서 발전한 것 도 그러한 경우이다. 대부분 이태리 사람들을 시끄럽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언어 자체가 발성하기 좋은 발음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