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는 것

'나의 눈부신 친구'를 보고

by 키튼

요즘 왓챠 플레이에서 하는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드라마에 빠져 있다.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의 큰 뼈대는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자의 우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점에서 시작했던 두 여자의 인생이 나이가 들고,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1950년 남부 이탈리아는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회로, 여자에게 고등교육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릴라'라는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레누'보다 뛰어났지만, 결국 집안 사정으로 인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다. '레누'라는 아이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대학교까지 진학하게 된다.

'릴라'는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여러 남자들의 구애를 받게 되고, 마을에서 가장 부자인 남자(스테파노)와 결혼을 하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결국 내연남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다. '레누'는 모든 면에서 '릴라'에게 뒤지지만 결국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작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드라마라 결론은 아직 모르지만, 똑똑하고 아름답던 '릴라'가 망가져가는 과정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한테도 중학교 때 '릴라'와 비슷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공부도 잘했지만, 얼굴도 잘생기고 싸움도 잘해서 일진들과도 잘 어울렸는데, 우연히 짝꿍으로 만나게 되었다. 항상 도시락을 같이 먹는데 그 친구는 매일 같은 반찬만 싸가지고 오면서 내 반찬을 뺏어먹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돈가스를 싸주셨는데, 그 친구가 내가 먹기도 전에 반찬통의 돈가스를 홀라당 먹어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화가 나서 이야기했다.


"넌 맨날 소시지만 싸오고 지겹지도 않냐? 어머니한테 다른 반찬 좀 싸 달라고 해"


그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그 친구는 불같이 화내면서, 도시락 통을 던져버렸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어머니가 안 계셨고, 말하기 힘든 집안 사정이 있었던 거였다. 우리 둘은 그 이유로 급속하게 멀어졌고, 서로 화해는 했지만 대면대면하더니 고등학교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그때의 나는 양쪽 부모님이 모두 계시는 게 당연한 일인 줄만 알고 있었다. 지금은 나의 어리석음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다.


1년간 함정 군의관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배안의 병사들을 상담해 줄일 이 많이 있었다.

그때 알았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불행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모두 말하고 표현하지 못한다는 걸.


다행히 '릴라'에게는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하고 들어줄 '레누'라는 친구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우정은 거의 판타지에 가까울 것이다.




어렸을 적에는 '가난'이라는 게 그냥 맛있는 거 못 사 먹는 것, 하고 싶은 거를 못하는 거 정도로만 생각했던 거 같다. 나이가 들고 수많은 사람들을 봐오면서 '가난'이라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것이라는 생각 들었다. '나의 눈분신 친구'의 '릴라'는 가난이 싫어서 부자와 결혼했음에도 끊임없이 상대방의 사랑에 대해 의심하고 시험한다. 마치 자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가난은 몸과 마음을 낡게 한다.


많은 매체에서 부정적인 성격, 삐뚤어진 마음씨를 가난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난 그 자체가 성격을 삐뚤어지게 만드는 것도 있다. 그리고 가난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으로만 둘리는 태도는 분명 잘못되었다.


"그 지위를 얻느냐 마느냐는 부모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또는 직업)와 학력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서서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까지 결합된 '복합적인 불평등'이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실체인 것이다."


-세습 중산층 사회, 노오오오력도 계층 따라간다 中-




중학교 때 그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 내가 참 미안했다고 꼭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