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볶음밥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中 푸성귀 볶음

by 키튼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사실 일본 영화가 원작이다. 난 오래전부터 원작의 팬으로서 원작 영화를 2-3번은 보았을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편을 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은 귀농한 20대 여성으로, 갑자기 자신에게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나버린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을 간직하고 있다. 주인공은 문득 어머니가 늘 해주던 푸성귀 볶음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해 보아도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안 난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푸성귀 볶음 맛이 날려면, 푸성귀 껍질을 일일이 손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항상 어머니의 음식을 보고 '또 볶는 거뿐이야? 좀 정성 들인 요리 좀 먹어보자'라고 말하던 주인공이었지만, 그제야 자신이 우습게 보았던 요리가 사실은 매우 정성이 들어간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요리는 엄청난 힘이 있다. 요리는 배를 채우는 수단임을 넘어서 요리에 얽힌 추억을 불러들이고, 요리한 사람의 인격까지도 드러낸다.



나의 소울푸드는 야채 볶음밥이다. 할머니가 내가 배고프다고 하면 10분 안에 뚝딱해주시던 그 볶음밥.



할머니께서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은 영영 맛보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있다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맛의 볶음밥을 먹게 되었다. 바로 내 아내가 해준 볶음밥이었다. 그리고 볶음밥을 먹다가 불쌍한 할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아내는 영문도 모르고 엄청 놀래 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는 청승맞은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할머니의 볶음밥은 사실, 어떤 비밀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야채, 밥, 소금 약간을 식용유에 넣고 볶으면 된다. 내가 이제까지 같은 맛을 못 먹었던 이유는 맛이 없을까 봐 여러 가지 다른 재료를 볶음밥에 넣기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소박한 사랑이었다.


할머니는 당신의 손주에게 평생 아무것도 원한적이 없었다. 그 흔한 공부 잘해라라는 말도, 농으로라도 나중에 용돈 많이 달라는 말도 하지 않으셨다. 언젠가 한번 지나가는 소리로 '우리 강아지 결혼식은 보고 죽어야 할 텐데...'라고 말하셨을 뿐이다.


할머니는 결혼식날 결국 오지 못하셨다. 그 날, 치매 증상이 악화되어서 병원에서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즘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몸조차 가누기 힘드시면서도 병문안 온 손주에게 도리어 몸조심하라고 말씀하신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빨리 나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