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기-4
토론토에서 한 시간 반정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 퀘벡시티에 도착했다. 캐나다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고, 퀘벡시티는 프랑스어가 주언어인 곳이다.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처음 도착한 퀘벡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어로 쓰여있어도 어려운데, 프랑스어라니.
택시 기사 아저씨부터 ‘봉주르’로 시작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데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당황해하는 것 같으니 영어로 다시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영어 말고 프랑스어 할 줄 아는 말 있냐고 넌지시 물어보셨다.
‘봉주르’ ‘메르시’ 두 개 안다고 하니
그 후로부터 택시에는 정적이 흘렀다.
택시 너머로 보이는 퀘벡의 풍경은 인 데까지 봤던 캐나다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뭔가 더 고즈넉하고 유럽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근처에 마트에 방문했다. 마트에 도착하니 ‘당연히’ 프랑스어다.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먹던 비슷한 것을 찾아보려고 하였으나, 여기서 파는 물건은 모두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쌌다.
캐나다 와서 처음으로 물가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기대 안 하고 집어든 와인과 고기는 한국에서 먹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싶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너무 아시안푸드만 고집하지 말고 이곳 사람들의 식습관을 따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을 보고 버스를 탔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불렀다.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했는데, 요새는 버스카드 안 가지고 다녀도 되고 스마트폰에서 버스표를 구입할 수 있다고 직접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웃음에 나도 마음이 활짝 열렸다.
알고 보니 그는 파키스탄 사람이고 한국문화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파키스탄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좀 무서웠다. 무슬림, 핵보유국 등등 루머처럼 떠도는 이야기들.
“나의 와이프는 인도네시아 사람인데 그녀는 한국드라마를 참 좋아해. 나도 몬트리올에 살았을 때 주말마다 한국바비큐에 맥주 많이 먹었어”
그가 말했다.
나도 그에게 파키스탄에 대해 아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온통 안 좋은 이야기뿐이라 차마 말할 수 없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었다. 나는 파키스탄에 대해 아는 게 없었는데, 먼저 우리 문화에 관심 가져주고 말도 걸어주어니 어찌나 고맙던지. 그가 버스에서 내리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 외에도 그는 캐나다에 사는 이민자로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다. 나의 영어도, 그의 영어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오래 만난 친구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여기 프랑스어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바보 같은 질문을 하니, 그가 또 사람 좋게 웃으면서 답했다.
“모든 게 배워야 하는 것들이잖아. 우리가 어렸을 때는 밥 먹는 법도 배웠잖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배우는 거야. 살다 보면 다 할 수 있어”
바보 같은 질문에 현명한 답변을 듣다 보니. 국적을 떠나 그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파키스탄에 대한 선입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 나도 어떻게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작은 친절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게 생각할 수 있겠다.
그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유튜브에 여행 프랑스어를 찾아서 떠듬떠듬 따라 해보았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기로 다짐해 본다.
혹시 내가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본다면 조용히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