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기 - 2
뉴욕에는 참 많은 전망대가 있다. 워낙 멋진 곳이니 높은 곳에서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우리가 선택한 전망대는 ‘탑 오브 더 락’이라는 전망대로, 록펠러 센터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여러 가지 전망대가 있지만 굳이 이 전망대를 선택한 이유는 건터편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별딩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본 뉴욕도 멋있었지만 야경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해가진다는 시간이 저녁 8시 5분. 2시간 정도 남았다.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 봐 2시간을 그냥 버티기로 했다. 이미 앉아서 볼 수 있는 곳은 눈치 빠른 사람들이 모두 선점한 터였다. 그냥 서서 기다리는 방법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이 흘렀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석양을 보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전망대는 서서 있는 것도 힘들어질 만큼 사람들도 가득해졌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건너편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예쁜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옆에서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석양이 멋있긴 한데 환호성까지 지를 일인가 해서 옆을 보니, 웬 남자가 프러포즈 중이었다. 여자의 손에 남자가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웠다. 그리고 열정적인 키스. 사람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게 도대체 뭐라고 괜히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왠지 옛날 생각이 났다. 쑥스럽지만 나는 63 빌딩에서 청혼을 했다. 당시 63 빌딩 지하에 영화관이 있었는데 1시간인가 대관을 해서 청혼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무슨 용기였지? 그때 당시에는 그게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유치하다.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중요한 것은,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도 같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괜히 뻘쭘해서 ‘프러포즈가 뭐가 중요하냐’는 식으로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했다.
“그때 너 진짜 웃겼는데”
와이프가 큭큭 웃었다. 왠지 20년이 지나도 프러포즈 생각하고 저렇게 웃을 것 같다는 생각 하니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