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우리 시대의 인재상, 문제아를 만나본다
질문과 관문: ‘질문’이 ‘관문’을 바꾼다!
질문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우리 시대의 인재상, 문제아를 만나본다
2017년 4월 11일 밤 12시 50분 잠깐 졸다가 분당 수서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던 차가 전복되고 결국 폐차되는 대형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지만 다행히 119에게 어찌 연락이 닿았는지 병원에 입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떠보니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갈비뼈와 팔뼈, 그리고 목뼈까지 심한 통증이 오면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와 있지?” “여기 있는 나는 누구지?” 짤막한 세 마디 질문이지만 나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사람은 언제 생각하는가? 스스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누군가에게 낯선 질문을 받았을 때 멈칫하며 잠시라고 깊은 생각에 빠진다. 만약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와 있지?” “여기서 나는 뭐하는 사람이지?” 아니면 오늘 집에 들어가서 이런 질문을 집사람에게 던져보자. “여기가 어디지?” “당신은 왜 여기 와 있어?” “당신은 누구야?” 아마 집사람은 놀래서 치매 증상으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개미 다리는 몇 개입니까?” 이런 질문은 사실 확인에 관한 질문이다. 사실을 알면 금방 대답할 수 있지만 모르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개미 다리가 6개라는 사실을 알면 그렇게 심각한 생각을 유발하는 질문이 아니다. 마찬가지 질문이지만 조금 난이도가 높은 질문은 “지네 다리는 몇 개입니까?”다. 한 번도 지네 다리가 몇 개인지를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만 지네 다리 숫자는 반드시 짝수이고 여러 개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개미가 호기심이 생겨서 지네에게 물어보았다. “지네야, 너는 앞으로 걸어갈 때 수많은 다리 중에서 어떤 다리를 가장 먼저 내딛느냐?” 순간 지네는 깜짝 놀라서 급히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네가 깜짝 놀란 이유는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걸어 다녔기 때문이다. 지네의 바쁜 행보를 멈추게 만든 원동력은 개미가 난생처음 던진 질문이다. 생각 없이 살던 지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계기가 바로 질문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만이 갖는 고유한 능력이 아닐까. 기계는 대답하지만 인간은 질문한다. 기계도 질문하지만 알고리듬 속에서 질문한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찍어서 집을 만드는 걸 아이가 아빠에게 질문한다. “아빠. 딱따구리는 저렇게 부리로 나무를 쪼아대는데 왜 두통에 안 걸려?” 아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들에게 면박을 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야 그럼 딱따구리가 고무를 찍느냐? 당연한 걸 갖고 물어보고 그래.” 아이는 그 후 더 이상 아빠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5살 때 평균 65번 질문하지만 40년이 지난 45세가 되면 질문이 1/10로 줄어든다고 한다. 질문은 줄어들고 늘어나는 단어가 세 가지다. 원래, 물론, 당연이다. 호기심의 물음표는 없어지고 마침표가 찍히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미국의 작가, 메리 올리버가 《휘파람 부는 사람》에서 이야기했던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호기심의 질문이 생긴다. 과연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은 두 가지 다른 능력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질문이 많다는 점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온통 질문으로 하루를 보낸다. 집에 잘 들어갔는지, 밤에 추운데 잠은 잘 잤는지,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서 밥은 먹고 출근했는지 등 온통 사랑은 질문으로 장식된다. 사랑이 식어가는 시점에 이르면 질문도 없어진다. 그래서 한겨레 신문에 ‘정희진의 메모’라는 칼럼에서 말했던 작가의 말은 옳다. “사랑의 끝은 질문이 없어진 상태다.” 사랑이 식으면 질문도 없어진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은 두 가지 다른 능력이 아니라 한 가지 능력을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 같은 능력이라는 점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간단하게 다음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은 직장인입니까, 장인입니까?” 직장인은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 다리가 떨리지만 장인은 심장이 뛴다. 직장인은 자기 일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질문이 없어졌다. 틀에 박힌 방식대로 지난주와 다르지 않게 변함없이 일할 생각을 하니 다리가 떨리면서 출근하기 싫어진다. 장인은 자기 일을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자기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늘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다. 장인에게 직장은 언제나 자신을 설레게 만드는 놀이터다.
스스로 캐묻지 않으면 묻힌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호기심을 갖고 파고드는 질문을 던져야 지금과 다른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새로운 문이 열린다. 질문은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질문이 관문(關門)을 바꾼다. 반문(反問)이 마침내 반전(反轉)을 일으킨다. 질문은 당연한 세계에 용기를 갖고 파고들어가는 탐문(探問)의 시작이다. 질문은 익숙한 집단의 소속감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 진입하려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잔잔한 호숫가에 던진 돌멩이의 무게에 따라 호수 위에 생기는 파장의 크기가 달라지듯, 내가 세상을 향해서 던진 질문의 깊이가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앎의 깊이를 결정한다. 질문은 옳다고 믿었던 신념체계도 뒤흔든다. 그동안 내 신념을 정당화해주었던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과 태도(Attitude)를 지칭하는 KSA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뒤집어야 한다. KSA를 뒤집으면 ASK가 되지 않는가? 시공간을 초월해서 언제나 진리로 통용되는 지식과 기술과 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탐문하고 탐험해서 또 다른 신념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앞으로 HRD는 정답을 찾아내는 모범생보다 질문을 던져놓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모험생을 길러야 한다. 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 기존 지식과 경험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던져 놓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인재가 바로 모험생이다. 모험생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여기서 저기로 탈주를 즐긴다. 정형화된 패턴과 매뉴얼에 의존해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다 답이 없는 딜레마 상황에 뛰어들어 전대미문의 새로운 질문을 던져놓고 다각적으로 시도하며 해결 대안을 찾아 나선다. 답은 책상머리에서 요리조리 머리를 써서 찾는 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답은 현장에 가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찾아내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얻고자 하는 답은 내가 던진 질문이 결정한다. 물음표의 성격과 방향이 느낌표의 감동과 감탄을 결정한다. 어제와 다른 질문의 그물을 세상을 향해서 던져놓고 색다른 문제를 제기하며 파란을 일으키는 인재가 바로 모험생이자 문제아다. 우리는 지금 위험함을 무릅쓰고 체험적 통찰력을 쌓아가는 모험생이자 문제아를 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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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HRD에 앞으로 매달 게재할 칼럼 중에 첫 번째 칼럼입니다.
시리즈로 연재할 칼럼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의 문중모색(問中摸索)
‘질문’으로 HRD의 ‘관문’을 바꾸다
①질문과 관문: ‘질문’이 ‘관문’을 바꾼다!
당신은 직장인입니까, 장인입니까?
질문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우리 시대의 인재상, 문제아를 만나본다
②독서와 저서: ‘저서’는 ‘독서’에서 나온다!
당신은 책과 눈이 맞아본 적이 있습니까?
책(責) 잡히기 전에 책(冊)을 읽고 나만의 콘텐츠를 창조하는 비법을 밝혀본다
③공부와 승부: ‘승부’는 ‘공부’가 결정한다!
당신의 공부는 노동입니까, 놀이입니까?
4차 산업혁명시대, 다시 생각해보는 공부의 다른 의미를 생각해본다
④소통과 융통: ‘자세’를 낮추고 ‘소통’하면 ‘융통’해진다!
당신은 지금 소통의 속도에 치중하고 있습니까, 소통의 밀도를 강조하고 있습니까?
소통의 속도나 빈도보다 소통의 밀도나 강도를 높이는 비결을 찾아본다
⑤어휘와 어이: ‘어휘’가 없으면 ‘어이’도 없다!
당신은 개념을 의도적으로 공부합니까, 손을 놓고 있습니까?
관념에 신념을 추가해서 나만의 개념으로 창조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⑥곡선과 시선: ‘곡선’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선’이다!
당신은 곡선의 물음표입니까, 직선으로 달려가는 마침표입니까?
곡선으로 배우는 자기 성장의 10가지 절대법칙을 탐색한다
⑦나무와 임무: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당신은 자리를 엿보고 있습니까, 자세를 갖추고 있습니까?
자리는 바꿀 없지만 자세를 바꾸는 나무에게 배우는 인문학 지혜를 배워본다
⑧와인과 여인: ‘와인(臥人)’은 누워 있는 ‘여인(女人)’이다!
당신은 비교하고 있습니까, 비유하고 있습니까?
직유법이 난무하는 세상에, 은유로 사유하는 놀라움을 즐겨본다
⑨실천과 변천: ‘실천’해야 이전과 다르게 ‘변천’한다
당신은 실천(實踐)하고 있습니까, 실기(失期)하고 있습니까?
실천하지 않고 계획만 세우는 사람들의 한계 극복 비결을 찾아본다
⑩체험과 보험: 모험이 부족한 사람은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당신은 안전지대에서 안락하게 지냅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감행합니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보험이 체험이라는 사실을 확인해본다
⑪마스터리와 미스터리: 마스터리(Mastery, 경지)에 이르는 길은 미스터리(Mystery, 신비)다!
당신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 프로세스만 배우고 있습니까, 프랙티스를 반복하고 있습니까
프랙티스로 익히지 않고 프로세스만 배우려는 전문가의 한계를 들춰본다
⑫인공지능과 인간 지성: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지능으로 지식을 창조하고 있습니까, 지성으로 지혜를 개발하고 있습니까?
지식으로 지시하지 말고 지혜로 지휘하기 위한 HRD 전략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