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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 용접공,
지식 용접공으로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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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 용접공, 지식 용접공으로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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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용접은 뜨거운 난로였습니다


제가 1981년에 취득한 용접기능사 (당시는 전기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분실해서 38년 만에 재발급받았습니다. 그리고 전기기사 자격증도 분실해서 오늘 같이 발급받았습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재발급받은 것은 아니고 예전에 받았던 자격증을 분실해서 역사적 유물로 간직하면 훗날 멋진 추억의 선물이 될 거 같아서 오늘 산업인력관리공단에 가서 재발급받았습니다. 30여 년 전 수도 전기 공고 개포동 용접 실습실에서 지낸 질풍노도의 청춘은 오늘의 저를 만드는데 경험적 스승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오갈 곳이 없어서 장학금으로 공부를 시켜주고 기숙사에서 먹여주고 재워줌은 물론 졸업 후 취업보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수도 전기 공고를 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입학해보니 기대했던 학교의 모습과는 다르게 공부보다는 실습 위주로 기능적 전문성을 축적하는 공업고등학교의 고된 현실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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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을 하다 힘이 들면 가끔 실습동을 나와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하늘에 서려 있지만 때로는 달밤의 적막함이 내 앞날의 막막함을 예고하는 것 같아서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더 높이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공고생의 힘든 학교생활은 오갈 데 없는 방황의 길목에서 긴 터널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어머님마저 하늘나라로 가신 후, 개포동의 고등학교 시절은 방탕과 방랑의 연속이었습니다. 연일 마시는 깡소주는 힘든 일상을 버텨낼 수 없는 버팀목커녕 혼미한 정신을 더욱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만드는 원흉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졸업할 날을 기약하면서 밤늦도록 용접봉을 녹여 철판을 붙이는 실습을 반복했습니다. 한겨울 철판을 만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손이 시릴 정도의 차가운 냉기와의 접촉, 철판을 한겨울에 만져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한겨울의 철판이 주는 한기는 몸서리가 처질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3천 도가 넘은 열기로 하는 용접은 참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소중한 난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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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용접은 견디기 어려운 곤욕이었습니다


정말 곤욕스러운 체험은 한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실시하는 전기용접 실습은 온몸을 땀으로 뒤범벅되게 만드는 원흉이었습니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열기를 주었던 전기용접이 여름에는 폭염이 버무려진 사우나탕을 넘어 도가니탕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329쪽).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말입니다. 추운 겨울 옆 사람은 추위를 이겨내는 정다운 친구입니다. 하지만 견딜 수 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열대야가 계속되는 한 여름밤에 옆에 모로 누워 자고 있는 동료가 증오의 대상으로 뒤바뀌는 안타까움에 몸서리를 칩니다.


나름 열심히 용접 실습을 하는 이유는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전력공사에서 의무 복무 기간을 근무하면 군대를 면제받기 때문입니다. 인문계 고등학생이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똑같이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밤을 밝혀가며 실습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저는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 첫 번째 도전 체험에서 보기 좋게 낙방을 했습니다. 제 인생의 첫 번째 실패 체험이기도 했던 용접기능사 자격증 시험에서 용접기 온도조절을 잘 못하는 바람에 철판에 그만 구멍이 크게 뚫어져버렸습니다. 순간 들었던 생각은 어차피 불합격된 것으로 판명될 것이기에 화풀이로 철판에 구멍을 크게 뚫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철판만 생각하면 보름달이 연상됩니다. 용접 실패 체험 덕분에 철판을 생각하면 보름달을 연상하는 체험적 상상력이 생긴 겁니다. 체험적 상상력만이 창조로 연결됩니다. 체험해보지 못한 상상은 공상이나 망상, 환상이나 몽상으로 전락합니다. 실패 체험을 거울 삼아 다시 연습 끝에 재도전해서 전기용접 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의 기쁨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철판 용접공은 지식 용접공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렇게 38년의 세월이 흘러 저는 평택화력발전소로 배정받아 2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1년은 평택과 송탄 밤무대를 휘저으며 술 마시며 청춘의 열기를 불태웠습니다. 이유 없는 반항과 근거 없는 분노가 치밀기도 했지만 잘 참고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권의 고시 체험생 수기집을 잃고 일생일대의 첫 번째 전환점을 마련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고시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에 입학하는 운명적 장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는 우여곡절과 절치부심 끝에 파란만장한 인생을 아름다운 추억의 페이지로 장식하며 긴 여정 끝에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유영만의 청춘경영》이라는 책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꿈이 없었던 청춘, 꿈이 사치였던 한 청춘이 청춘에게 지난 삶을 교훈 삼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할 수 있는 멘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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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기를 다루는 기능공이나 전기용접이 필요한 회사, 연락 주시면 그 옛날의 기능을 되살려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보겠습니다. 이제 저는 철판을 용접하던 기능공에서 지식을 용접하는 지식 용접공(Knowledge Welder)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견디기 힘들었던 곤경도 지나고 나니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덕분에 얻은 행복입니다. 그래서 제가 얻은 덕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이질적 지식을 용접해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지식 용접공으로 앞으로 남은 인생을 뜨겁게 불태워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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