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심리학과 해부학
관계는 자동시계가 아니라 수동 시계다:
인간관계의 심리학과 해부학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관계지만 가장 어려운 지상과제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멋진 축제가 바로 인간관계다. 그 속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펼쳐진다. 의도적으로 만났던 사람도 있고 우연히 다른 인연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도 있으며 대규모 행사장에서 마주친 사람도 있다. 수많은 마주침 속에서 지속적인 깨우침을 주는 관계로 이어지는 인간관계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한 번 만나면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자동시계로서의 인간관계가 아니라 만나고 또 다른 만남을 이어가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수동 시계다. 지극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관계는 경계로 바뀌고 무성한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다. 아니면 어떤 연유에서든 오해의 벽이 높아지면서 소중했던 인간관계는 애정과 관심이 끊기면서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신간을 보내드리기 위해 주소록을 하루 종일 점검해보았다. 예전에는 출판사에게 부탁해서 약 200권 정도를 저의 지인들에게 보내드렸는데 그중에 절반 이상은 책을 보내드려도 늘 반응이 없다. 늘 보내드리던 주소록을 폐기하고 카톡 친구로 떠 있는 9,760명의 얼굴을 면면히 생각하면서 그중에 약 250명을 뽑아 봤다.
책을 보내드려도 언제나 반응이 없으시는 분들은 과감히 삭제하고 짧은 인사라도 받았다는 감사 표시를 하시는 분들을 포함, 지난 1-2년 동안 밥이라도 한 끼 먹은 사람을 중심으로 주소록을 전면 재정리해서 약 250명 중에서 다시 100여 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해볼 때 “150이라는 숫자는 진정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개인적인 숫자를 나타내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관계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와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는 그런 관계이다.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을 때 초대받지 않은 술자리에 동석해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 숫자이다.” 이 150이라는 수를 가리켜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오늘 제가 주소록을 정리하면서 100여 명에 포함된 분들이 바로 던바의 수에 포함되는 친구사이다. 그중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는 50명, 아주 가깝게 지내는 절친은 15명 내외라고 한다. 이번 책이 89번째 책이다. 조만간 100권이 나오면 100권 출간기념회는 유영만을 정말 사랑하는, 제가 정말 아끼는 소중한 100분을 모시고 아주 의미 있는 행사를 기획 중이다. 과연 그 명단에 누구를 포함시킬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