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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나이는 먹지만,
어쩌다 책은 나오지 않는다!

지성의 폐활량을 늘리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 책 쓰기는 애쓰기다

어쩌다 나이는 먹지만어쩌다 책은 나오지 않는다!

지성의 폐활량을 늘리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책 쓰기는 애쓰기다


‘Live’를 뒤집으면 ‘Evil’이 됩니다. 올바른 삶을 지향하는 노력을 잠시 멈추는 순간 삶은 뒤집혀서 악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앎과 삶과 일이 모두 썩지 않는 올바름을 지향하기 위해서 분투노력하는 삶을 멈추지 않습니다. Life는 Learning, Imagination, Freedom, Enthusiasm의 합성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Learning)의 끈을 놓지 않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상상(imagination)하며 자기의 존재 이유, 자유(freedom)를 찾아 내 본업에 몰입(enthusiasm)하는 일입니다. L‘if’e안에는 수많은 if가 살아갑니다. 늘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 삶의 조건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수많은 if를 만나 Life를 살아온 한 사람의 배움과 상상력, 자유와 몰입을 통해 수많은 책을 작품으로 남긴 인생 여정을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홀어머니와 함께 초등학교를 힘겹게 다니는 한 아이가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1년간 농사를 짓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지냈던 추억이 지금은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해가 넘어가기까지 자연을 벗 삼아 놀던 아이는 책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주로 수렵, 어로, 채취, 농경생활을 하면서 자연에서 뭔가를 배우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어머니를 졸라 억지로 다시 중학교에 입학, 공부하는 몸으로 적응되지 못해 애를 먹다가 뒤늦게 머리가 트여서 꽤 괜찮은 성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합니다. 하지만 역시 고등학교 진학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학비를 충당할 만큼의 가정 형편이 되지 못해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희소식이 날아듭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장학금으로 공부시켜주는 놀라운 고등학교를 발견합니다.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된다고 하니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공고에 입학, 용접으로 주야 겸행으로 기능을 단련하면서 공부와는 담을 쌓고 고등학교를 우여곡절 끝에 졸업한 후 화력발전소에 취업을 합니다. 회색빛 청춘의 방황은 쉽게 끝나지 않다가 우연히 책 한 권과 만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공고생이 사법고시 패스한 합격수기집입니다. 고시 패스라는 불온한 꿈을 품고 사표를 미리 씁니다. 주경야독의 공부를 힘겹게 하면서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지만 고시 공부의 꿈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군대 제대 후 복학하고 거사를 꾸밉니다. 고시공부하던 책을 다 달밤에 불사르는 역사적 사건을 감행한 후 다시 하 사람의 삶은 파란만장의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학부와 석사, 박사까지 많은 스승님과 은인들 덕분에 공부하면서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작은 보석이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음을 아주 뒤늦게 알게 됩니다. 어디서 읽고 쓰는 방법을 따로 배운 게 아니라 절박한 심정으로 공부하면서 위기의식을 책을 읽고 쓰기 시작한 일이 유학 후에 삼성에 입사하고도 이어졌습니다. 꿈에 그리던 첫 번째 책을 1995년도에 출간합니다. 제 인생의 첫 번째 보잘것없는 책, 지금 다시 보면 얼굴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졸작이지만 그 책을 쓰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술 작업보다 번역 작업에 어쩌다 손을 대면서 몇 권의 책을 대중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2007년도 《용기》라는 운명의 책을 내면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고 전화위복으로 KBS 아침마당 생방에 출연, 50분간 “내 인생을 움직인 한 단어, 용기”를 주제로 특강 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쓰고 번역하면서 작은 목표를 한 가지가 생깁니다. 나이만큼 책을 써보자. 어느덧쓰는 일이 읽는 일과 더불어 매일 밥 먹듯 반복하는 저의 삶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읽으면서 다르게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 애쓰기의 결과가 한 두 권씩 책을 엮이면서 어느덧 나이만큼 책을 쓰겠다는 목표는 초과 달성됩니다. 목표보다 목적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목적보다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가운데 깨닫는 우발적 마주침을 사랑합니다. 책을 읽고 쓰는 평범한 일을 진지하게 반복할 때 비범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읽는 근육과 더불어 쓰는 근육이 발달하면서 이제 하루를 버티게 만드는 근력과 함께 같은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제와 다른 나로 변신하는 읽기와 쓰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책 쓰기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기를 단련함은 물론 내 삶을 예술 작품화시키는 과정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필살기도 연마하는 과정입니다. 책 쓰기는 그래서 애쓰기가 됩니다.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애간장을 녹이며 안간힘을 쓰는 삶의 흔적으로 글로 남기는 사투가 필요합니다.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지성의 폐활량’을 늘리는 과정이 책 쓰기입니다.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서도 쉽게 결론을 단순화시키지 않고 공중에 매달려있는 상태에서도 딜레마 상황을 탈출하려고 버티는 지적 인내력이 바로 지성의 폐활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풀릴지 모르는 저마다의 화두나 이슈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면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애쓰기로서 책 쓰기가 자리 잡을 때 지성의 폐활량을 극대화됩니다.


드디어 오늘 90번째 책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늘 나오는 책이지만 언제나 첫 아이를 만나는 기분처럼 설레는 느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모두 제가 안간힘을 쓰면서 탄생시킨 애쓰기의 산물이니까요. 과연 한 사람이 일생을 통해서 100권의 책을 쓸 수 있을까? 그런 꿈의 고지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사실 100권의 고지도 저에게는 또 다른 여정을 떠나는 하나의 이정표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이정표를 향해서 제가 읽고 쓸 수 있는 그날까지 반복하면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몸부림을 계속될 겁니다. 


“글쓰기는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이다.” 롤랑 바르트가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에서 한 말입니다. 스쳐 지나가면 기억되지 않고 흐름으로 지나가버립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 경이로운 순간의 연속에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얼룩과 무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갑니다. 쓸 데 없는 삶은 없습니다. 쓸 때가 반드시 옵니다. 그 순간을 앞당기는 한 가지 방법은 애쓰면서 살아가는 삶을 붙잡고 의미를 부여하며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일입니다.


책 쓰기(己)는 살기(基)와 읽기(記), 그리고 짓기(機)의 합작품입니다. 책 쓰기(己)=살기(基)+읽기(記)+짓기(機)라는 공식이 생긴 이유입니다. 책 쓰기(己)로 자기(自己) 다움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살기(基)로 글감의 터전을 닦으면서 읽기(記)로 다른 사람의 색다른 사유의 흔적을 부단히 기록하지 않으면 좌정관천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살아내려는 안간힘과 읽으면서 내 몸을 관통한 읽기의 흔적을 모아 글짓기(機)로 베틀을 짜는 일을 반복할 때 책 쓰기의 목적은 기적처럼 어느 날 나에게 선물로 다가옵니다.


책은 내가 살아가는 삶을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서 글짓기로 남기는 흔적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경이로운 작업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삶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예술작품입니다. 나의 삶의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책 쓰기 작업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https://youtu.be/cFkhbg9A7gM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5가지 책 쓰기 비밀 병기


① 기억하지 말고 기록해라

책 쓰기는 기록으로 어록을 남기는 과정이다!

     

창조하지 말고 참조해라!

책 쓰기는 발상이 아니라 연상이다!

     

다른 것을 쓰지 말고 다르게 써라

책 쓰기는 흔한 것의 흔치 않은 결합이다!

     

④ 비교하지 말고 비유해라!

책 쓰기는 비유를 통해 비상하는 과정이다!]

     

⑤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써라!

책 쓰기는 쓰면서 쓰임새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① 기억하지 말고 기록해라

책 쓰기는 기록으로 어록을 남기는 과정이다!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 모든 창작은 기록으로 시작한다. 책은 기억으로 쓰는 게 아니라 기록한 흔적을 근간으로 쓴다. 사람은 모든 걸 다 기억할 수 없다. 기억하려고 애쓸수록 과거의 경험은 희석되거나 각색된다.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물론 책을 읽다가 연결되어 생각나는 상념의 단편을 무조건 붙잡아 기록해놔야 한다. 많이 읽고 기록을 반복하면 기적의 반전이 시작된다. 책은 백지에서 시작하지만 백지를 채울 수 있는 글감은 기록에서 시작된다. 기억은 머리가 하지만 기록은 몸이 한다. 머리에 의존하는 책 보다 몸에 의존하는 책이 더 독자들에게 감동적이다. 몸으로 기록한 것만 오래 기억된다. 관망한 걸 기억할수록 머리는 흐려지고 관찰한 걸 기록할수록 통찰력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책을 읽되 쓴다는 목적으로 읽으면 똑같은 책도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읽으면서 인두 같은 문장을 만나면 묘계질서(妙契疾書)하면 글을 이어서 써나가는데 소중한 징검다리가 된다. 묘계(妙契)는 퍼뜩 떠오른 생각이고 질서(疾書)는 그 생각이 도망가기 전에 붙잡아 메모하는 것이다.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일수록 비밀 문장 노트를 만들어서 손으로 꾹꾹 눌러서 써놓자. 더 내 몸에 각인된다. 그런 흔적의 축적이 책을 쓰겠다는 목적과 만나면 어느 순간 기적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기억은 지나간 추억의 향수에 불과할 수 있지만 기록은 내 책의 인두 같은 문장이 되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어록이 될 수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메모하고 기록해라. 단순한 기록의 흔적이 축적되면 생각지도 못한 목적의식이 싹틀 수도 있다. 기록해놓은 축적물이 글쓰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창조하지 말고 참조해라!

책 쓰기는 발상이 아니라 연상이다!


전대미문의 새로운 창조는 없다. 모든 창조는 기존 자료를 참조해서 일어난다. 참조 없이 창조 없다. 창조는 참고하지 않으면 일어나기 어렵다. 창조를 남다르게 하고 싶다면 참고할 재료가 많아야 한다. 책은 책 뒤에 나열되어 있는 참고문헌 덕분에 쓴 결과물이다. 참고문헌은 내가 책을 쓰면서 참고한 도서 목록이다. 책은 순전히 나의 경험만으로 쓰기 어렵다. 물론 쓸 수는 있지만 자기 경험적 틀에 빠져 다른 세계가 주는 유용한 생각의 참고자료를 무시할 수 있다. 좌정관천의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으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읽지 않고 쓰는 사람은 독단에 빠지기 쉽다. 생각해보라. 요리에 관해 책을 쓰는 사람이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와 관련해서 누군가 이미 대부분의 내용을 경험적으로 다 풀어낸 책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뒷북치는 책을 쓰는 어리석음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참고문헌을 참고해서 책을 써야 한다. 기존 참고문헌과 다르게 쓰려면 참고문헌을 적어도 같은 분야의 책은 읽어봐야 한다. 참고문헌이 두꺼운 사람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조가 가능하다. 모든 글쓰기는 발상이 아니라 기존 자료를 참조해서 연상하는 과정이다. 연상할 재료가 풍부할수록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막걸리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비 오는 날 등산 갔다 와서 파전과 먹은 경험밖에 없다면 그 사람의 글은 거기가 한계다.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글을 쓰려면 새로운 참고자료가 필요하다. 그 참고자료가 책과 같은 간접경험이거나 직접 경험이다. 경험의 두께가 두꺼운 사람일수록 교양이 두께가 두꺼운 사람이다. 두꺼운 교양이 두꺼운 양식이 담긴 책을 낼 수 있는 법이다. 참조할 참고문헌이 두꺼운 사람은 사실 쓰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정말 문제가 되는 사람은 쓸 게 없는 사람이다. 


다른 것을 쓰지 말고 다르게 써라

책 쓰기는 흔한 것의 흔치 않은 결합이다!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본래부터 다른 것은 없다.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다르게 보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새로워 보일 뿐이다. 하늘 아래 다른 것은 없다. 다만 달라 보일 뿐이다. 어떻게 달라 보이게 할 것인가? 흔한 것을 흔치 않게 조합해라! MIT 마빈 민스키 교수에 따르면 창의성이란 “흔한 것의 흔치 않은 결합”이다. 누가 보기에도 일상에는 흔하고 익숙한 것이 널려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런 흔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도 있지만 더욱 낯설게 다가오게 만드는 방법은 흔한 것을 흔치 않게 결합하는 것이다. “여행에서의 발견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는 일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은 책 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책 쓰기에서 창조란 색다른 것을 찾아서 쓰는 게 아니라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색다른 눈을 갖는 것이다. 작가는 남들이 쓰레기라고 버린 것에서도 쓸 이야기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찾아서 쓰려고 하지 말고 비슷한 분야의 주제라고 할지라도 이전 저자와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얼마든지 다르게 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익숙한 것이라고 해도 낯설게 보여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방법 중의 하나가 익숙한 걸 불편하게 연결하는 거다. 내가 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책이 나를 읽었다. 발상을 전환하면 내가 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동일한 단어도 조합과 배치를 바꾸면 익숙한 생각에 불편함이 침범하면서 낯선 사유가 시작된다. 비슷하면 망하고 비틀면 틀 밖의 사유가 시작된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관찰의 인문학》에 보면 지질학자, 곤충학 박사, 타이포그라퍼, 일러스트레이터, 도시 사회학자, 의사, 시각장애인, 음향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공자가 동일한 길을 산책하면서 왜 다른 걸 주목하면서 보는지를 보여준다. 동일한 일상도 다른 관점으로 보면 다르게 쓸 수 있는 상상력은 무궁무진해진다.


④ 비교하지 말고 비유해라!

책 쓰기는 비유를 통해 비상하는 과정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칼라가 있으며 문체가 살아 숨 쉰다. 문체는 지문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다르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 괴테의 문체는 괴테의 칼라이자 스타일이고 니체의 문체는 니체만의 독특한 방식이자 추구하는 철학적 성향이 드러난 것이다. 톨스토이의 문학적 성향이 다르고 밀란 쿤테라의 쓰는 방식이 다르다. 글은 내 삶을 드러낸다. 내가 쓴 글이 나다. 나는 그 누구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함을 지닌 유일한 존재다. 그러니 유일한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자. 단 독창적인 문체로 글을 쓰는 사람의 글이나 책을 많이 읽어봐야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문체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 남의 글과 비교할수록 경쟁심보다 시기심이 생기고 비참해진다. 오히려 나만의 생각을 다른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독특한 비유를 개발하자. 비유하면 나의 사유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비유는 막힌 사유도 뚫어주는 치유다. 사유가 진부한 이유는 은유가 진부해서다. 남이 사용한 은유의 집에 의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남의 사유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익숙한 생각도 색다른 은유로 공통점을 찾아 비유하면 색다른 사유로 발전하면서 비상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은유를 사용해서 표현하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감동적인 문장으로 기억된다. 비유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풍부한 어휘력이 필요하다. 흔히 은유는 A는 B다로 표현된다. A에는 추상명사가 오고 B에는 보통명사가 온다. 예를 들면 “독서는 피클이다”처럼 독서라는 추상명사가 피클이라는 보통명사와 공통점을 공유하면서 추상적인 독서의 의미가 갑자기 구체적인 피클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오이가 피클로 바뀌는 것처럼 독서는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를 동반하는 위험한 행위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은 내 삶에서 나오듯, 나만의 독창적인 사유는 색다른 은유에서 비롯된다. 은유로 나의 사유를 비유하는 순간 평범한 삶도 비상하기 시작한다.


⑤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써라!

책 쓰기는 쓰면서 쓰임새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생각만 하면 못 쓰고, 그냥 쓰기 시작하면 써진다. 우리가 글을 못쓰는 이유는 잘 쓰기 위해 너무 오랫동안 생각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뭔가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알게 되고,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도 쓰는 과정에서 더 명료해진다. 아무리 깊은 생각을 해도 생각한 바를 손가락에 명령을 주지 않으면 키보드로 입력이 되지 않거나 한 장도 써지지 않는다. 모든 책은 첫 한 줄로부터 시작되고 그것이 한 단락이 되고 한 페이지가 되며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까지 쓰는 출발점이 된다. 쓰면 쓰임새가 생기지만 쓰지 않으면 늘 내 생각은 나오기도 전에 쓰러진다. 쓰기는 오로지 쓰기를 통해서만이 향상된다. 글쓰기나 책 쓰기 책을 많이 본다고 잘 써지지 않는다. 모든 글은 나의 체험적 깨달음을 나의 언어로 번역해서 문장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절대로 써지지 않는다. 일단 미천한 생각이라도 종이 위에 옮겨 적고 생각해보자. 그 생각이 얼마나 미천하지도 오로지 생각이 밖으로 나와서 종이 위에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쓰기가 이어진다. 책을 쓰는 사람은 모드 그 분야의 전문가나 대가가 아니다. 해당 분야의 초보자라도 자신이 겪은 진솔한 경험과 거기서 보고 느끼면서 깨달은 솔직한 교훈을 쓰는 것이다. 생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책은 한 페이지도 못 쓴다. 비록 내가 초보자라고 할지라도 지금까지 경험했던 사실 속에서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것을 나의 체험에 비추어 고백할 때 보잘것없는 결과물이라도 책으로 나온다. 모든 책은 완벽하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몸으로 겪은 이야기의 중간 산물일 뿐이다. 그 책을 기반으로 더 보완하고 수정해서 지금보다 높은 경지로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책 쓰기는 쓴 결과로써의 책 보다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공부의 한 여정으로 자리 잡는다. 



내 인생의 책/박노해


나를 키워온 내 인생의 책들을 본다


그러나 나는 활자를 읽었던 게 아니다

활자 사이에 살아 숨 쉬는 삶을 읽었다

내 안을 읽었고 시대를 읽었다


그러나 나는 눈으로 읽었던 게 아니다

눈을 감고 침묵하며 귀 기울여 읽었다

죽은 자의 말과 미래의 기척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몸으로, 온몸으로 읽었다

눈물의 현장과 피어린 투쟁과 수많은 실패로

상처의 깊이만큼 사무치게 읽었다


아, 그러나 그것들은 실상 다 헛된 것

사라져라, 이젠 사라져라

나는 뜨거운 묵시로 책을 불사른다


나는 발바닥으로 읽으리라

두 세상 사이의 유랑자로 발바닥으로 읽어가고

발바닥 사랑으로 입 맞추고 발바닥으로 새기리라


그리하여 나는 단 한 권의 책을 쓰리라

삶이라는 단 한 권의 책을

생을 다 바쳐 쓴 내 소멸의 책을 


- 박노해 시인의 숨 고르기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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