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전문가처럼 생각하지 말자
당신의 전공은 무엇인가요?
그걸 몰라서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 때 전공인 교육공학을 깊이 파고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했던 적이 있다. 전공 지식의 깊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인문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과의 학문적 경계 넘나들기를 통한 융합은 본질을 흐리는 피상적 접목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공 지식과 안목이 없으면 기피대상이 된다. 너무 깊이 파고드는 전공자 역시 다른 전공자는 물론 상식을 논의하는 일반인들에게 역시 기피 대상이 된다.
두껍고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원서를 씹어 먹듯이 읽어가면서 문장이 내 몸을 관통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집중해서 읽으면서 써 내려간 노트만 스 무권이 넘는다. 그런 집요한 파고들기 식 공부가 오늘의 내가 갖고 있는 보잘것없는 학문적 안목에 뿌리가 내리게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한 문 장을 읽고 단어와 단어의 쓰임새,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의 미묘한 차이를 오로지 손으로 옮겨 쓰고 번역하면서 문장 전체를 문맥 속에서 파악하는 고된 훈련을 혼자서 꽤 오랫동안 해본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저자이기 번역가적 자질을 조금이나마 갖추게 된 운동력도 바로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 영문 원서와 논문을 통째로 번역하고 해석하는 연습을 반복했던 덕분에 생긴 능력이다.
대충 읽으면 대강 생각하고 몸에도 대충이라는 해충이 자라기 시작한다. 뿌리까지 파고들어가는 집요한 집념이 오늘날 집필의 근본을 만들었고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창작의 기본기를 닦게 만들어주었다. 기본기를 닦아야 필살기가 생기고 필살기가 생겨서 자유자재로 응용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오랫동안 전공을 중심으로 학문적 경계 넘나들기를 하는 오랫동안 해오면서 전공지식의 깊이에 빠지는 좌정관천의 오류를 극복하려는 공부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젠 지식생태학을 중심에 두고 자연 생태계는 물론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저 현상과 실상을 나의 안목으로 녹여내면서 학문적 정체성의 컬러와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공부에 주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에게 전공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전공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몸담고 있는 학과는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지만 교육을 매개로 인간과 교육을 변화시켜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가는 데 연결되거나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학문 분야는 물론 모든 일상에도 관심이 간다.
사람이 사람을 매개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관계없는 전공 분야는 없다. 나의 학문적 정체성의 뿌리를 깊이 내리면서 동시에 다양한 학문분야의 관점과 접근 논리를 접목시켜 색다른 가능성의 관문을 낯선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열어가는 데 지적 탐구의 목적을 두고 있다.
누가 아직도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그걸 찾아가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국문학자로 글과 책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싶고, 경영학자로 내가 만드는 교육적 대안이 감동적인 명풍로 연결될 수 있는 원리를 배우고 싶다. 철학자로 언제나 낯선 질문을 품고 미지의 세계로 탈주하는 여행을 하고 싶고, 사회학자로 세상의 작은 변화에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 인류학자로 익숙한 일상에서도 작은 변화를 관찰하는 통찰력을 얻고 싶고, 무엇보다도 교육을 매개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를 기르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
이런 모든 안목과 식견을 융합, 즐거운 학습이 부단히 일어나고 건강한 지식이 끊임없이 잉태되고 출산되면서 보람찬 성취감을 느끼는 행복한 일터를 조성하는 지식 생태학자로 체력이 따라주는 한 지력을 단련하고 싶다. 익숙한 언어적 점성과 타성에 젖은 관념적 어휘를 파기하고 언제나 색다른 나만의 언어 사용 방식을 개발하며 익은 생각을 새롭게 창조하는 공부하는 탐험을 더 가열하게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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