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연구방법론 수업의 종강을 기념하고 우리 모두의 질적 성숙을 위해
우리는 모두 함께 배우는 삶의 주연 배우입니다
질적 연구방법론 수업의 종강을 기념하고 우리 모두의 질적 성숙을 위해
코로나 위기가 불러온 난국으로 질적 연구방법론 수업도 시종일관 온라인 비대면 접속 경험으로 한 학기를 마치면서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면적 접촉 없는 접속 중심의 교육적 한계와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고 그걸 극복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자로서 느끼는 감회는 더욱 남다릅니다. 만날 수 없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만나는 듯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업을 할지를 늘 고민하고 고뇌하면서 매진했지만 여전히 미진한 구석이 많이 남는 수업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지만 여전히 제 생각을 여러분에게 많이 가르치려는 발상과 의도를 쉽게 접을 수 없었습니다. 연구대상의 품고 있는 격변의 현장성과 복잡성, 그리고 역동성을 담아내기 위해서 몇 권의 책으로 교재를 삼아 우리들의 공부를 이끌어왔지만 몇 권의 텍스트가 담아낼 수 없는 콘텍스트의 현장성과 맥락성은 언어적 표현을 거부하고 여전히 우리들 몸의 어느 구석에서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질적 연구와 연구방법론 수업을 하면서 우리는 대학원생이라서 연구자가 아니라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연구자임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대학원생의 본분은 하루 종일 이전과 다른 시선과 시각과 시력과 시선으로 익숙한 현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생각해서 깨우침의 샘물을 길어 올리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나를 우선 낯선 상황에 마주치게 하는 체험적 자극의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됩니다.
어제와 다른 책, 전공을 넘어서지만 전공을 다르게 바라보는 기반이 되는 책을 경계 넘나들기를 통해 꾸준히 읽고 소화하면서 내 생각으로 재정리하는 연습과 연마를 꾸준히 반복해야 되는 이유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그 느낌을 쓰면서 다시 정리하는 무한 반복만이 생각이 반전과 역전을 일으키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적 연구자는 질적으로 다르게 사유하기 위해서 질적으로 다른 체험을 반복하고 질적으로 다른 책을 꾸준히 읽고 질적으로 다른 실천을 반복하면서 질적으로 다른 글을 꾸준히 안간힘을 쓰면서 애쓰는 노력을 경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생각보다 다른 생각이라고 권장하고 장려해주고 공감해주고 거기서 나 역시 다른 생각을 잉태하는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혼자 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꿈꿨던 소중한 한 학기라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많은 인원이 매주 저마다의 위치에서 원격으로 화상으로 만났지만 늘 우리는 밝고 희망찬 눈으로 힘든 현실을 끌어안고 미래로 나가는 연구자의 안목과 자질과 자세를 갈고닦아왔습니다. 비록 수업은 끝났지만 인생 수업은 살아있는 동안 쉬지 않고 반복하는 공부 여정입니다. 몸은 비록 늙어가지만 생각이 낡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부를 멈추는 순간 생각은 급속도로 낡아빠지기 시작하고 몸도 맘도 더불어서 늙기 시작합니다.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탐험을 계속하는 사람은 나와 관계없이 젊은 청춘의 용기와 패기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가끔은 주제를 넘은 이야기도 했고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탈맥락적 피드백도 준 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산된 의도는 아니지만 주제를 넘어서야 색다른 주제를 만날 수 있고, 예상치 못하게 기대를 망가뜨려야 기대를 능가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받아주고 수용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배워보려는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과 미지의 세계로 떠나 이전과 다른 배움의 무대를 마련해보려는 불굴의 의지가 힘든 시기를 극복하며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적 연구는 질적 연구자만이 공부하는 학문적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어제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자기 삶을 연구하는 질적 연구자입니다. 연구자는 전문가만이 수행하는 독특한 역할이 아니라 매일매일 어제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연구자입니다. 우리는 이미 연구자를 넘어 질적 연구자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자기 삶을 불멸의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이 글쓰기임을 강조한 롤랑 바르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삶은 이미 엄청난 앎이 자라는 텃밭이고, 그 텃밭을 가꾸는 주인공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어제와 동일한 삶이 반복되는 일상인 것 같지만 동일한 순간의 반복은 없다는 쉼보르스카 시인의 통찰처럼 다름과 차이가 영원히 반복되는 감동적인 삶을 누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연구하기 위해 포착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삶도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반경 범위 내에서 펼쳐지는 좌정관천의 어리석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세계에 살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어봐야 합니다. 색다른 생각에 부단히 접속하면서 낯선 사유를 잉태할 때 내 삶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삶과 다른 사람의 글이 만나 내가 걸어가는 길의 성격과 방향을 다르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살기는 읽기와 맞물려 글짓기를 낳고 그런 글이 엮이면서 한 권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여정이 바로 책 쓰기입니다.
마지막 수업을 《책 쓰기는 애쓰기다》로 정해서 함께 토론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살기’와 ‘읽기’가 ‘짓기’를 만나 ‘쓰기’를 탄생시키는 4기(技)의 과정은 사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노력의 과정이고 그 과정 자체가 내 삶의 전부 중에서 저마다의 일면을 차지하는 소중한 부분입니다. 부분 속에 전체가 이미 담겨 있습니다. 어떤 삶의 일면을 잘라 단면도 보더라도 거기에는 내 삶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관과 신념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사소한 순간은 없습니다. 쓸 데 없는 시간도 사람도 없습니다. 쓸 때가 되면 기회의 얼굴이 미소 지으며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쓸 때가 되면 나의 쓰임이 생깁니다. 다만 쓰지 않으면 쓰러지고 쓰면 비로소 쓰임이 생깁니다. 쓴 다는 것은 씁니다. 입에 맞지 않아 쓰지만 그래도 온몸으로 쓰면 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유용하게 쓰입니다.
삶이 없이 ‘읽기’가 어려우며, ‘살기’와 ‘읽기’ 없이 ‘짓기’가 불가능하며, 짓기 없이 쓰기는 더욱 불가능합니다. 질적 연구자는 우선 올바른 삶을 지향하고 추구하며 온몸으로 자기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그런 삶을 위한, 삶을 향한 분투노력이 질적 연구자의 몸에 배기면 그 사람이 읽어내는 책도 다르게 읽히고 이전과 다르게 글감이 떠오릅니다. 집 짓기와 밥 짓기를 하듯 꾸준히 터전을 잡고 벽돌을 올리며 집을 짓고 뜸을 들이는 밥 짓기를 하듯 글로 집을 짓다 보면 그 누구의 집에서 찾을 수 없는 나만의 독창적인 사유체계가 건축됩니다.
책을 안 읽는 사람보다 책만 읽는 사람이 위험한 이유는 자기 생각 없이 남의 생각에 종속되어 자기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때문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생각과 나의 언어로 그걸 소화시켜 내 삶에 적용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글짓기와 책 쓰기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나다움은 실종되고 다른 사람처럼 살아가는 불행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19가 다시 아니 새로운 난국으로 우리들의 삶을 몰아가는 초유의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관리에 각별히 관심 기울이고 심신단련과 연마에 더욱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난국을 돌파하는 능력은 지력보다 체력이 좌우합니다. 이전과 다른 뇌력도 체력 없이 나오지 않습니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해서 힘든 삶의 연속이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보고 그걸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기 위해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한 학기 동안 어려운 주제로 골머리를 앓아가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느냐고 고생 많았습니다. 그 고생이 여러분의 인생을 한 단계 도약시킬 비상한 상상력의 보고라고 생각합니다. 고생해야 고생할 수 있습니다. 엄동설한의 추위를 나목으로 버텨내며 새봄의 희망을 싹 틔우는 준비를 말없이 하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춘삼월 희망의 씨앗을 품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