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과 원칙, 법칙과 원리를 통해 자기만의 성장원리를 개발하는 방법
규칙과 원칙, 법칙과 원리를 통해 자기만의 성장원리를 개발하는 방법
남이 만든 성공 규칙(規則)을 무조건 따를수록 자기 삶은 없어지고 권위에 종속되어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물론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지키기로 약속한 규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준칙(準則)이나 수칙(守則)이다. 이런 규칙은 다 같이 지키기로 약속하고 합의한 당위적 규범이자 규율이다. 규칙을 어기면 반칙이고 벌칙을 받는 이유다. 규칙을 어기고도 반성하지 않는 다면 아마 당사자는 마음에 걸려서 언짢고 싫은 느낌이 들어서 께르침할 것이다. 문제는 누군가 일방적으로 성공 규칙이나 부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개인차원의 주관적 강제 조항이다. 자신이 직접 겪어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자기만의 성공 규칙이나 부자가 되는 규칙은 당사자가 직면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결과를 토대로 만든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고 나 역시 그 사람처럼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개인이 경험을 통해서 만든 규칙은 모든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이나 수칙이 아니다. 자기만의 이론을 개발하는 사람은 남이 만든 성공 규칙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직접 현실을 관찰해서 귀납적으로 자기만의 규칙을 새롭게 개발한다.
규칙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자는 약속이라면 원칙은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는 주장이다. 모든 대학원 재학생은 격주에 한 번 하는 스터디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나와야 한다는 약속은 원칙이고, 격주에 한 번, 오후 4시에 스터디를 한다는 약속은 규칙이다. 공부의 원칙과 규칙은 다르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비슷하지만 규칙은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밖에 없다. 자기 몸에 맞지 않는 규칙, 예를 들면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든 규칙을 무조건적 무비판적으로 따라갈 경우 오히려 역기능이 발생하거나 심지어는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공부에 관한 원칙은 적어도 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의 공부는 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키는 위기지학의 공부를 한다고 정하는 것이다. 위인지학의 공부가 아니라 위기지학의 공부가 나의 공부에 관한 원칙이면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내가 정할 수 있는 규칙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원칙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지 않는 일종의 난공불락의 철칙이다. 원칙 중심으로 공부하지 않고 규칙 중심으로 공부를 할수록 큰 그림을 읽지 못하고 작은 일에 빠져서 목적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변칙이 횡행하고 반칙이 판을 치기 시작한다
원칙은 ‘사람은 우측통행, 차는 좌측통행’처럼 다 같이 믿고 따르기로 정한 규칙이다. 원칙은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규칙과 다르다. 회사 근무 시작이나 학교 첫 수업은 오전 9시에 한다는 예처럼 합의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규칙과 다르게 한 번 정해진 원칙은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 경기 규칙이나 출퇴근 시간으로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의 질서가 파괴되지만,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 질서가 무너지고 신뢰관계가 무너지질 수 있다. 원칙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융통송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야 되는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업성적 평가는 자기 평가를 원칙으로 한다”이다. 한 학기 수업 성적을 본인이 스스로 평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양심이다. 양심을 속이면 자가평가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 양심을 점검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한 학기 수업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서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의 여부는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자기 평가 수업 원칙을 선언해 놓고 한 학생이 비양심적 평가를 하는 것 같아서 그 학생만 교수자가 평가한 결과로 기말 성적에 반영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자기 평가 원칙은 그 순간 무너진다. 원칙은 옮다고 믿는 신념과 가치관이 반영되어서 함께 지키자고 약속하고 선언한 공동의 준칙이다. 원칙은 상황 변화에 관계없이 공동체 구성원이 일관되게 지켜야 할 준칙이다. 어느 순간 원칙을 무시하고 변칙이 판을 치기 시작하면 공동체 질서는 무너지고 구성원 간 신뢰도 산산조각 난다.
사이 전문가라는 자기만의 언어를 현실에 구현시키려면 사이 전문가가 되는 원칙과 규칙을 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이 전문가가 되기 위한 원칙은 수직적 깊이를 추구하되 수평적 넓이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주장이다. 깊이만 파다가 기피 대상이 되는 일반적인 전문가와는 다르게 사이 전문가는 깊이 파서 경지에 이른 다음 다른 전문가와 만나 내가 갖고 있지 않는 전문성을 나의 전문성과 융합, 새로운 전문성을 부단히 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이 전문가가 되기 위한 대원칙은 우선 자기 분야의 경지에 이른 다음 다른 분야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만나자는 전제다. 내가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경우 다른 전문가를 만나도 내가 주도적으로 지식융합을 통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을 정하면 사이 전문가 되기 위한 규칙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규정하고 실천할 수 있다. 원칙이 없는 규칙은 맹목이고, 규칙이 없는 원칙은 공허하다. 원칙을 망각하고, 뭔가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면 규칙만 따르는 맹목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구체적인 규칙으로 실천을 반복하지 않는 원칙은 관념적 주장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원칙을 따르는 사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규칙은 말 그대로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가운데 습관을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규칙 1: 가급적 자주(구체적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거나 낯선 사람과 만나자
규칙 2: 익숙한 개념을 낯설게 조합, 새로운 생각의 씨앗이 잉태될 수 있는 연습을 하루에 한 번 이상 해보자(예 지식과 산부인과라는 개념을 낯설게 조합, 지식산부인과의사라는 개념을 창조)
규칙 3: 하루에 한 번은 입장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에서 내 생각을 반추해 보는 연습을 하자(예를 들면 음악가 입장에서 책을 연주해 보고, 작가 입장에서 음악을 읽어본다).
원칙을 중심으로 규칙을 반복하면 자기만의 법칙이 개발된다
이처럼 규칙은 저마다 처한 상황과 문제의식은 물론 목적의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규정해서 실천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규칙은 내가 직접 해보면 내 몸에 맞다는 느낌이 온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규칙이라고 해도 내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칙은 어느 정도 보편적일 수 있지만 규칙은 특수한 상황에서 나의 신체성이 개입, 구체성과 만나 이루어진 합작품이다. 원칙을 중심으로 규칙을 반복해서 적용하고 실천하다 보면 자기만의 이론을 개발하는 독특한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원칙을 중심으로 규칙을 반복해서 적용하면 자기만의 법칙을 개발할 수 있다. 법칙은 법대로 남의 규칙을 따라 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끈질기게 고찰하는 순간 통찰이 다가오면서 비로소 자기만의 이론을 만드는 법칙이 떠오른다.
현상을 관찰하고 고찰해서 얻은 정보가 품은 일정한 관계나 패턴을 일반화시켜 진술한 게 바로 법칙이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이라는 게 있다. 상위 20%가 전체 생산의 80%를 해낸다는 법칙이라고 해서 80:20 법칙, 또는 20:80 법칙이라고도 한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는 정원에서 키우던 콩의 콩깍지를 관찰한 결과 잘 여문 얼마 안 되는 작은 수의 콩깍지에서 콩알 산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경제현상에 접목시켜 하나의 법칙을 개발한 것이다. 예를 들면 백화점 80% 매출은 상위 고객 20%가 만든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파레토 법칙에 맞지 않는 특이한 사례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법칙의 탄생을 알려주는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매체, <와이어드>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은 매출 규모가 작아서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이라면 무시당했을 상품이라도 온라인 상거래에서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눈에 띌만한 매출이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일명 롱테일 법칙(The Long Tail)을 발견한 것이다. 롱테일 법칙은 한 마디로 티끌 모아 태산을 잘 설명해 주는 특이한 현상이다. 롱테일 법칙은 파레토 법칙과 반대로 80%의 사소한 불특정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다고 해서 역파레토 법칙이라고 도 한다. 즉 주목받지 못하고 잠재되어 있는 다수가 겉으로 드러난 핵심적인 소수보다 매출 신장에 더 큰 역할을 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서점에 전시할만한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많은 비인기 도서들이 온라인 서점에서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아마존 서점의 실적이 롤테일 법칙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깊이만 파는 전문가는 기피 대상이 된다
철학박사(Ph.D.)를 비롯 대학원 과정 동안 겪는 온갖 애환을 코믹하게 터치해 주는 phdcomics.com에서 발행한 한 가지 재미있는 법칙이 있다. 바로 박사가 되기 위해 알아할 뉴턴의 3대 법칙을 패러디한 내용이다. 제1 법칙은 ‘관성의 법칙’이다. 세상 모든 대학원생은 교수라는 외부적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계속 ‘할 일 미루기 상태’를 유지한다는 법칙이다. 지도교수라는 외부적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언제 졸업할지 알 길이 없다. 언제나 중요한 다른 일이 발생해서 정작 소중한 박사 논문을 차일피일 계속 미뤄진다. 제2 법칙은 F=ma 또는 a=m/F라는 법칙이다. a는 가속도가 아니라 박사과정을 마치는 나이(age), m은 박사과정 학생의 성취동기(motivation), f는 지도교수의 매번 돌변하는 마음(flexibility)이다. 박사과정을 마치는 과정에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동인은 박사과정 학생의 나이나 성취동기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시로 돌변하는 지도교수의 마음이다. 지도교수의 관심사와 선호도에 따라 수시로 논문 주제가 바뀌면 박사과정 학생도 그만큼 공부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법칙이다. 제3 법칙은 작용-반작용 법칙이다. 박사과정 중에 직면하는 중요한 고비마다 머피의 법칙처럼 항상 그것을 방해하는 일이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다는 법칙이다. 박사과정 학생이 바라는 논문은 잘 써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안 좋은 일이 벌어져서 결국 졸업이 자꾸 연기되는 수많은 일들이 우연히도 나쁜 방향으로만 벌어진다. 졸업시험 보러 가는 날 하필 교통사고가 나고, 논문 계획서 발표하기 전날 자료저장 실수로 다 날아간다든지, 논문발표하는 날, 집안에 안 좋은 일이 발생해서 결국 발표를 못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악운이 겹쳐 결국 박사학위 취득 날짜는 자꾸 계약 없이 뒤로 미뤄진다는 내용이다.
무어의 법칙 (Moore's Law)이라고 있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Gordon Earle Moore)가 1965년 주창한 법칙이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을 반복해서 관찰한 결과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컴퓨터의 연산속도가 매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맥락에서 무어의 법칙처럼 전문가의 전문성에 대한 역설을 토대로 사이 전문가 법칙을 만들 수 있다. 전문가가 전공을 깊이 파고들수록 자신이 판 전문성의 깊이에 매몰될 확률은 높아지고 다른 분야와 소통할 확률은 절감된다. 즉 전문성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다른 전문가에게 기피 대상이 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소통할 확률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법칙이다. 많은 전문가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 우물 파다 매몰된 외골수다”라는 법칙을 정립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일상을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어느 날 우연히 사이 전문가를 만났다. 사이 전문가는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에 차이를 존중해 주고 자신 이외의 모든 전문가를 스승으로 대하는 평생 학습자다. 시간이 될 때마다 전공의 깊이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전공하지 않는 다른 전문가와 부단히 만나 이질적 지식융합을 통해 제3의 지식을 부단히 창조하는 사이 전문가를 발견한 것이다. 하얀 까마귀가 나타나 모든 까마귀는 검다는 법칙이 무너진 것처럼 사이 전문가가 나타나서 모든 전문가는 한 우물 파다 매몰된 외골수라는 전문가 법칙도 무너진다. 결과적으로 “모든 전문가는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전공하는 사이 전문가다”라는 법칙을 다시 만들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원칙은 지켜야 할 규칙이지만 원리는 알아야 할 이치다
규칙은 수용하고 인정해서 합의할 문제지만 법칙은 산만하게 일어나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찰한 다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고찰을 통해 일반화시켜 진술한 해서 얻어낸 귀납적 결론이다. 자기만의 이론을 개발하는 사람은 남이 만든 규칙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만의 이론을 개발하는 사람은 대원칙을 지켜나가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해서 얻은 규칙을 반복해서 실천하면서 법칙을 정립하고 가설로 만들어 부단히 검증한다. 법칙은 언제나 잠정적으로만 참인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초기에 발견된 까마귀는 검은색을 띠다가 점차 다른 색의 까마귀가 발견되는지 누군가 이런 추측을 한다. 까마귀가 까만색을 띠다가 점차 다른 색의 까마귀가 등장하는 이유는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염색체 구조 차이 때문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또는 염색체 구조 차이가 색깔의 차이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까만 까마귀가 살아가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까만 까마귀 변종이 생겼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추측에 기반한 주장이 바로 가설이다. 가설은 아직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추측이나 관측에 기반한 주장이다.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원리가 탄생된다. '원리'는 여러 개념 사이의 논리적 관계에 기초한 귀납적 일반화로 정립하지만, 소수의 사례에만 적용되는 제한된 가치를 넘어 보다 많은 상황에서도 효력을 발휘하는 보편적 진술이라는 점에서 경험적 결론이라기보다는 분석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원칙'과 ‘원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원칙은 사람이 반드시 일관되게 지켜야 할 근본적인 규칙이지만, 원리는 지렛대의 원리처럼 자연을 오랫동안 관찰에서 얻은 법칙에 도출되는 근본적인 이치다. 사물이나 생물이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근거나 근본적인 이유, 어떤 행동을 보고 옳고 그름이나 그것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사유하고 인식하는 근거,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규범적 판단 기준이나 근거도 다 원리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물은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 원리나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의 순환 원리를 알아야 계절별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때마다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 되는지를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원리를 모르면 사물이나 현상의 피상적인 측면만 보고 잘 못 판단하거나 대응해서 심각한 위험도 초래할 수 있다. 원칙은 바꿀 수 있지만 원리는 바꿀 수 없다. 자기 계발의 원칙은 자기를 계발하는 주체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원리는 자신의 경험적 깨달음을 일반화시켜 주관적으로 정립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개인의 전문성이 어떤 근거로 개발되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전문성이 심화-발전되는 근본적인 이치를 도출하고 근거를 제시할 때 비로소 자기 계발의 원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원리'는 법칙에서 유래된 개념이고 원칙은 규칙에서 유래된 말이다
정해진 규칙이나 원칙을 법대로 잘 지키다 보면 잘 풀리지 않거나 딜레마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자기만의 이론을 개발하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규칙을 만들어 규칙적으로 실천하면서 습관화시키고, 원칙을 만들어 원칙적으로 적용하면서 타협을 불허하는 올바른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규칙은 법칙으로 바뀌고 원칙은 원리로 바뀌는 자연스러운 전환점이 마련된다. 규칙과 원칙은 한 사람의 개인이 지속적인 성장을 반복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수행하는 지침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반드시 지켜야 되는 자기만의 약속이다. 원칙을 갖고 규칙적으로 반복하면 자기만의 성장 법칙을 정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규칙과 원칙이 개인 차원의 심리적인 다짐이자 습관적 반복을 안내하는 지침이지만 법칙은 오랫동안 규칙과 원칙을 중심으로 습관화시키는 과정에서 발견한 경험적 깨달음의 보고이자 과학적 관찰의 산물이다. 법칙은 불규칙한 현상을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얻을 수 있는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법칙은 법대로 반복해서 얻은 규칙이 아니라 법대로 안 되니까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귀납적으로 얻은 일리의 산물이다. 예를 들면 72:1 법칙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3일(72시간) 이내에 실행하지 않으면 1%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72시간은 결심하고 난 후에 너무 오랜 시간이다. 결심하고 24시간 이내에 실행하지 않으면 1%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24:1 법칙으로 바뀌어도 성공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다. 법칙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어서 당분간만 진리로 통용되는 일리다. 법칙은 특수한 몇 가지 사례에만 적용되는 제한된 규칙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례를 관찰하고 고찰해서 보편적으로 일반화시킨 통찰력의 산물이다.
규칙이나 원칙이 인위적으로 만든 주관적 의사결정의 산물이지만 법칙이나 원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경험적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에서 귀납적으로 추론해서 얻어낸 통찰의 산물이다. 법칙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일반화시켜 지금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가시적인 실행 처방전이다. 한편 원리는 이론보다 더 근본적인 이치나 근거를 말한다. 원리는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하는 사물이나 현상의 존재근거나 순환 이치다. 이런 점에서 이론과 달리 원리는 한 번 정립되면 폐기되지 않는다. 원리는 사실과의 직접적 관련성보다는 논리적 분석의 산물이고, 법칙은 경험적 패턴이나 관계를 관찰한 결과 발견되는 규칙성을 귀납적으로 일반화시킨 사실과 직접 관련이 있다. '원리'는 법칙에서 유래된 개념이고 원칙은 규칙에서 유래된 말이다. 원칙(原則)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의미한다. 원리(原理)는 사물의 근본이 되는 이치(理致)를 의미한다. 즉, 사물의 본질을 깊이 살펴보는 이해에서 나온 결과를 의미한다. 원리를 개발하려면 자연이나 사회현상을 반복해서 관찰하면서 귀납적으로 도출한 법칙에서 사물의 근본이 되는 이치를 뽑아내야 하는 까닭이다. 정리해 보면 '원리'는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법칙을 의미하고, '원칙'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지지기반을 구성하는 신념이나 가치관을 집대성해서 만든 공통의 규정이다.
성장은 행진곡이지만 성숙은 미완성 교향곡이나 변주곡이다
전문성 개발의 원리 1: 상호의존성의 원리
모든 전문성은 전문가 한 사람의 독립적인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전문가가 처한 환경에서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사회적 합작품이다. 하나의 전문성이 심화되고 확산되는 동인은 한 두 가지 원인으로 규정할 수 없다. 수많은 변수와 조건들이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전문성이 개발된 맥락에 따라서 전문성은 각각 다르게 개발된다. 전문성을 개발하는 최고의 방법을 처방적 매뉴얼이나 일정한 프로세스로 제시할 수 없다. 전문가가 되는 비법은 모두 편법이다. 어떤 전문가나 무슨 문제의식이나 목적의식을 갖고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어떤 노력을 전개하는지에 따라 시시각각 관여되는 변수들의 상호작용 방식이 천차만별하다. 상호의존성의 원리는 전문성이 탄생되는 과정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의 한계나 문재점을 극복하고 전문성은 관계 속에서 개발된다는 논리적 근거나 이치를 설명하는 대안적 전문성 개발의 원리다. 흔히 전문성은 전문가 한 개인의 외로운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독립적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호의존성의 원리는 전문성의 본질과 핵심을 다르게 생각하게 만드는 원리다.
전문성 개발의 원리 2: 십자 지르기의 원리
모든 전문가는 깊이 파되 자신이 판 우물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깊이 파면서 동시에 넓게 파야 한다. 수직적 깊이와 수평적 넓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십자 지르기를 통해 어제와 다른 전문성을 부단히 융복합시켜 새로운 전문성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원리다. 전문가의 전통적인 의미는 한 우물을 깊이 파서 생기는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지닌 사람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런 전문성이 좌정관천의 오류에 빠지거나 깊이만 파다가 기피 대상이 되는 한계나 문제점을 극복하거나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이 바로 깊이 파되 동시에 넓게도 파면서 전문적인 문외한으로 전락하지 않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깊이가 전제된 넓이를 추구해야 자기만의 신념과 철학을 담아내는 전문성을 부단히 개발할 수 있다. 십자 지르기의 원리는 자신이 판 전문성의 깊이에 매몰되지 않고 어제와 다른 전문성으로 갱신을 거듭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전문성 개발 원리다. 십자 지르기의 원리는 전문성은 수직적 깊이 추구의 산물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에 대한 대안적 관점이다. 수직적 깊이의 추구는 전문성 개발의 출발이자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십자 지르기의 원리는 수직적 깊이뿐만 아니라 수평적 넓이를 동시에 추구할 때 이전과 다른 전문성으로 무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는 전문성 개발 원리다.
전문성 개발의 원리 3: 우발적 마주침의 원리
전문가일수록 익숙한 환경에서 타성애 젖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작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전문 지식과 기술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옳을 가능성이 높고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입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결단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가 많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다른 전문가와 마주치지 않고 걸등과 충돌의 경험이 없을수록 내가 축적하고 있는 전문성의 한계나 문제점을 간파하기 어렵다. 전문성의 깊이를 추구할수록 자주 낯선 환경과의 마주침이 있어야 어제와 다른 깨우침도 생기고 깊은 반성과 함께 뉘우침도 따라온다. 우발적 마주침이 계속될수록 나의 깨우침의 강도도 높아지고 내가 지니고 있는 전문성의 깊이가 지닌 한계도 뉘우칠 가능성이 높다. 나의 전문성도 주어진 상황에서 일리 있는 관점이나 접근논리를 제공해 주는 하나의 의견에 불과할 수 있음을 언제나 주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발점 마주침의 원리는 낯선 마주침의 빈도와 강도가 잦고 높을수록 마주침으로 생기는 사건과 사건이 양산하는 낯선 기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어제와 다른 전문성이 개발되는 원리다.
전문성 개발의 원리 4: 차이와 반복의 원리
전문가가 전문성을 개발하는 과정은 모두 대체 불가능한 경험적 사건이다. 사건은 다시 반복할 수 없고 다른 사건으로 동일하게 대체할 수 없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 전문가가 전문성을 개발하는 모든 과정은 동일하지 않다. 장자에 나오는 매지어족(每至於族)처럼 뼈와 살을 발라내는 경지에 이르는 길은 매번 다르다. 여기서 족(族)은 살과 뼈가 엉켜 있어서 뼈에서 살을 발라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평생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어도 칼이 여전히 안 갈아서 써도 예리한 이유는 포정이 칼놀림을 신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정교하게 해서 칼이 한 번도 뼈에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지에 이르는 길은 소마다 뼈와 살이 붙어 있는 정도가 다르게 때문에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고 매뉴얼처럼 처방적으로 알려줄 수도 없다. 전문가가 되는 길도 동일하지 않고 매번 다르다. 전문성의 깊이와 넓이를 심화시키고 확산시키는 노력을 반복하다 보면 그때마다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 차이의 반복을 통해 전문성은 형언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차이와 반복의 원리는 어제와 다른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해 반복되는 실천은 어제와 다른 차이를 낳고, 차이를 반복해서 생기는 전문성은 늘 정체된 명사가 아니라 부단히 변신을 거듭하며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동사다.
고속성장은 가능하지만 고속 성숙은 불가능하다. 컨저리는 고속으로 만들 수 있지만 묵은지는 절대로 고속으로 만들 수 없는 이치다.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밖에 있는 경쟁상대와 성과 경쟁을 하면 주어진 목표를 보다 빠른 속도로 달성하는 성장 패러다임에 젖어 산다. 하지만 어제의 나와 경쟁하기 시작하면 고속성장 패러다임에 물들기보다 일정한 숙성시간을 통해 성숙해지는 패러다임을 추구할 것이다. 성장은 일사불란한 행진곡을 연주하며 직선주로를 고속 질주한다. 반면에 성숙은 미완성 교향곡이나 변주곡을 지향하면서 우회축적의 원리를 활용한다. 성숙은 곡선주로에서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밖의 시련에 견딜 수 있는 내공을 쌓는데 주력한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시간을 거슬러 효율을 추구하지 않는다. 때를 기다렸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며 자기 존재이유와 가치를 조용히 드러낸다. 전문가가 배워야 전문성 개발 원리도 자연을 학습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무궁무진하다. 잡초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80%를 차지하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줄기와 가지가 29%라고 한다. 정확히 80:20 법칙에 해당한다. 높이 성장하고 싶은 전문가는 자연을 관찰하면 아래로 내리는 뿌리의 깊이가 전제되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80%의 뿌리가 보이는 20%의 줄기와 가지를 결정한다. 아래로 뻗은 뿌리의 깊이가 위로 성장할 수 있는 높이를 결정한다는 전문성 개발 원리를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깊게 내린 뿌리가 세상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