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 안 되는 절망적 의사와 치료를 넘어 치유하는 희망적 의사
절망을 주며 의사소통이 안 되는 의사와
희망을 주며 치료를 넘어 치유하는 의사
자고 일어났는데 왼쪽 어깨가 뻐근해서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통증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불편함을 느껴서 하루 이틀 버텨보았습니다. 결국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느낌이 들어서 집에서 가까운 정형외과 전문의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X-레이를 찍고 기다리다 의사를 만나는 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인 뉴스를 들었습니다. 양쪽 어깨에 석회도 끼어있고 퇴행성 관절염 마지막 단계인 4기라서 인공관절 수술을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통증이 더 심한 왼쪽 어깨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오른쪽 어깨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진단입니다. 왜 통증을 느끼는 왼쪽 어깨보다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오른쪽 어깨가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인지는 알길이 없습니다.
의사는 의아한 듯 나에게 몇 번에 걸쳐서 반복해서 질문을 합니다. 이 정도로 어깨 관절염 상태가 심각한 데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느냐는 물음입니다. “어깨가 아픈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만 종종 미미한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누구나 다 있었던 것처럼 가끔 양쪽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 쉬고 싶다는 어깨의 호소가 있었을 뿐입니다. 절망적인 뉴스를 듣고 이제 영원히 상체 운동을 할 수 없는 나의 어깨를 갖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순간적으로 앞날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되는 시점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의사에게 다시 되물어 보았습니다. 그럼 지금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단 한마디로 대답합니다. “한 달 정도 약 처방을 해드릴 테니까 일단 약 드셔 보시고 그래도 계속 더 아프면 수술하셔야 됩니다.”
의사가 처방해준 대로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양쪽 어깨 통증으로 두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암담한 현실을 걱정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0여 년 동안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어깨 통증을 느끼지 못했는데 퇴행성 관절염 4기라는 진단은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난생처음 들어보는 암울한 미래 처방전이었습니다. 이제 상체 운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쪽 어깨 통증으로 두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할지 고심이 깊어졌습니다. 두 팔을 최소한만 움직이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나름의 최후 시나리오까지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하루 이틀 먹을수록 통증은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더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병원에 가서 정형외과 전문 의사 교수님을 찾아 뵙고 다시 한번 나의 어깨 상태를 진단해보기로 했습니다.
교수님을 만나기 전에 양쪽 어깨 X-레이 사진을 더 여러 가지 각도에서 다양하게 찍고 진료실 앞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어깨 통증 전문의사인 담당 교수님을 진료실에서 만났습니다. 순간 교수님 표정이 너무 환하게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나를 대면하고 던진 첫 한 마디가 “교수님 그 동안 운동을 거의 운동선수처럼 하셔서 어깨와 대흉근이 너무 멋지게 생겼습니다. 참으로 낭만적인 교수님 같아요.” X-레이 사진을 훑어보시더니 어깨 통증이 있어 보이는데 퇴행성 관절염 4기는 아닙니다. 나이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은 확실한데 1기 지나고 2기에 진입하는 정도입니다. 제가 보니까 아직 뼈도 손상된 부분도 없고, 다행히 힘줄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크게 무리하지 않으시면 좋아질 겁니다.“
일단 말씀하시는 표정과 말에 담긴 진단결과에 전문 의사 같지 않은 친절한 어투로 환자인 나에게 따듯한 위로와 함께 희망을 줍니다. 그 동안 걱정했던 암울한 미래의 먹구름이 걷히면서 세상이 환해보였습니다.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너무 강하게만 운동하지 마세요. 아프다고 운동 안하시면 근육 다 날아갑니다. 나중에 더 나빠져서 수술하셔야 된다면 정년 후에 해도 괜찮아요.” 이전 병원의 처방전을 보여드렸더니 더 이상 처방도 안 해주시고 ”좋은 약이네요. 이 약도 며칠 더 드시다가 안 아프면 그만 드세요. 6주후에 다시 예약해드릴 테니 다시 오세요.“라고 시원시원하게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위로와 격려는 물론 희망을 듬뿍 안겨주셨습니다.
예전에도 무릎이 아파서 누군가에게 들어서 유명하다는 서초동의 모 병원을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무릎 연골이 거의 다 달아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수술을 해야 된다는 진단을 받고 지금처럼 암담했습니다. 수술하려고 날짜까지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처럼 한양대학교 병원에서 한 번 더 진료를 받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판단을 뒤로 미루었습니다. 결과는 똑 같았습니다. 오늘 어깨 관절을 진단한 다른 정형외과 전문 의사 교수님은 그 때도 똑 같이 수술할 정도로 심각하지도 않고 아직 상태가 괜찮으니까 지금처럼 운동 열심히 해서 근육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서초동 모 병원의 의사 말 듣고 무릎을 수술했으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다 그런 거는 아니지만 동네 병원에 가면 수술을 하라고 강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똑 같은 내 몸의 상태를 보고 전혀 다른 진단을 내리는 의사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두 사람의 다른 의사를 만나면서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의사의 초심은 무엇이고 진심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의사의 양심은 살아있는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우선 환자를 맞이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환자를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말에 담긴 진심이 느껴지면서 말을 듣기 전부터 믿음과 신뢰가 생깁니다. 똑 같은 통증을 느끼는 데 통증의 원인 진단이 다르니 처방전도 다르게 나옵니다. 한 사람은 최악의 상태니까 수술을 권하지만 한 사람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니 너무 위축되어 걱정하지 말고 몸을 살살 돌보면서 조금 강도를 낮춰 운동을 계속하라고 권합니다. 반면에 또 다른 의사는 표정부터가 다릅니다. 낯선 환자를 처음 맞이하는 입장은 동일한 데 한 사람은 절망적인 진단과 처방전으로 환자를 불안감과 걱정에 휩싸이게 만듭니다. 운동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강권합니다.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상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의사와 의사소통은 물론 환자의 의중을 되짚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 치료는 물론 치유까지 해주는 의사가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면서 무조건 수술을 강권하며 돈을 버는 의사들은 이제 AI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게 미래의 환자들을 위한 현명한 선택입니다. 적어도 AI 의사는 양심을 속여가면서 환자를 불안하게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절망을 주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의사들은 남은 인생을 환자들 만나지 말고 그 동안 번 돈으로 산에 들어가 요양하는 게 낳을 거 같습니다. 초심도 진심도 잃고 양심을 속이며 절망적인 처방전을 전달하는 의사와 초심을 잃지 않고 진심으로 환자 입장에서 양심에 거짓이 없는 진솔한 마음으로 환자에게 희망적인 처방전을 전달하는 의사의 차이는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의사의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