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나만의 공간이 펼쳐졌던 그 시절로~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 과거 유행템을 통해 그 시절 문화를 소환합니다. 옛 세대가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지금 세대를 이해하듯, 요즘 세대도 '그 시절'을 알아야 비로소 세대 간 소통이 완성되지 않을까요. [역주행] 시리즈가 그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이 들어 있나요?"
스마트폰에서 뮤직 앱을 켜고 원하는 상황(운동, 공부, 드라이브)에 맞춰 추천된 플레이리스트를 바로 재생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시대입니다. 수천만 곡을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리스트’로 만들고 들을 수 있지요.
그런데, 이 편리한 '개인화된 음악 감상’의 뿌리가 40여 년 전, 손바닥만 한 기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세상의 소음은 사라지고 나만의 공간이 펼쳐졌던 시절의 주인공!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Walkman)'입니다.
카세트테이프를 뒤집어 A면과 B면을 듣던,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 속으로 역주행해 봅니다.
#워크맨(Walkman), 개인화 미디어의 시대를 열다
워크맨은 1979년 소니에서 처음 출시됐어요. 그전까지 음악은 집안의 전축이나 공공장소의 라디오처럼 여럿이 함께 듣는 것이었지만, 워크맨은 이어폰을 통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음악 청취를 가능하게 만들었죠.
현재의 디지털 기술 기준으로 보면, 소박하지만 당시 LP나 라디오 방송에 의존하던 시대에는 스스로 콘텐츠를 소유하고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혁신이었어요. 다만 출시 초기에 고가품이었기에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부의 상징' 혹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죠.
#워크맨은 상표 이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워크맨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사실 '워크맨'은 소니사의 고유 상표명이었는데요. 그 인기로 인해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전체를 일컫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됐어요. 커피 믹스가 '맥심'으로 불리거나 '대일밴드'가 반창고의 대명사가 된 것과 같은 '상표의 보통명사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이후 국내외 여러 회사에서 워크맨보다 저렴한 '마이마이', '아하' 같은 카세트 플레이어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원조 워크맨'이 주는 상징성은 여전히 강했어요.
#믹스 테이프, 수동으로 만들던 아날로그 플레이리스트
현재 우리가 앱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처럼, 과거 워크맨 사용자에게도 자신만의 '리스트'가 있었는데요. 바로 ‘믹스 테이프(Mix Tape)'.
공테이프를 사서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거나, 친구에게 빌린 앨범을 복사해 나만의 취향이 담긴 곡 순서로 테이프를 채웠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DJ의 멘트가 섞일까 조마조마하며 녹음(REC) 버튼을 누르던 기억이 나는데요.
가수 신승훈을 좋아하던 필자의 언니는 매일 밤 라디오 앞에서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흘러나오길 기다리며 라디오 앞을 떠나질 못했습니다. 혹여나 라디오에서 노래가 시작되면 곡이 끝날 때까지 숨도 쉬지 않고 기다리며 녹음했는데, 녹음 정지 버튼을 누르면 탁! 하고 나던 그 소리가 조용한 밤 유난히 크게 들렸던 생각이 나요. 한 번씩 되감기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테이프를 꺼내어 볼펜을 끼우고 수동으로 테이프를 감기도 했었어요.
#워크맨이 교육의 동반자?
그 시절, 워크맨은 교육 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었습니다. 특히 영어 듣기 학습의 상징이었죠.
카세트테이프로 듣고 싶은 부분을 반복 재생해 들을 수 있고, 빨리 감기 기능으로 건너뛸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학 학습에 최적이었습니다. 중요한 구문이 있는 테이프는 수없이 반복 재생되어 테이프 자체가 늘어나 음질이 변하는 일도 잦았죠.
이후 테이프는 C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를 거쳐 스마트폰 속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됐습니다.
◈디지털 인사이트:
손가락으로 펜을 돌려 테이프를 감던 그 시절의 낭만은 초고속 디지털 시대에는 느낄 수 없는 귀한 감성이에요. 하지만, 나만의 음악을 듣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개인의 '선택'과 '소유'라는 가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앱에서 믹스 테이프를 다시 열어보면 어때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위해 REC 버튼을 누르던 그 시절의 마음으로 스마트폰 음악앱에 워크맨 시절 플레이리스트를 채워보는 거죠.
당신의 워크맨에는 어떤 노래가 담겨있었나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되감기, 빨리 감기~ 다시 듣던 워크맨의 추억처럼, 지금 나만의 속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가고 있나요?
* 이 글은 디지털에듀신문(http://www.kedu.news/)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