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커피 VS 율무차, 당신의 선택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 과거 유행템을 통해 그 시절 문화를 소환합니다. 옛 세대가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지금 세대를 이해하듯, 요즘 세대도 '그 시절'을 알아야 비로소 세대 간 소통이 완성되지 않을까요. [역주행] 시리즈가 그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으슬으슬 추워지는 겨울, 호~불며 마실 수 있는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요즘은 몇 발자국만 걸어도 커피숍이 있고, 회사나 가정에도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어서 커피 한 잔 하기가 쉬워졌지만 이전에는 자동판매기, ‘자판기’로 온기를 채우곤 했습니다.
스페셜 커피를 마실까 일반 커피를 마실까? 커피냐 율무차냐 고민하면서 말이에요. 백 원짜리 동전을 넣고 선택하면 딸깍, 소리와 함께 종이컵이 자동으로 나오고, 또르르 커피가 흘러나왔죠. 약간의 기다림으로 곧 속 따뜻해지는 단짠함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맛에 중독되었던 사람들 많지요? 양손으로 종이컵 부여잡으면 전해지던 그 따뜻함, 온기의 추억 속으로 역주행해 봅니다.
#2천 년 전부터 있었다고?
자판기의 역사는 무려~ 기원전 215년경으로 거슬러 갑니다.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이자 기술자였던 헤론(Heron of Alexandria)이 만든 장치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바로 '성수(聖水) 자판기'! 사람들이 동전을 투입구에 넣으면, 그 무게로 인해 내부의 지렛대가 기울어져 밸브가 열리고 일정량의 성수가 나오게 설계된 거예요.
17세기 영국에서는 담배나 엽서를 파는 자판기가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19세기말 우표, 껌 등을 파는 자판기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커피 자판기가 먼저 도입된 건 아니라고?
우리나라에 커피 자판기가 처음 도입된 건 1970년대 초반. 커피보다 앞서 ‘피임기구 자판기’가 먼저 도입된 것으로 보여요. 당시 정부가 인구 증가 억제 정책을 시행했는데, 피임기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었죠.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전용선」 책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 커피 자판기는 1973년 서울 시민홀에 설치된 ‘커피, 홍차 자동판매기’였대요. 10원짜리 동전 세 개를 넣고 커피나 홍차를 선택하면 한 잔씩 나왔다고 하고요. 우리가 떠올리는 상업용 커피 자판기는 1977년. 롯데 산업이 일본에서 수입해 오면서 시청, 서울역 등 주요 거점에 설치되기 시작했어요.
국산 자판기는 1978년 금성사에서 출시된 이후 학교나 학원가, 공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자판기가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죠.
거스름돈 반환 및 동전 감별 기능을 갖춘 자동판매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되고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중화가 가속화 됐습니다.
#라떼는 커피, 자판기로 배웠다~
필자는 중학교 때 처음 커피자판기를 만났는데요, 요즘 엄마들은 깜짝 놀랄 이야기지만, 쉬는 시간이면 자판기 앞에 긴 줄이 늘어지곤 했어요. 밀크 커피냐, 율무차냐~ 결정장애를 야기시켰죠. 학생의 입장에선 백 원의 사치이자 백 원의 행복이었어요. 아침밥 대신이기도 했고요. 일반 커피와 고급 커피의 차이는 뭘까?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밀크 커피, 율무차 한 잔 손에 들고 나누던 수다 시간은 소중한 추억 그 자체입니다.
#자판기 밑을 뒤지던 아이들의 낭만
“땅을 파 봐, 돈이 나오나!” 그 시절 엄마, 아빠들의 단골 멘트였는데요. “공부 안 하냐”, “너는 커서 뭐 될래”로 시작해 “돈 벌기 쉽지 않다”며 이 말을 하시곤 했어요. 그런데! “어? 땅 파면 진짜 돈이 나오던데요?”
자판기의 추억을 떠올려보면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자판기 밑을 수색하던 아이들’ 모습.
자판기 기술이 미숙했던 시절에는 기계 오작동으로 동전이 반환되지 않기도 했지만, 또 내부 동전통이 가득 차서 동전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거든요. 그래서 운 좋으면 자판기 밑 동전 배출구 근처나 바닥에서 뜻밖의 ‘횡재’를 발견할 수도 있었어요. 단돈 백 원이라도 발견하면 환호하고 말이죠. 오늘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풍경과는 사뭇 다른, 아날로그 시대의 작은 낭만이자 기술의 허점이 만들어낸 특별한 추억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자판기 커피 대신 아메리카노를 더 즐겨 찾는 시대가 되었지만, 문득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던 그 자판기 커피가 생각나는 날이 있습니다. 찬바람 부는 이 계절~ 오늘은 달콤하고 짭짤했던 자판기 커피의 따뜻한 추억을 생각하며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대신 단짠 커피 한 잔 어때요?
*이 글은 디지털에듀신문(http://www.kedu.news/)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