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생의 학생부를 줍는 손
슬라이드를 담다가, 집에서 꺼내야 할 한 문장을 들고 돌아오는 날이다.
고입·대입을 나누지 않고, 입시가 가족의 말투를 바꾸는 순간을 담아낸다.
수시 합격자 발표가 끝났다. 이제 올해 지원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 그리고 대치동의 입시인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모이는 때다.
요즘 수시 결과 분석 설명회가 한창이다. 합격자들의 결과를 분석하면 다음 입시의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에, 엄마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경쟁률과 충원 현황, 내신 컷 같은 숫자들이 화면 위를 빠르게 지나간다.
그런데 강의실의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 있다. 의예과 합격자의 학생부 세특과 학년별 이수 과목이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정리되어 뜨는 순간이다. 엄마들은 숨을 아끼듯 휴대폰을 든다. 학생 개인정보는 촬영 불가라는 안내가 화면 어딘가에 떠 있어도, 그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조용히 듣고 메모하느라 잠잠하던 손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강의실을 채운다.
그 합격생의 진학 학교가 내 아이가 가고자 하는 학교인가. 그 학생의 진로가 내 아이의 진로와 일치하는가. 그 학생의 길이 내 아이의 길과 같은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우선 합격자의 ‘증거’를 모아야 한다는 손과 눈만 있다. 한 컷이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슬라이드를 모두 휴대폰에 담는다.
설명회가 끝나고 나서야, 우리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게 아니었구나를 깨닫는 시간이 온다. 아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도와줄 것이 어떤 것인지, 도움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부모는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그날의 사진은 오래 남지만, 안심은 오래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결국 저장된 이미지가 아니라 부모의 해석이다.
설명회에서 찍히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안심이다.
남의 학생부는 답이 아니라 사례이고, 사례는 맥락을 떼어내는 순간 오해가 된다.
기준은 저장이 아니라 해석에서 생기며, 해석은 결국 우리 아이의 현재에서 시작된다.
지금 찍고 싶은 것은 정보인가, 안심인가.
우리 아이의 오늘부터 본다.
사진은 참고로만 둔다.
다음 글은 목요일 밤 10시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