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입시 단톡방 알림 200개

아이러니하게도 1000명방 네 곳에 들어가 있다

by 에디터 K

작품소개


알림이 쌓이는 단톡방에서, 정보보다 먼저 움직이는 마음을 기록한다.

고입·대입을 나누지 않고, 입시가 가족의 말투를 바꾸는 순간을 담아낸다.


몇 주 동안 글을 쓰느라 톡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오랜만에 들어가 보니 어떤 방에는 알림이 200개가 넘게 쌓여 있었다. 클릭해본다. 눈이 머물지 않는 글은 그냥 넘긴다. 그래도 몇 문장에는 자꾸 멈춘다. ‘이수과목’, ‘충원인원’, ‘학종 내신컷’ 같은 단어들이다.


방 안에서는 늘 비슷한 질문이 반복된다. 어느 학원이 좋다는 말, 어떤 과목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말, 어느 대학이 무엇을 더 본다더라는 말. 질문은 빠르게 올라오고, 답도 빠르게 달린다. 하지만 속도가 빠를수록 문장들은 더 짧아진다. “맞나요?” “진짜인가요?” “어디서 들었어요?” 확인이 확인을 부른다.


엄마들에게 단톡방은 ‘정보’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안심’의 자리이기도 하다. 알림을 놓치면 불안하고, 알림을 따라가면 잠깐 안심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말이 나올 것 같은 순간에는 손이 미리 준비되어 있다. 그 준비가 길어질수록, 대화는 더 촘촘해진다.


나는 그 방들에 들어가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입시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관심사와 전문가들의 정보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때로는 말 없는 멤버로서 엄마들의 대화를 참고한다.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엄마들의 속도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으려 한다. 엄마들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내가 해야 할 일의 결은 다르다. 그 선이 흐려지는 순간, 정보는 곧장 불안으로 변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작은 경계를 둔다. 알림을 확인하는 손이 빨라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화면을 닫는다. ‘더 많이 알기’보다 ‘더 늦게 흔들리기’가 필요한 날이 있다.


내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건, 입시의 문장을 앞당겨 건네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붙잡고 있는 흥미와 공부의 결이 있고, 그 결이 꺾이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일이 더 먼저라고 믿는다. 그래서 단톡방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을 집 안으로 그대로 옮기지 않으려 한다. 그 말들이 내 말투가 되기 시작하는 순간, 아이의 리듬이 먼저 밀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 시간이 오면,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 있을까. 알림에 반응하는 속도가 내 말투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읽되, 옮기지는 않는다.


단톡방은 늘 현재형으로 말한다. 그 현재형이 집 안의 말투까지 밀고 들어올 때가 있다.




K의 해석노트


단톡방에서 퍼지는 것은 정보만이 아니라 불안의 속도다.
확인은 저장으로 끝나지만, 기준은 집 안에서 다시 써야 생긴다.
그래서 나는 정보를 참고하되, 아이에게 건네는 말은 느리게 고르려 한다.


지금 이 알림은, 우리 집의 말투를 어디로 밀고 가고 있는가.


엄마들의 속도는 보고, 내 속도는 지킨다.
집 안의 말은, 여기서부터 다시 고른다.


다음 글은 목요일 밤 10시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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