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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단상 6

백수 끝

by 기영 Mar 19. 2025

2024년 12월 8일


약 4개월간의 백수생활이 끝났다. 백수로 지낸 지 3달쯤 되니 통장 잔고가 슬슬 바닥을 보였다. 그래서 마음 급하게 일자리를 알아봤다.


퇴사 이후 직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할지, 정말 내고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이번 취업은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예정이었다. 도피성 이직과 번아웃으로 인한 충동적 퇴사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게 직무를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에디터/카피라이터 직무는 당장의 홍보 경력으로는 진입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많은 글을 써야 하는 직무이다 보니 정확히 일치하는 직무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무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면 유관 직무에서 연차와 경험을 많이 쌓고 통찰력과 노련함을 갖추었음을 입증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해당 직무로 취업이 어렵더라도 홍보 분야에서 연차를 쌓으며 혼자서도 많은 글쓰기를 연습하고 아티클을 만들어낸다면 언젠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백수로 지내며 큰 노력을 하지 않는 와중에 알량한 욕심으로 이번 기회에 당장 직무를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경력도 경험도 많이 부족한 상태로 해당 직무로 애써 비집고 들어가 보려고 했다. 그러나 2024년의 취업 시장은 내가 처음 취업을 했던 2019년, 그리고 이직을 했던 2022년과는 다르게 많이 팍팍해져 있었다. 아무리 직무가 다르더라도 어느 정도의 업무 능력은 갖춘 상태였지만, 면접 제안은 겨우 3곳에 불과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100개 회사에 지원을 했는데 말이다.


다행히 예전에 하던 홍보 업무와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 일을 병행하는, 그리고 업계에서 그나마 인지도도 있고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에 합격했다. 3일 정도 교육을 받고 업무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회사 분위기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고, 일도 적성에 안 맞는 것도 아니니 할만해 보인다. 경력직의 짬이 있으니 일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다. 하기 싫은 일도 잘은 해내야 한다.


적당히 만족할만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는 이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 하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은 지금까지의 경력으로 날로 먹거나 쉽게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스스로 노력도 해야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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