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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eyview Nov 25. 2020

나와 당신들을 도살하던 각진 언어


정신적인 죽음의 고비라고 해야 될까,

조용하고도 참혹한 소요가 일었다.


사는 이유를 찾기 힘든 순간들이 계속되었다.

매몰된 나를 인지하기 전까지,

현재에 침잠되어 과거의 나들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전까지.


타인의 시선에 갇힌 나는, 타자를 잊었다.

다른 누군가 또한 나의 살진 언어를 기다렸을텐데.

나의 메마른 언어는 그를 도살하고 있었을텐데.

나는 나를 잊고, 타인을 궁지로 몰아넣는 내 언어를 감각하지 못했다.

무감각의 늪에서 나만을 연민하던 그때,

고마운, 그러나 미어지는 언어들이 들렸다.


한 마디도 쓸 수 없다는 당신들의 말.

내 앞에선 언어를 잃고 만다는 당신들의 눈물어린 말에, 나는 나를 가두었던 내 각진 언어들을 돌아본다.

죄스러움에 몸을 뒤척이며 괴로운 밤을 온전히 지새운다.


그들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서 그들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미안해졌다.

내 무지하고도 막지스러운 언어가 나와 그들을 죽이고 있었음에.


회개의 언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까.

사죄의 조림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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