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이 집을 처음 구경하러 왔던 그 날도 이 녀석은 자기집마냥 당당하게 들어왔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려고 문을 여니 사료가 있었는데 주인어르신께서 가져다놓은 고양이 사료였습니다. 여기 주변에는 고양이가 한 대여섯마리 항상 있는데요. 뒷집 할머니께서 남는 음식을 가끔씩 주곤 하십니다. 그 외 어르신들, 특히 남자분들은 고양이를 정말 싫어합니다 ㅎㅎ 시골사람들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보다 그런 정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대여섯마리 고양이들 중에서 이 녀석은 특이합니다. 개냥이 중의 개냥이처럼 사람을 따르고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혼내면 쫄고 저리가라 하면 가긴하지만, 조금 잘해주면 금방 다가와서 애교를 부립니다. 하는짓이 얄밉지 않고 딱히 공격적이지도 않아서 저는 처음부터 이뻐라해줬습니다. 공사중에도 매일 여러번씩 찾아왔고 너무 들이대는 바람에 조금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고양이입니다.
이름 '리미'는 제가 붙여줬습니다. 이 동네 이름이 대나무숲을 뜻하는 '죽림'이라서 그렇게 지어줬습니다. 집 설비작업을 해주셨던 반장님의 제보에 따르면 리미의 나이는 세살정도로 추정됩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고양이가 먹기에는 염분이 높아서 위장이 붓는다고 어디선가 봤기때문에 전용사료를 사서 가끔씩 줄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시골에 사는 야생 고양이들은 주변에서 사냥을 해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사료를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