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기 Sep 21. 2024

자전거가 내게 준 것 - 00

삶에 치여 쓰지 않았던 글을 다시 쓰며.


 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동안 일이 바빴고 일이 바쁘지 않은 시간에도 지쳤다며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일이 한번 바빠지기 시작하면 나는 나를 그대로 일 속으로 놓아버렸다. 그렇게 어느 과거에 호기롭게 시작한 일요일을 읽고 쓰기도 지금쯤이라면 다 읽고 다 썼을 테지만, 어느 순간 멈춰진 채로 멈춰서 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재촉하기도 하면서.


 그러는 중 더 이상 나를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를 켰다. 그렇게 이 매거진은 갑작스럽게 시작된 자전거 생활을 갑작스럽게 연재하려고.




00.


 자전거는 익숙한 것이었다. 엄마는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운전(?) 했었다. (엄마는 여전히 이동 수단 및 운동으로 자전거를 탄다) 엄마와 자전거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엄마가 한경대학교 오르막길에서 낙차 해서 뒤에 있던 나도 함께 낙차 한 기억이지만,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나는 엄마 뒤에 앉아 엄마와 어딘가를 함께 가곤 했었다. 기억도 안 나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진 속에 조그만 세발자전거를 타는 내가 있다. 익숙한 것, 언제든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자전거가 있었다.


 그 이후 간간히 타긴 했었지만 내 자전거로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스물두 살 여름방학이 되기까지. 그 시절에 나는 한경대학교 근처 주점에서 알바를 했었다. 주점인 줄 알았는데 밥집이었던 그곳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 현금으로. 그 돈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쌍용아파트 상가 앞 삼천리 자전거에서 흰색 보디에 보라색 림을 가진 미니벨로 팝콘을 17만 원에 샀다. 왜 자전거를 갑자기 갖고 싶어졌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샀고 탔다. 그 자전거를 타고 안성천을 달리던 그 해의 여름과 가을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도 갔었는데, 어느새 그 자전거는 엄마가 타기 시작했고 그대로 또 한동안 멀어졌다. (지금은 폐차했다.. 엄마가)

 

그 시절의 자전거. 팝콘. 2011년.


 대학원 진학 이후 서울에 살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때려치우고 스튜디오에 다니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다니던 스튜디오는 너무 늦게 퇴근하기도 했고 걸어서 다닐 만했지만 자전거를 타면 더 좋을 거리라 따릉이를 타기 시작했다. 밤과 새벽의 논현동 가구거리는 꽤나 한적해서 자전거를 타기 좋았다. 마침 따릉이 스테이션도 스튜디오 근처에 있었고 집 근처에 반납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이따금씩 타다가, 2021년에 입사한 회사가 2023년에 집 근처로 이사 오면서 따릉이 1년 치 정기권을 끊었다.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따릉이 스테이션이 있었고 회사 근처에도 따릉이 스테이션이 있어서 좋은데?라며 타기 시작. 점심시간에도 간간이 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회사가 바빠지며 스트레스가 쌓여가며 따릉이를 타고 질주하기 시작하는데… 질주를 한참 할 무렵 옆자리 팀장님(브롬톤 16년차 유저)께서 그렇게 탈 거면 개인 자전거 하나 사서 오래 타도되겠다며 뽐뿌를 조금씩 넣기 시작하는데..


 예 그렇게 2024년 5월 3일. 따릉이 정기권이 끝나게 되고 나는 연차를 쓰게 되고 … 브롬톤을 사게 됩니다. 24년식.. 매트 블랙..

 한참 타던 나는.. 2024년 7월 19일. 당근 마켓에서 비앙키 니로네 7을 하나 더 사게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